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도 못 막는 신용등급 강등 쓰나미 몰려온다

연준 "하이일드 ETF·정크본드도 매입" 추락천사 구조 나서
회사채 시장 진정됐지만, 등급 줄하향 시 충격파 커
실물 경제 회복 조속히 이뤄져야 부작용 적어
  • 등록 2020-04-23 오전 2:00:00

    수정 2020-04-23 오전 9:56:24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카지노보다 더 돈 많은 사람이 회사채 시장을 후원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힐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존 맥클린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카지노보다 더 돈 많은 사람’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은행(Fed·연준)을 말한다.

발권력을 동원해 투자부적격 기업들의 회사채까지 사들이겠다는 연준의 파격적인 지원책에 미국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기준금리가 제로(0) 수준까지 내려간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매력적인 고위험 회사채 시장에 투자할 ‘용기’를 심어준 덕분이다.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일부 위험 기업들은 다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연준은 패닉을 막았을 뿐, 코로나 바이러스를 퇴치한 것은 아니다. 경제 활동이 언제 정상궤도로 접어들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전세계 기업과 국가들의 신용등급 줄하향 행진은 여전히 남아있는 위험을 방증한다.

든든한 뒷배 생긴 고위험 회사채 시장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에서 부적격으로 떨어진 기업을 금융시장에서는 통칭 ‘추락천사’(Fallen angel)이라 부른다.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만큼 투자부적격으로 등급이 매겨진 회사들은 금융시장에서 돈을 끌어오기가 힘들어진다. 단순히 회사채 가격이 떨어지는데 그치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펀드들이 투자 대상 리스트에서 해당 기업을 제명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더 높은 이자를 약속해야 한다. 수익성 악화로 재무구조가 악화돼 돈을 빌리는데, 이자는 더 높아지니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연준은 추락천사가 늘어나며 금융시장이 망가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9일 2조달러(한화 약 2465조원) 규모 긴급대출프로그램을 발표했다. 특히 회사채 매입기구(PCCF, SCCF)의 경우 매입규모를 2000억달러(약 246조원)에서 7500억달러(약 924조원)로 대폭 늘리고, 매입 대상에 추락천사 채권과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에 투자하는 하이일드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시켰다.

연준은 법적으로 손실위험이 있는 자산은 매입할 수 없다. 정부가 대손충당금을 출자한 SPV(특수목적회사)에 대출자금을 빌려주는 간접 지원 방식이라고 하더라도 연준의 이같은 행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볼 수 없었던 유례없는 행보였다. 그만큼 연준이 강력한 지원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면서 회사채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다.

연준의 개입에 따른 회사채 시장의 안정세는 포드의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포드 2031년 만기 회사채 가격변동 [출처=Borse berlin]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기 전 포드의 2031년 만기 채권은 120센트(금리 6.2%)에 거래됐다. 발행금리가 7.45%라는 것을 고려하면 발행 당시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후 포드 채권은 4월 8일 68센트까지 하락했다. 공장 문을 닫고 전세계 자동차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지난 3월26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포드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낮추며 ‘투자부적격’으로 판단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연준 조치 이후 포드 채권가격은 다시 90센트대로 올랐다. 포브스는 “지난 한 달간 포드의 형편없는 채권 수익률은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을 능가했다”고 평했다.

거기다 포드는 4월 정크본드로 강등된 이후에도 80억달러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연준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블룸버그가 시장정보 업체 리피니티브 리퍼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국의 투자부적격 등급 회사채펀드에 들어간 투자자금은 66억6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물경제 개선까지는 이어지지 않아

문제는 금융시장이 안정화됐다고 해서 기업 실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차입비용을 줄이고 유동성 함정에 빠질 위험을 줄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실적이 개선되는 것은 결국 실물경제가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달려 있다.

연준이 포드의 회사채를 매입하면서 당장 도산할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포드차가 더 많이 팔리는 것도, 파업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포드가 테슬라를 뛰어넘는 멋진 전기차를 만들어내는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출처=S&P글로벌, 디자인=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S&P글로벌은 4월 둘째 주를 기준으로 코로나19로 신용등급 투자적격(BBB- 이상)에서 투자부적격(BB+ 등급 이하)으로 떨어질 전세계 기업이 96개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만 43개사가 추가된 데 이어 2주 사이 또 20개가 늘어났다.

실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진 기업들도 23개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준이 바주카포를 쏘며 기업 구하기에 나섰지만, 결국 실적 악화일로가 계속되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연준은 회사채 매입 대상에 대해 3월22일까지 투자등급이었지만 이후 투기등급으로 강등되고 BB- 등급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했다. 하이일드 ETF도 매수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산유국들의 대규모 감축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가가 마이너스(-)로 내려간 상황에서 연준이라고 무조건적인 셰일기업 구하기에 나설 수는 없다. 결국 연준의 유례없는 광폭행보 속에서도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파산에 이르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파산행렬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미국파산협회(ABI)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한 미국 기업은 총 1709개사로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해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에이미 퀵켄보스 ABI 사무총장은 “1분기는 단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촉발한 재정적 고통이라는 폭풍이 다가오기 전의 고요함에 불과하다”며 “기업과 소비자 모두 팬데믹으로 인해 점점 더 많은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기업들이, 초여름에는 소비자들의 파산신청이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몸짱이 될거야"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 미모가 더 빛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