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0회 이데일리 IT 컨버전스 포럼에서 좌담회에 나선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장)는 “한국은 아직 전문적 데이터 확보·사용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는데, 섣부르게 규제 논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규제 논의에 있어서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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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산업 혁신 차원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많이 노력했고, 그 결과 기술적으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데이터 문제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기업 혁신의 보폭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각국 AI 규제, 자국 유리한 체계 만들려는 것”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AI가 발전할수록 규제할 것이 생겨난다고 그때마다 규제 만들건가”라고 반문하며 “오남용 막아야 하고 그 부분은 규제를 만들어야 하지만 AI 발전을 위해 용인해야 할 것은 용인해야 한다. 문제 해결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병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산업 측면에서 정부 차원의 생성 AI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 교수는 “정부가 좀 도와주면 좋겠다. 대통령이 정부에 챗GPT를 써보라고 해 정부부처들이 난리가 났다가 지금은 조용해졌다”며 “정부나 기업이 나서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서비스를 써준다면 좋은 데이터가 형성돼 우리 기업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은 선제적 규제 논의도 국가 AI 경쟁력 확보의 과정에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엄 정책관은 “각국에서 규제가 AI 위험을 막자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점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규제 체계가 자국 AI 발전에 유리하도록 하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희도 규제 먼저가 아니라, 산업 발전과 위험성 해소에 대한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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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생성 AI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데이터 저작권 논란에 대해서도 AI 발전과 정당한 대가 지급 사이에서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병준 교수는 “사람의 경우 발표나 말할 때마다 저작권을 밝혀야 하지 않는다. 뉴스의 경우도 팩트를 전달할 때 저작권을 언급하지 않는다”며 “생성 AI가 답을 제시할 때마다 저작권 이슈가 발생해 생성 AI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저작권 이슈는 규제나 비용이 많이 되는 구조는 안되고 단순한 형태로 가야 한다. 상업적이지 않은 아카데믹한 활용에 대한 규제나 과금은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일부 LLM이 저작권 논란이 되는 데이터를 빼고 학습시키는 문제가 빠르게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열 정책관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뉴스 등의 데이터 저작권 문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고려해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언론사와 플랫폼 사업자들 간에 논란의 경우 단순히 이용약관 변경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발전과 동시에 뉴스 등의 저작권 인정·정당한 보상 사이에서 균형점 찾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균형점을 토대로 정당한 보상체계 마련하는 식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생성 AI 창작물에 ‘디지털 워터마크’를 부착하는 방안에 대해 엄 정책관은 “현재 인공지능법안에 AI 워터마크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는데도, 논의를 나눈 플랫폼 기업들이 워터마크 도입 필요성에 공감하고 자율적 도입 의지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AI의 생성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에 기술적·사전적으로 워터마크가 효과적 방지책이 될 수 있는 만큼 도입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이성엽 교수는 “디지털 워터마크는 AI가 만들었다는 것을 인증해 주는 것일 뿐, 팩트 부합과는 관계가 없다. 여러 한계 있다”며 “이용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온도 차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