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과 야유+관중 난입, 원정석서 들린 ‘괜찮아’... 수원삼성 강등 확정의 순간

'리그 4회·FA컵 5회 우승' 수원삼성, 2부리그 강등
1995년 창단 후 28년 만이자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최초
  • 등록 2023-12-03 오전 6:00:00

    수정 2023-12-03 오전 6:00:00

2부 리그로 강등된 수원 삼성 선수단이 팬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원삼성의 강등이 확정되자 팬들이 항의하며 경기장으로 난입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기적을 바라고 모았던 두 손을 떨궜다. 기쁨의 표현이길 바랐던 눈물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대변했다. K리그 명가 수원삼성이 1부리그 무대에서 밀려난다.

수원삼성은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38라운드 최종전에서 강원FC와 0-0으로 비겼다.

승점 1점을 더한 수원삼성(승점 33·35득점)은 11위 수원FC(승점 33·44득점)와 승점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에서 밀리며 12위에 머물렀다. K리그1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수원삼성은 승강 플레이오프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강등의 쓴맛을 봤다.

K리그를 이끄는 구단이자 리그 4회, FA컵 5회 우승을 자랑하는 수원삼성의 추락. 1995년 창단 후 28년 만이자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경기 전 강원부터 수원FC, 수원삼성은 승점 1점 안에 모여있었다. 그만큼 모두에게 기회와 위기가 공존했다. 경기 전 수원삼성 염기훈 감독대행은 “할 수 있는 준비를 다 했다”며 “우린 홈에서 경기하는 만큼 더 좋은 조건”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염 대행의 말대로 수원삼성의 팬들은 열렬한 응원으로 선수단에 힘을 보냈다. 2만 4천 932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아 90분 내내 쉴 새 없는 응원을 보냈다. 기자석에서도 휴대 전화를 꺼내 촬영할 수밖에 없는 높은 수준의 응원전이었다.

수원삼성 팬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원 삼성 팬들의 응원 속에 양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원삼성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지 못했다. 90분 동안 강원 골문을 열지 못했다. 그렇다고 진한 아쉬움을 남길 결정적인 장면도 만들지 못했다. 경기 전 최하위였던 수원삼성은 누구보다 적극적이었어야 했으나 제자리걸음을 하며 강등을 마주했다. 경기 종료가 임박하자 원정석에선 ‘수원 강등’이라는 외침이 나오기도 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은 침묵과 적막에 빠졌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던 서포터즈석을 비롯해 경기장 삼면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강원 팬들이 있는 원정석만 환호를 내지를 뿐이었다. 고요함과 함께 어두운 계열의 패딩을 착용한 팬들의 모습은 빅버드를 마치 장례식장처럼 느끼게 했다.

아쉬움과 함께 눈물을 흘리던 선수단도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모두가 관중석으로 향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미련 속에 두발은 무거웠다. 선수단이 관중석을 향해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수원삼성 팬들의 야유가 터져 나왔다. 선수단을 비판하는 거친 응원가도 나왔다. 원정석에선 ‘괜찮아’와 ‘울지마’가 연호 됐다.

전광판에 사과와 각오 문구가 뜨자 팬들은 야유를 보냈다.
선수단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다. 마치 이런 상황을 준비한 듯 전광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와 ‘재창단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는 수원삼성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왔다. 분노한 팬들은 더 큰 야유를 보냈다.

이후 이준 대표이사가 마이크를 잡고 사과와 쇄신을 약속했다. 팬들은 야유를 이어갔고 오동석 단장을 불러냈다. 오동석 단장 역시 사과했다. 관중석에서 물병과 홍염이 날아들기도 했고 일부 관중은 경기장 난입을 시도했다.

2부리그로 강등된 수원 삼성 염기훈 감독 대행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후 염 대행이 나오자 팬들은 박수와 함께 염기훈 응원가를 소리 높여 불렀다. 구단 레전드이자 방패막이가 된 그를 향한 지지였다.

수원삼성 팬들은 오랫동안 경기장을 떠나지 못했다. 여전히 다음 시즌을 1부리그에서 보낼 수 없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듯했다. 경기 전 희망의 상징이었던 푸른 깃발은 쓰레기통에서 펄럭이고 있었다.

경기 후 염 대행은 “선수들도 운동장 안에서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며 “선수단과 팬들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죄송하다”라고 사죄했다. 그는 “힘든 상황이지만 다시 일어서서 K리그1에 복귀할 거라 믿는다”며 친정팀의 부활을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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