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불 안 가리고 '夜 콘텐츠' 복붙…여도 음악분수 저도 레이저쇼

지자체들 야간관광 활성화 나섰지만
'그 밥에 그 나물' 콘텐츠만 우후죽순
숙박객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한다며
다른 지역 성공사례 베끼기에만 몰두
미디어파사드, 음악분수 묻지마 설치
막대한 예산 투입하고 애물단지 전락
독창성 더한 '킬러 콘텐츠' 발굴 중요
  • 등록 2024-05-10 오전 6:00:00

    수정 2024-05-10 오전 6:00:00

전남 목포시 대표 야간관광 콘텐츠 ‘해상W쇼’ (사진=목포시)
[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충남 홍성군 홍주읍성 미디어 파사드는 2년째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2021년 홍성군이 예산 12억 원을 들여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는 운영 개시 1년 반 만인 2023년 6월 장비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후 현재까지 운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운영기간 기대한 만큼의 관광객 유인효과를 누리지 못하면서 장비 교체를 위한 예산 확보에도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야간관광이 지역관광 활성화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콘텐츠가 늘었지만 포장만 다르고 속은 엇비슷한 시설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대동소이한 콘텐츠만 늘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연간 막대한 예산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는 “수십억 예산을 들여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 음악분수 등 뻔한 시설들이 야간관광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관심과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기 이천시가 오는 10월 31일까지 운영하는 ‘설봉공원 음악분수’ (사진=이천시)
외려 야간관광 관심·매력 떨어뜨려

야간관광은 지역 방문객이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 지역 관광시장과 경제를 활성화할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다. 방문객이 지역에 오래 머무르도록 만드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숙박까지 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야간관광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2022 야간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일 여행객의 야간관광 지출 비용은 약 7만 원인 반면 숙박 관광객의 지출 규모는 2배 이상 많은 약 17만 8000원에 달했다. 야간관광 의향을 묻는 설문조사에선 ‘야간관광을 위해 지역에 머무는 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69.2%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진행된 ‘서울라이트 광화문’ 미디어파사드쇼는 국내외 관람객 189만여 명을 끌어모으며 비수기에 속하는 연말연초 서울 도시여행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달 27일 전남 목포시 평화광장에서 선보인 해상W쇼에는 하루 만에 관람객 1만 3000여 명이 다녀가며 관심을 끌었다. 기존에 설치한 춤추는 바다분수에 불꽃놀이, 드론쇼, 뮤지컬 등의 공연을 결합한 것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누적 관객 수가 80만 명에 달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문제는 지자체들이 지역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다른 지역의 성공사례만 좇고 있다는 점이다. 유동 인구가 적은 지역에선 투자 대비 효과가 적고, 막대한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데도 효과가 검증됐다는 이유로 베끼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존 시설에 야간관광 콘텐츠를 추가했다 전체 시설이 흉물로 전락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울산 동구 방어동 울산대교 전망대는 전체 시설의 절반만 운영되고 있다. 1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들여 설치한 미디어 파사드가 최근 기계고장으로 운영이 중단되면서다. 울산시와 동구청은 2019년 야간관광 콘텐츠 강화를 위해 전망대 외벽을 활용한 미디어 파사드를 설치했다.

음악분수는 현재 없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 만큼 흔해지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국에 227개(2023년 1월 기준)까지 숫자가 늘어 희소성이 사라진 출렁다리와 딱 닮은꼴이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차별화된 야간관광 자원 마련이 해결책이지만 ‘나만의 콘텐츠’를 도입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게 지자체들의 항변이다. 신선하지만 실패 확률이 높은 시도보다는 이미 나온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충북 청주시 청주향교를 배경으로 한 ‘미디어파사드’ (사진=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에 집중, 다변화해야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체류객을 늘리기 위해 야간관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새로운 것보다 이미 성공해서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는 외부 사례를 참고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지자체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굳이 모험할 이유가 없어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비슷한 시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 10개소에 달하는 ‘야간관광 특화도시’ 역시 콘텐츠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문체부는 선정된 도시에 4년 동안 매년 국비 3억 원을 지원한다. 도시마다 목표로 하는 사업을 벌이기에는 부족한 예산이다.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선정된 한 지자체 관계자는 “원하는 킬러 콘텐츠를 마련하려면 100억 원도 부족할 것”이라며 “정부에서 지원받는 연 3억 원의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어 시설 부분은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서울라이트 광화문’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야간관광 예산이 많지 않다는 현실적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그 대신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 투자보다는 지역 고유의 공연과 같은 콘텐츠 개발을 유도해 최대한의 효과를 내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관계자는 “성공적인 사례를 모방하다 성격이 중복되는 야간관광 콘텐츠가 늘어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많은 지원을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해당 지역만의 고유한 스토리를 녹인 야간관광 프로그램 등의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전국적’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외 야간관광 성공 사례나 최근 유행을 따르기보다 이미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이를 다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야간관광 콘텐츠를 즐기려는 관광객은 특정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요소를 찾기 마련인데 유사한 콘텐츠가 늘어나면 전체적으로 다양성이 떨어지게 된다”며 “다른 곳의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설화, 문학 등 이미 가지고 있는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잘 활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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