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반도체 전쟁]②G2 충돌이 일으킨 지각변동…韓日,동반자서 경쟁자로

메모리 이어 통합 1위 노리는 韓
4차 산업 발판 반도체 부활 꿈 日
美 중심 시스템반도체 시장서 충돌
  • 등록 2019-07-18 오전 5:00:00

    수정 2019-07-18 오전 7:40:5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이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가 시작된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 만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4차 산업 혁명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을 중심으로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수출 주력 상품인 메모리는 미국에서 시작돼 일본을 거쳐 한국이 압도적 세계 1위를 이뤘지만,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앞세워 거센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비(非)메모리인 시스템반도체에선 미국이 기술 패권을 무기로 무역전쟁을 불사하며 중국의 예봉을 꺾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과의 동맹을 배경으로 중국 진입이 차단된 이 분야에서 새로운 강자를 꿈꾸고 있다. 일본의 수출 제재도 시스템반도체를 과거 메모리처럼 한국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AI’·‘IoT’·‘빅데이터’ 결합 日 빅픽처…삼성의 ‘도광양회’

세계 반도체 판도에 균열이 감지된 것은 2015년 중국이 2025년까지 반도체 국산화율 70%를 달성하겠다는 ‘제조 2025’를 발표한 뒤 부터다. 당시 중국은 첨단 설비와 핵심 기술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며 반도체 산업에 1조 위안(약 170조원)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며, 5G(5세대 이동통신) 등 중국 최첨단 기술의 상징인 화웨이를 전방위로 제재하며 ‘반도체 굴기’를 가로막았다.

이런 미국의 행보를 지켜본 한·일 기업들은 반도체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에서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 될 것에 대비, 비메모리로 눈을 돌렸다. 또 일본은 잃어버린 반도체 산업의 영광을 4차 산업과 연계한 시스템반도체에서 되찾으려 하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일본 기업의 선봉에 서 있다. 손 회장이 그리는 빅 픽처(큰 그림)는 ‘21세기의 석유’라 불리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의 결합이다. 손 회장은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라바바와 차량 공유업체 우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유명한 엔비디아 등 빅데이터 기업 및 AI 기업에 투자해왔다. 또 2016년 7월엔 모든 기기를 하나로 묶는 IoT 반도체 1위 기업인 영국 ARM을 일본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인 234억 파운드(약 35조원)에 인수했다. ARM 인수 직후인 그해 9월 손 회장은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만나 협업을 논의하기도 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수년간 도광양회(韜光養晦·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름) 행보로 시스템반도체 사업을 준비해왔다. 대규모 M&A를 성사시킨 소프트뱅크와 달리 삼성전자는 2016년 11월 전장 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에 인수한 이후 내부 역량 강화에 주력해왔다. 2017년 시스템LSI사업부와 파운드리사업부를 분리하고 미국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도 파운드리로 전환했다. 또 6조 5000억원을 투자해 화성 극자외선(EUV) 전용라인도 건설하고 있다. 특히 오스틴 공장은 미국의 국가 안보 중시로 최첨단 기술을 보유한 현지 업체들의 반도체 생산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사의 완전자율주행칩을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오스틴 공장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1047억원에서 지난해 4347억원으로 불과 2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NPU를 탑재한 삼성전자의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V9’.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과 AMD 동맹…日 뛰어넘을 ‘AI 반도체’ 야심

한국을 협력 대상으로 여겨오던 일본의 태도는 지난 4월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를 기점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초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 그래픽 설계자산(IP)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었다. 이를 통해 AI ‘딥 러닝’ 등에 필요한 GPU도 AMD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됐다. 또 같은 달 AI 핵심 기술인 ‘NPU(Neural Processing Unit·신경망 처리장치) 사업’ 육성을 위해 2030년까지 관련 분야 인력을 2000명 규모로 10배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일본 입장에선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ARM 아키텍처와 설계 자산 기반으로 모바일AP 및 GPU를 만들던 삼성전자가 AMD와 손잡고 단숨에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AMD 협업 발표 직전인 5월 중순에 현지 통신사들을 만나려고 일본을 사흘간 방문했다. 당시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삼성은 오랫동안 일본을 부품·재료·장비 등의 조달 거점을 활용해왔고, 일본 기업들이 반도체 등 중간재를 공급해왔다”며 “이 부회장의 방일은 스마트폰 등 완제품 판매를 늘리려는 영업이 목적이며 라이벌이 아니라 분업 파트너”라고 호평했다.

하지만 분업 파트너라던 삼성전자가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AI 등 시스템반도체의 강력한 경쟁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일본이 사실상 삼성전자를 겨냥해 제재 카드를 꺼낸 것도 현 시점에서 견제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3월 대학 등에 교육과정을 개설해 연간 25만명의 AI 인재 배출이란 야심 찬 목표를 제시했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 LSI사업부 사장은 지난달 NPU 전략 발표회에서 “딥 러닝 알고리즘의 핵심인 NPU 사업 강화를 통해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며 “향후 차별화된 기술과 글로벌 기관들과의 협력, 핵심 인재 영입 등을 통해 한 차원 더 진화된 혁신적인 프로세서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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