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전기車]기술력 앞서가는데 '컨트롤타워'는 초보운전

  • 등록 2014-05-19 오전 6:10:00

    수정 2014-05-19 오전 6:10: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바야흐로 전기차 춘추전국시대다. 내로라하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앞다퉈 전기차 신모델 출시와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 와중에 미국에서는 고급 전기차인 테슬라의 모델S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전기차=경차’라던 공식을 갈아치웠다. 환경을 중시하는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전기차를 미래 주요 산업으로 보고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부처 간 이기주의, 협업 부족 등이 전기차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와 환경부가 전기차 인증 관련 중복시험을 통합하면서 관련 규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요원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경규제 바람타고 급속 성장 전기차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아직 미미하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2011년 10대 성장동력 과제 중 하나로 전기차를 선정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11년 본격적으로 국내에 선보여진 전기차는 이후 매년 700~800대 가량이 팔려나가면서 꾸준히 성장 중이다. 지난해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1871대로, 올해는 1000대까지도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판매대수만 따지고 보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아직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가 9만2222대였던 것을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지게 된다. 규모는 크지 않더라도 무시할 수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전기차 판매는 지난해 1만3034대였다. 우리나라의 연간 전기차 판매 규모는 아시아 전체 전기차 판매의 약 1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보급과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는 전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환경규제 강화 바람을 타고 급속 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차에 집중됐던 전기차 개발이 준중형, 고급 세단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 모터 변환기, 정보통신기술산업 등 전기차와 관련된 기술 면에서는 이미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쏟아지는 전기차 속에서도 충분히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요도 상당하다. 지난 3월 에너지관리공단이 카 셰어링 등을 통해 전기차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는 180명을 대상으로 시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63%가 구매하겠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이들 중 89%는 시범기간 외에도 전기차를 다시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전기차에 대한 만족도와 잠재수요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전기차 확산 가장 큰 장애물은 ‘정부의 콘트롤 타워 부재’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수요와 인기에도 불구, 전기차 시장 활성화가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시선은 많지 않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전기차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정부 부처간 엇박자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벽으로는 정부 내 ‘콘트롤 타워’ 부재가 꼽힌다. 현재 전기차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부 부처는 무려 5개다. 전기차 보급과 지원은 환경부가, 규제는 국토교통부가, 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세제는 기획재정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각 부처가 전기차와 관련된 각각의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전기차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어디인지조차 명확치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 정부 주도의 통일 된 콘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이유다.

게다가 수 년째 전기차 활성화의 장애물로 꼽히고 있는 충전관련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지난해까지 완속 1785대, 급속 177대 총 1962대의 충전기가 보급됐지만, 여전히 전기차 사용자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기엔 부족한 실정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설문조사 결과 충전에 대한 불편함과 걱정을 해소시키기 위해 현재 주거지나 공공기관에만 설치돼 있는 충전기를 도로 주변이나 주유소 등 접근성이 쉬운 곳에 다수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끊기는 보조금도 전기차 확산 발목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보조금 지급 중단도 전기차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환경부는 전기차 구매시 최대 15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여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최대 900만원을 지급해준다.

하지만 정부의 보조금 지원책은 올해로 종료된다. 내년부터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보조금과 분담금을 부과하는 저탄소차 협력금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린카 보급을 늘리겠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동안 전기차 구매시 최대 이점으로 꼽혔던 직접적인 금전적 혜택이 상당 부분 사라지게 된다. 전기차는 보조금을 지원받지 않으면 가격이 평균 5000만원 선으로 일반 개인이 선뜻 구입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 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강력한 환경규제에 따른 전기차 시장 확대로 정부 보조금 외에도 전기차 가격 자체가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일례로 닛산의 전기차 리프의 미국 출고가는 3300만원~3500만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출고가는 5000만원~55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아직 우리나라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보조금이 없다면 개인이 전기차를 구매하기 쉽지 않은 여건인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기차 경쟁력 자체는 이미 세계 어느 국가와 견줘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사라지지 않는 부처간 칸막이, 업계간 이해관계, 정부 지원 미비 등이 겹치면서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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