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문재인 정부 시절 여론 창구 기능을 했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한 사연의 일부다. 탈레반 보복을 피해 한국으로 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지역 내 정착을 반대한 해당 청원은 “집단 거주를 허용한 뒤 타국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에게 없을 거라고 누가 보장하느냐”며 반문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문화사회’로 정의하는 전체 인구 대비 외국인 비율 5% 기준에 근접한 우리나라도 다른 국적, 다른 문화와의 충돌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방대한 문헌자료 조사를 통해 단순화되기 쉬운 이야기의 다층적인 면을 드러낸다. 문화 간 만남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권력의 역학관계를 기록하는 동시에 혐오와 배제를 대신할 ‘공통의 언어’를 모색한다. 이미 미국에서는 문화인류학과 의료윤리학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대구 이슬람 사원 건축 갈등 등 최근 문화 충돌이 가시화된 지금의 한국 사회에도 유의미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