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랑 김성태가 친한게 뭐가 문제죠? [검찰 왜그래]

내복 하나 사 입었을 뿐인데 ‘100억원’ 지원
이재명 경기도가 낼 돈 대납…3자 뇌물혐의
李 “김성태 모른다” 했지만…친분 정황 속속
  • 등록 2023-02-04 오전 11:11:11

    수정 2023-02-04 오전 11:11:11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회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성태 쌍방울그룹 전 회장이 누군지 전혀 모르고 쌍방울과 인연이라곤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합니다. 김 전 회장의 얼굴을 본 적도 없고, 그랑 통화한 적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헷갈린답니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이 요구한 돈 300만 달러(약 36억원)를 대신 내고, ‘북한 스마트팜 개선 사업’ 비용 500만 달러(약 61억원)도 대신 내줬다고 검찰에 진술했습니다. 쌍방울이 내복을 사 입은 고객의 북한행을 지원하는 특별 프로모션이라도 진행했던 것일까요?

‘왜 그런 거액을 대신 내줬냐’ 추궁해보니 대북사업 특혜를 바라고 그랬다고 합니다. 경기도와 북한에 미리 잘 보여서 나중에 남북 협력사업이 본격화되면 쌍방울이 사업을 선점할 수 있게 로비를 했다는 겁니다. 하긴, 나중에 뭔가 이득이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없고서야 38선 너머로 1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쾌척할 리 없습니다.

이쯤에서 짚고 넘어갈 점은 당시 경기도 행정의 최고책임자였던 이재명 대표가 정말로 김 전 회장을 몰랐겠냐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당시 ‘남북정상회담 방북단’에서 제외돼 체면을 구겼고, 이에 스스로 북한에 방문해 체면을 살리려고 했습니다. 그 중대한 프로젝트를 도와주려고 무려 100억원을 대준 사람의 얼굴도 몰랐다고 하니, 김 전 회장으로서는 울분을 토할 일입니다.

무엇보다도 김 전 회장이 이 대표와 사전에 아무런 상의도 하지 않고 그의 방북을 지원했다고 보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지사님을 위한 깜짝 선물로 북한행 티켓을 준비했습니다’ 같은 이야기는 있을 수 없으니까요.

일반인들끼리 도움을 주고받는 것은 따사로운 상부상조입니다. 하지만 한쪽이 공직자이고 도움의 규모가 일상적 수준을 벗어나면 엄연한 뇌물죄입니다. 이 경우는 김 전 회장이 ‘대북사업 특혜’라는 대가를 바라고 이재명 경기도가 ‘북한에 내야 할 돈을 대신 내준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김 전 회장의 이런 행각이 이 대표의 의도·지시대로 이뤄진 것이라면 ‘3자 뇌물죄’가 됩니다.

이재명 “김성태 얼굴 본 적도 없다” 선 긋지만…드러나는 ‘거짓해명’ 정황들

그런데 이 대표는 김 전 회장의 얼굴도 본 적이 없고 연락한 적도 없다고 합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실제로 뇌물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애초에 만난 적도 없고 전혀 친하지도 않은 남남인데 나쁜 짓을 모의했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요.

그러던 중 전직 쌍방울 임원이 법정에서 “김성태 회장님이 이재명 경기지사님하고 가깝다는 얘기가 회사 내에서 많이 나왔다”고 증언합니다. “김성태 얼굴도 본 적 없다”는 이 대표의 주장과 완전히 반대입니다. 둘 중 누구 말이 진실일까요? 법조계는 법정에서 나온 말에 점수를 쳐줍니다. 법정에서 거짓을 말했다간 위증죄로 덜미를 콱 붙잡히는데 괜히 없는 이야기를 지어낼 리가 없다는 것이죠.

계속되는 검찰 조사에 김 회장은 뒤늦게 이 대표와 몇 차례 통화한 적이 있었다고 실토합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사실은 꽤 가까운 사이였음이 드러난 것이죠. 설상가상으로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이 서로의 어머니 장례 때 측근들을 보내 대리 조문했다는 증언까지 등장합니다. 아무리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라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의 모친상을 챙겨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친분을 입증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대북송금 3자 뇌물죄 의혹’과 동시에 ‘변호사비 대납 의혹’도 규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쌍방울이 이 대표의 선거법위반 사건 변호사비 23억원 가량을 대신 내주고, 이 대표는 그 대가로 쌍방울의 대북사업에 특혜를 주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 대표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해서도 “그분(김성태)이 왜 제 변호사비를 내냐, 정말 황당무계하다”며 결백을 호소했습니다. 생면부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어찌 자신을 위해 23억원을 내주냐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두 사람이 친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러한 해명은 설득력을 잃게 됐습니다.

물론 수사·재판이 끝나지 않은 지금 이 대표와 김 전 회장의 친분을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김 회장이 검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하는 중이거나, 검찰이 없는 사실을 꾸며내는 중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후자의 가설을 지지하는 모양입니다. 김 전 회장 진술 관련 보도에 대해 “검찰의 신작 소설“이라고 일축했으니까요.

어쨌든 쌍방울이 경기도를 위해 북한에 거액을 보냈다는 사실 자체는 기정사실로 굳어진 분위기입니다. 관건은 이런 김 전 회장의 범죄행각을 이 대표가 알았거나 혹은 지시했느냐 여부입니다. 검찰은 결백을 호소하는 이 대표의 억울한 사정을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머지않은 시기에 이 대표를 검찰청으로 부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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