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실리 잃은채 빈손 회물연대 '사면초가'…정부·기업, 손해배상 줄소송 예고

[16일만에 파업종료 화물연대, 배경과 전망은]
파업철회 배경엔 '법과 원칙' 정부의 강경대응
'싸늘한 여론'·野 3년연장안 수용 등 영향 미쳐
정부, 원점서 검토…안전운임제 협상 '안갯속'
  • 등록 2022-12-11 오후 2:38:01

    수정 2022-12-11 오후 7:42:09

[이데일리 오희나 황병서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16일 만에 총파업을 철회했지만, 명분·실리 모두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고사하고, 파업 전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다시 받는 모양새가 됐다. 사실상 ‘빈손’으로 현장에 복귀한 것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생계 문제뿐 아니라 ‘법과 원칙 대응’을 고수하는 정부의 강경 대응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화물연대는 앞으로도 안전운임제 일몰 폐기와 품목 확대를 계속해서 요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총파업 철회로 협상 동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장기간 이어진 파업으로 국가 경제에 손해를 끼친 ‘책임론’도 나오고 있어 불리한 형국이다. 기업들도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어서 파업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정부·기업, 화물연대 상대 ‘줄소송’ 예고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11일 “국가 경제에 심각한 피해와 국민 불편을 16일 동안이나 끼치고 업무개시명령이 두 차례 발동되고 나서야 뒤늦게 현장 복귀를 결정한 것은 유감이다”며 “그간 파업에 따른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으로 산업계 피해가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그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기업들도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등 화물연대를 상대로 ‘줄소송’을 예고한 상황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법적 책임 역시 따져 묻겠다는 태도다. 현재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에 대해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일종의 ‘사업자 담합’이라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정부의 ‘법과 원칙 대응’ 기조와 ‘싸늘한 여론’ 등이다. 정부는 2003년 이후 19년 만에 시멘트 분야에 한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며 화물연대 노조원들의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철강·석유화학 업종으로 업무개시명령 발령 범위를 확대하며 노조를 상대로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화물연대의 파업을 바라보는 싸늘한 국민 시선도 파업 철회로 이어진 요인으로 꼽힌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로는 화물연대가 주장이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답변은 21%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파업에 지친 일부 조합원들이 생계 문제로 현장을 이탈한 데 이어 지하철·철도 노조 등의 협상이 조기에 타결된 점도 화물연대의 파업 동력이 상당 부분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野 ‘3년 연장안 수용’ 파업 철회 결정적 영향…노동계 “투쟁은 지속”

노동계는 이에 굴하지 않고 화물연대 등 노동자 문제에 대해 투쟁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화물 노동자들을 극한의 투쟁으로 몰아간 원인과 책임은 정부와 여당에 있다”며 “민주노총은 안전운임제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만큼 다양한 활동과 투쟁으로 이를 쟁취하겠다”고 언급했다.

화물연대 상위 노조인 공공운수노조도 성명을 통해 “화물연대가 현장 복귀를 결정한 건 일몰 위기에 놓인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결단으로 투쟁의 2막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며 “제도 일몰을 반드시 막아내고 전 품목과 차종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종료를 선언한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3년 뒤로 연기하겠다는 정부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품목·차종 확대 논의를 위한 여야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결국 파업 전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파업 명분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안전운임제 협상 ‘안갯속’…정부·여당 응할지 ‘미지수’

화물연대는 파업 철회 속 안전운임제의 3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학과 교수는 “정부가 법과 원칙으로 밀고 나가면서 이제 품목확대는 물론 안전운임제 연장도 안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며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 등 올해 말까지 이렇게 된 거 보면 앞으로 협상에서도 정부가 상당 부분 강경하게 나갈 키(열쇠)를 갖고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정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서 ‘원점 재검토’로 태도를 바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22일 정부·여당이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11월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에 그 제안이 무효화 된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화물연대 투쟁 동력과 안전운임제의 미래는 안갯속이다.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정부 대응은 굉장히 폭력적으로 누르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전운임제 연장과 품목확대 때문에 파업을 한 거였는데 결국은 하나도 얻어내지 못해 굉장히 우려스러운 결과다. 계속해서 이러한 갈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도 “화물연대가 파업을 철회했으니까 정부에서도 안 만나겠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 정부가 약간은 유리한 입장이 됐으니 압력으로 할 게 아니라 합리적인 평가 기준을 만들어서 이런 문제가 계속 나오지 않게 타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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