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무관들은 돈을 ‘만들어’ 돈을 벌었다. 조선시대에는 관청마다 필요에 따라 화폐를 주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국방을 담당하는 군영과 군대는 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과 장인 등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무기 재료가 될 구리나 철, 숯 등의 광물도 쉽게 취급했다. 심지어 구리 광산을 소유한 군대도 있었다. 이에 무관들은 가치가 높은 구리에 가치가 낮은 광물을 일정 비율 섞어서 동전을 만들고, 액면가를 실제 가치보다 높게 책정해 이익을 챙겼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화폐를 발권해 수익을 얻는 ‘시뇨리지’(Seigniorage)를 이용한 것이다.
환과 어음을 이용해 무담보 대출과 유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개성상인, 일종의 ‘사모펀드’와 같은 계 조직 등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역사 커뮤니케이터’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저자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돈이 만들어낸 세상을 이해하려면 돈이 탄생한 역사부터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돈이 묶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흐를 때 경제 발전의 기회가 생기고, 그 기회를 누구보다 먼저 포착하는 사람이 부를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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