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원작자 허락 없는 '히사이시 조 콘서트'

악곡 이용료 냈다지만 이름 내걸면 문제
K컬처 위상 걸맞은 저작권 인식 필요
  • 등록 2024-05-09 오전 5:30:00

    수정 2024-05-09 오전 5:30: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무단으로 히사이시 조의 악곡을 편곡하는 것은 작곡가의 저작권 및 저작 인격권의 침해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지브리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인 작곡가 히사이시 조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재 히사이시 조의 악곡을 허가 없이 편곡해 이용하는 행사가 세계 각지에서 다수 행해지고 있다”는 글을 올리고 매우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해당 글을 통해 “히사이시 조의 이름을 올린 공연도 있지만 이 역시 승인하지 않았다”며 “작곡가의 정식 허락을 얻어 악곡 이용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작곡가 히사이시 조. (사진=세나)
세계 각지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한국’이라 해도 무방하다. 히사이시 조의 이름을 내건 공연이 가장 활발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어서다. 올해 전국에서 열린 ‘히사이시 조 콘서트’는 49건. 진행 예정인 공연도 25건에 달한다. 4~5개의 공연기획사가 전국에서 비슷한 내용으로 공연을 열고 있다.

히사이시 조가 허락하지 않은 ‘히사이시 조 콘서트’가 많이 열리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현재 국내 클래식 시장에서 티켓 판매가 가장 많은 공연은 아이러니하게도 전문 오케스트라·연주자의 공연이 아니다. 크로스오버 그룹의 콘서트, 그리고 영화음악·애니메이션·게임 음악 콘서트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2024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클래식 티켓 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목록에는 2개의 ‘히사이시 조 콘서트’가 이름을 올렸다. 영화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 게임 ‘메이플 스토리’를 내세운 공연도 포함됐다. 유명 오케스트라 공연은 하루, 길어야 2~3일 공연한다. 반면 영화음악·애니메이션·게임 음악 콘서트는 오케스트라와 프로그램만 구성하면 같은 내용으로 전국 각지에서 여러 차례 공연이 가능하다. 티켓 판매 수익도 높을 수밖에 없다. 공연기획사 입장에선 포기하기 어려운 수입원이다.

‘히사이시 조 콘서트’를 주최하는 기획사들은 국내 저작권법에 따라 악곡 이용을 위한 저작권료를 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히사이시 조가 밝힌 것처럼 허락 없이 그의 이름을 내건 공연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국내 관객에게도 큰 손해다. 히사이시 조 없는 ‘히사이시 조 콘서트’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면서, 정작 히사이시 조를 국내에서 정식으로 만날 기회는 요원하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공연기획사가 히사이시 조의 내한공연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적이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업계에선 히사이시 조가 자신의 승인 없이 열리는 국내 공연에 불만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 그의 내한공연은 2011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7년 롯데콘서트홀 이후 전무하다.

‘K컬처’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문화아이콘이다. 문제는 저작권에 대한 국내 인식은 국제적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히사이시 조 콘서트’는 당장 눈앞의 수익에 눈먼 후진국형 행태다. 한국 문화계의 자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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