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현대제철이 철강업계 불어닥친 한파로 가동률이 급감한 경북 포항 2공장을 폐쇄하기로 했으나 실제 시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우려 속에서 직원 전환 배치 등의 문제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004020)은 지난 3일 노동조합에 포항 2공장 휴업 지침을 철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공장 폐쇄에 반발한 노동조합이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상경 투쟁을 하고 천막 농성을 벌이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회사 측은 “포항공장 생존이라는 목표는 노사 모두 같다고 생각한다”며 “노사 협의를 재요청한다”며 설득에 나섰다.
이에 노사는 이날 협의회를 열고 포항 2공장 운영 문제를 논의했다. 노조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휴업을 철회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회사 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노조와 대화를 나눴으나 노사 협의가 결렬되면서 최종적으로 휴업 지침 철회는 없었던 일이 된 것”이라고 했다. 회사는 이날 노조에 2공장을 완전 폐쇄하지 않고 향후 매각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제안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현대제철 경북 포항공장 전경.(사진=현대제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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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현대제철은 지난달 13일 포항공장 폐쇄를 결정한 뒤 같은 달 25일 무기한 유급 휴업에 돌입한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휴업 기간에는 급여의 70%를 지급할 계획이었다. 이에 직원들은 고용 불안을 호소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직장 폐쇄로 포항 1공장 혹은 당진·인천·순천 등 다른 지역으로 전환 배치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더 이상 공장을 살려 두기 어렵단 입장이다. 특수강과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봉형강 생산에 특화된 포항공장은 전방산업인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최근 쉬는 날이 많아졌다. 제강 생산량은 2022년 연 68만톤(t)에서 올해 51만t으로 급감했고 가동 일수는 304일에서 228일로 줄었다. 압연의 경우 2022년 39만t에서 올해 23만t으로 생산량이 줄었고 가동 일수도 270일에서 152일로 줄었다. 여기에 제조 원가는 같은 기간 t당 99만원에서 올해 113만으로 치솟으며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중국이 저가 철강재를 쏟아내는 상황에서 고부가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등 구조조정 시기를 놓칠 경우 국내 철강산업이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할 것으로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나라 연간 조강생산량인 6000만t보다 많은 1억t을 쏟아내며 글로벌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철강업계는 단순 업황 악화가 아닌 생존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최근 구조조정 속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코는 45년 넘게 가동해 온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지난달 19일 폐쇄했다. 이 공장은 1979년 2월 28일 가동을 시작해 두 차례 합리화를 거쳐 지난 45년 9개월간 누적 2800만톤(t)의 선재 제품을 생산해 왔으나 최근 중국 등 해외 저가 철강재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