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유치원 방과후 영어교육 허용…이상보다 현실 택한 유은혜

교육부 올 초 ‘유치원 방과 후 영어’ 금지하려다 역풍 맞아
부총리 지명 직후부터 검토…결국 ‘학부모 수요’ 반영키로
첫 시험대 넘겼지만 ‘1.3년짜리 단명 장관’ 논란은 지속
  • 등록 2018-10-05 오전 5:30:00

    수정 2018-10-05 오전 5:30:00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대정부질문이 열린 4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오전 회의에 참석한 뒤 본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4일 유치원 방과 후 영어교육을 금지한 기존 교육부 입장을 철회했다. 취임 후 처음 내린 결정이다. 유아발달단계로 볼 때 유치원 교육과정에선 영어수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상론보다 학부모 수요를 반영한 현실론을 선택했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유치원 방과후과정에서 ‘놀이 중심 영어’ 학습을 허용한다. 개별 유치원은 학부모 수요가 있을 때 하루 1시간 이내로 방과 후 영어수업을 운영할 수 있다.

교육부 올 초 유치원 영어 금지로 곤혹

교육부는 올해 초 유치원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려다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말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통해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과정에서 영어수업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반발이 거세자 3주 만에 이를 뒤집었다. 공교육 틀 내에서 이뤄지는 영어수업을 금지할 경우 사교육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숙려기간을 거쳐 이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유 부총리 취임 후 첫 시험대도 이에 대한 정책결정으로 여겨졌다. 학부모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정책이어서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후폭풍이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현행 누리과정은 영어수업을 배제하고 있지만 방과 후 영어수업은 허용해왔다. 학부모 입장에선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영어교육을 시킬 수 있어 대다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방과후 영어수업을 해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유치원 방과 후 과정을 개편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을 키웠다. 학부모들은 “그나마 저렴한 공교육 영어수업을 없애면 고액 영어학원만 배를 불리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현재 서울의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비는 연간 1236만원(월 103만원)으로 사립대 등록금(연간 739만만원)보다 비싸다.

유치원 과정 영어교육은 교육계의 오래된 논쟁거리다. 만 6세 미만의 유아에게 영어수업을 받게 하는 게 교육적으로 효과가 있느냐가 쟁점이다. “유아단계에서는 모국어를 기반으로 사회성을 갖추기 위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는 게 유아교육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교육부가 “무분별한 영어 위주의 방과 후 과정을 개선하겠다”며 유치원 영어를 금지하려던 배경이다.

‘유치원 영어 효과 없다’ 이견에도 현실론 선택

유 부총리는 전문가들의 이론보다 현실론을 선택했다. 이는 과도한 영어교육에 반대하는 진보성향 교육단체들의 입장과도 배치되는 결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아발달단계로 볼 때 유치원에서의 영어수업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학부모들의 현실적 수요를 반영해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했다. 유치원 방과 후 과정에서 영어수업을 허용하되 ‘놀이 중심의 영어’만 허용하겠다고 한 게 절충안이란 설명이다. 놀이 중심의 영어교육은 유아 발달단계를 고려해 노래·게임·음악·율동 등으로만 이뤄지는 학습 활동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지난 8월 말 후보자 지명 직후부터 이 문제를 검토해왔다. 교육부도 올해 초 곤혹을 치른 뒤 학부모 설문조사 등 여론수렴을 해 왔다. ‘허용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더 많았고 유 부총리가 취임 뒤 이를 확정했다.

결과적으로 유 부총리는 취임 후 첫 시험대로 여겨졌던 ‘유치원 영어’ 관련 결정을 비교적 무난하게 통과했다. 가장 폭발력이 컸던 2022학년도 대입개편안은 전임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결정한 뒤 물러났기 때문에 부담을 덜었다.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여전히 시험대는 남았다. 이미 확정한 ‘수능전형 30% 이상’ 확대방안보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개선요구가 커지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 교육공약 되찾기 국민운동’(국민운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학종 비교과 요소를 대폭 삭제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운동은 진보 성향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좋은교사운동 등이 연대해 만든 단체다.

이들은 학생부 비교과 영역(수상 경력·자율동아리·소논문·자소서·교사추천서 등)을 학종 불신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한다. 비교과 영역을 대입에 반영하면서 학종이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불리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어·수학·영어 등 교과 성적과 달리 학종 비교과 영역은 소득수준이 높은 계층일수록 유리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유 부총리도 취임사를 통해 “학종에 대한 사회적 불신 해소 정책을 발굴하겠다”고 했다. 향후 학종 개선 문제는 유 부총리의 또 다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단명 장관’ 임기 내내 논란 될 듯

유 부총리의 또 다른 걸림돌은 임기논란이다. 현직 국회의원인 유 부총리가 2020년 4월로 실시되는 21대 국회의원 총선에 출마한다면 교육부장관 임기는 1년 3개월에 그친다.

공직선거법은 국가공무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전 90일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유 부총리가 차기 총선에 출마한다면 2020년 1월 중순에는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때문에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야 할 교육정책이 교육부장관의 한시적 임기로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계 관계자는 “시한이 정해진 부총리의 교육개혁이 과연 탄력을 받겠느냐”며 “교육부 내부를 개혁하려고 해도 단명 부총리의 영(令)이 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교육계에선 유 부총리의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등 비교적 이견이 적고 학부모가 환영할 정책을 안착시키고 국회로 복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유 부총리도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더 필요하다면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1년 뒤에도 유 부총리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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