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사법부 예산 감소, 재판 지연 주요 원인"

전국 35개 법원 구성원의 현장 방문 마무리
"영국·벨기에 사법부 투자 확대…개혁 성과내"
"법관 증원, 국회 통과 진행 국민·정부 등에 감사"
  • 등록 2024-05-16 오후 4:28:22

    수정 2024-05-16 오후 4:39:23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조희대(66·사법연수원 13기)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예산이 감소한 시점과 맞물려 장기 미제 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사법부의 예산 감소가 재판 지연의 주요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서울고법 격려 방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법관 증원 개정안 통과 청신호…국회·언론에 감사”

조 대법원장은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방문, 법관 및 직원 간담회에서 “재판 지연으로 국민의 정신적, 경제적 고통이 가중됐을 뿐 아니라 법률 분쟁의 장기화로 국가 경제, 국제 경쟁력 및 사법부의 국제적 위상에도 악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부터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여야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지적한 사법부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재판 지연 문제”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사건 처리 속도를 보여줬던 과거 우리 법원의 모습을 고려해 본다면 현재 국민의 고통은 더 크게 느껴지는 듯 하다”고 입을 뗐다.

그러면서 “근래 몇년 동안 사법부의 예산이 국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43%에서 0.33%로 떨어졌다”며 “반면 영국, 벨기에, 싱가포르 등은 사법부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재판 지연을 개선하는 등 사법 개혁의 성과를 거둬 국민의 신뢰와 함께 국제적 위상이 매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지속적으로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예산 확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민의 고충을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 지연의 해소가 시급하다고 해서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편의적인 방법과 제도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는 국민이 부여한 사명을 받들어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재판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법관 증원과 관련해서는 “국회에서 ‘법관 증원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가 진행되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사법부의 상황이 심각함을 인식하고 우리의 변화 노력을 응원해 주는 국민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국민과 법안을 제출해 준 정부와 통과에 청신호를 켜 준 국회, 그동안 다각도로 성원해 준 언론에도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법관·재판연구원 등 1540명 만나…“의견 적극 반영”

조 대법원장은 지난 3월 14일 충주지원을 시작으로 이날 마지막 일정인 서울고등법원까지 19개 도시를 찾아 고등법원 6곳(특허법원 포함), 지방법원 14곳, 전문법원(가정·회생법원) 8곳, 지방법원 지원 7곳 등 35개 법원 구성원의 현장 목소리를 듣는 전국법원 격려방문을 시행했다. 천대엽(60·21기) 법원행정처장은 7개 도시를 방문해 고등법원 1곳, 지방법원 4곳, 전문법원(가정·행정·회생법원) 4곳, 지방법원 지원 4곳 등 13개 법원 구성원과 간담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방문은 사법부 구성원의 의견을 듣기 위해 간담회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오·만찬 중에 조 대법원장과 천 법원행정처장이 직접 테이블을 순회하며 법관 및 직원과 접촉면을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조 대법원장과 천 법원행정처장이 만난 법원 구성원 수는 법관 650명, 재판연구원 20명, 직원 870명, 합계 1540명에 달한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두달간의 격려방문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법원 구성원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고, 현재 사법부가 당면하고 있는 내·외부의 상황을 법원 구성원에게 진솔하게 설명하는 한편, 우리 법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하여 지혜와 의견을 구했다.

사법부는 최근 △법관 수의 부족 △법조일원화로 인한 법관 고령화 △고난이도·고분쟁성 사건 증가 △국민의 복지향상을 위한 가정·회생법원 관련 업무 부담 증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휴정 등이 겹쳐 재판지연이 심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법원은 법원장이 재판업무를 직접 담당할 수 있도록 예규를 정비해 법원장이 공정·신속한 재판을 위해 솔선수범하도록 조치했다. 또 법관의 사무분담을 장기화해 심리 단절과 비효율로 인한 재판지연 요소를 차단했다. 아울러 사무국장의 사법보좌관 겸임 등 업무 효율을 높이는 한편, 판결서 작성 적정화, 감정제도 개선 등 재판지연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이러한 제도적 변화에 대한 사법부 구성원의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그는 “저의 오랜 바람은 눈 뜨면 출근하고 싶어지고 퇴근할 때는 보람을 느끼는 법원을 만드는 것”이라며 “신나고 보람찬 법원이 돼야 오랫동안 꾸준히 국민에게 봉사하기 위한 힘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방문과정에서 확인한 사법부 구성원의 의견을 사법행정에 적극 반영하고 요청사항에 대해서는 즉시 개선하거나 향후 개선방안을 마련해 그 결과를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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