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兵 휴대폰 사용 시간 확대 결정 왜 미루나[김관용의 軍界一學]

2014년부터 논의된 병 휴대전화 사용 문제
文정부, 일과 이후에 사용토록 정책 추진
尹정부, 병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 결정
국방부, 확대 모델 마련코도 여전히 "검토중"
  • 등록 2024-04-07 오전 8:00:00

    수정 2024-04-07 오전 8:00:00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현 정부는 병사들에 대한 정책으로 사회적 보상 강화와 병영생활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미래세대 병영환경 조성 및 장병 정신전력 강화’를 107번째 국정과제로 선정했습니다.

병사에 대한 사회적 보상 강화는 2025년까지 병장 기준 월급을 200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것이고, 병영생활 개선의 최우선 정책은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입니다.

2020년 7월,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시행

영내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은 2014년 처음 제기된 이후 기나긴 찬반 논의와 2018년·2019년 두 차례의 시범사업을 거쳐 확정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장병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대우하고 사회와의 소통, 자기개발 기회 확대, 건전한 여가 선용 등을 위해 일과 이후 병 휴대전화 사용 정책을 ‘국방개혁 2.0’ 핵심 과제로 선정해 추진했습니다.

2018년 4월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휴대전화 사용 기준을 결정하고 27개월의 시범운영을 거쳐 훈련병을 제외한 36만여 명의 병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물론 장병 통신의 자유와 군사보안을 조화시킬 수 있도록 보안 앱(App)을 개발하고, 사용시간을 일과 후로 한정하는 등 다양한 기술적·제도적 보완을 해 왔습니다.

이같은 휴대전화 사용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군 장병들에게 큰 위안이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코로나19에 따른 휴가 제한과 격리 속에서 휴대전화는 가족과 친구와의 소통을 통해 장병의 고립감 해소에 역할을 했습니다.

또 지휘관이나 간부들은 격리 장병의 일과를 휴대전화로 비대면으로 관리하는 등 휴대전화를 활용한 소통이 부대관리의 도구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양한 여가와 학습의 도구로 휴대전화가 활용되는 점 역시 순기능으로 꼽힙니다.

물론 일선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통한 음란물 사이트 접속이나 불법 도박, 보안 규정 위반 사례들도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용이 생산적인 군 복무 분위기 조성에 기여하고 있는 만큼 군 당국은 부작용 해소를 위한 예방 조치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 병사들도 스스로 휴대전화를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尹정부, 일과 중 휴대전화 소지 가능성 검토

국방부는 휴대전화 소지 시간 확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2022년 6월 20일부터 12월 31일까지 6개월 간 일과 이후 뿐만 아니라 일과 중에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한지를 점검했습니다. 우선 △점호 이후부터 일과 시작 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형’ △아침 점호 이후부터 취침 전까지 사용하는 ‘중간형’ △24시간 소지하는 ‘자율형’ 등을 적용하기 위해 각 군별 2~3개 부대를 시범 부대로 지정해 운용했습니다.

이에 더해 훈련병들의 휴대전화 사용 가능 여부도 검토했습니다. 육군 28사단·37사단 신병교육대와 해·공군 및 해병대 신병교육대를 시범 부대로 선정하고 △훈련소 입소 1주차 평일 30분에 주말·공휴일 1시간을 허용하는 ‘최소형’과 △입소 전체 기간 중 평일 30분에 주말·공휴일 1시간 사용을 허가하는 ‘확대형’으로 구분해 운용했습니다.

국방부는 이같은 시범운영을 통해 ‘중간형’이 병사들의 복무여건 개선 뿐만 아니라 초급간부들의 부대·병력관리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결과입니다.

‘병 휴대전화 소지시간 확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설계한 세 가지 유형 (출처=국방부)
우선 아침 점호부터 일과 시작 전에도 휴대전화를 사용케 하는 ‘최소형’은 별 효과가 없습니다. 아침과 저녁 두 차례 휴대전화 회수와 배부를 해야해 간부 업무만 늘어날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병사들은 24시간 휴대전화를 소지하는 ‘자율형’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야간에 규정을 위반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병들이 상당했습니다. 취침 시간이 늦어지면 당연히 임무수행에 차질이 빚어집니다. 이를 통제해야하는 간부들도 일일이 위반자를 찾아 징계를 하는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침 점호 뒤에 휴대전화를 나눠주고 종일 소지하고 있다 밤 9시에 회수하는 ‘중간형’이 최적안으로 꼽혔습니다. 이 중간형 모델이 부대 내 공지사항 전파와 소통 등에 효율적이고, 간부들의 관리 부담도 경감시켰다는 것입니다.

아침 점호~21시 ‘중간형’ 최적안 평가

‘중간형’이라는 당연한 결과가 나오도록 설계해 놓고 이를 확인까지 했으면서도, 국방부는 정책을 결정하지 않고 지난 해 5월 돌연 추가 시범 운영을 발표합니다. △지난 시범운영 대상이 전 군의 5% 수준이고 △3개 유형을 2개월 단위로 변경 적용했기 때문에 ‘중간형’ 적용기간이 2개월에 불과하며 △보완대책을 실제로 적용·검증할 기회가 없어 시범운영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또 현재 일부 군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병력관리 앱을 전 군에 보다 적극적으로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추석 연휴 중 경기도 연천군 육군 제25사단의 한 소초에서 장병들을 만나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
이같은 추가 시범운영 기간(2023년 7월~12월)도 종료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국방부는 추가 설명이나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선 군 부대들은 다시 일과 이후에만 휴대전화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일부 부대는 일과 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일관적이지도 않습니다. 시험적용 부대도 아닌 일부 신병 훈련소에서는 지휘관 재량으로 이런저런 휴대폰 사용 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언론 질의에 국방부는 “병 휴대전화 소지시간 확대는 군 본연의 임무수행에 미치는 영향과 보안통제 시스템 보완사항, 정책 시행에 따른 보완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확인 중”이라면서 “장병 소통과 복무여건을 개선하면서도 군 본연의 임무수행과 보안에 문제가 없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병 휴대전화 소지시간을 ‘늘릴지 말지’가 아닌 ‘얼마나 늘릴지’의 문제이고, 이미 ‘중간형’ 말고는 대안이 없는게 확인된 상황에서 국방부의 ‘전면시행’ 결정이 미뤄지는 까닭이 궁금합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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