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 백팔수(百八手)] 50. 법은 여론에 후행 한다

  • 등록 2018-09-27 오전 8:57:10

    수정 2018-09-27 오전 9:00:09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위기관리, 특히 기업이 사회적 이슈와 연관된 위기를 관리할 때 기억해야 할 명언이 있다. ‘법은 여론에 후행(後行)한다’는 말이다. 보통 이렇게 어려운 표현보다 우리는 익숙하게 이런 표현도 쓴다. ‘(수사기관이) 여론의 눈치를 본다’ ‘(검찰이) 여론에 떠밀렸다’ ‘(법원이) 여론을 거스르지 못했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

기업이 위기를 관리할 때 가장 힘들고 어려워하는 것이 ‘여론 관리’다. 한 때 ‘언론’이 곧 ‘여론’이라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기업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위기 시 ‘언론’을 관리하기 위해 주로 분주했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위기’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르는 위기는 위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은 사실상 위기에 대한 소식을 발굴하고 확산하는 여러 채널들 중 하나로 그 역할이 축소됐다. 여러 온라인과 공중 간 직접 커뮤니케이션 채널들을 감안했을 때 상대적인 역할 축소라 볼 수 있다. 이제는 기업이 예전처럼 ‘언론’ 관리만으로는 제대로 된 위기관리가 힘들게 됐다. ‘언론’이 모르는 사실도 공중은 알게 되는 환경이 됐다. ‘언론’에서 다루지 않는 것도 ‘위기’가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은 앞에서 말한 ‘법은 여론에 후행한다’이다. 심지어 이 원칙은 최근 더욱더 극단적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예전에는 규제나 법 관련 기관들이 ‘언론에서 시끄러우니 수사를 시작 해야겠다’던가, ‘언론이 목소리를 줄이지 않으니 조사를 좀 더 강하게 지속해야 하겠다’ 판단 했었다면, 최근에는 이에 더해 실제 공중 여론까지 신경 쓰게 된 것이다.

‘온라인이 시끄러우니 우리가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던가, ‘사람들이 많은 제보와 청원을 하는 마당에 우리가 가만히 있기는 점점 어려워진다’는 내부 판단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각종 기관들이 예전 언론을 넘어 온라인상에서 발생되고 확산되는 공중의 의견까지 직접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 계기와 수준을 결정하게 됐다.

따라서 예전 일부 기관에서는 기업에 위기 시 ‘언론을 좀 잠재우려 노력하라’ 협조를 구하기도 했었지만, 최근에는 그런 협조만으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서로 깨닫게 되었다. 많은 것들이 시간과 환경이 변해가면서 통제 불가능한 영역으로 속속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새로운 위기관리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전 ‘언론’을 상대로 한 올드한 방식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벗어나 직접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을 상대로 한 새로운 방식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게 되었다.

위기에 대한 대응은 점점 더 신속함을 요구받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시종에 있어 정확성은 예전보다 수 십에서 수백 배 더 중요한 핵심으로 떠올랐다. 공중과 이해관계자들이 보유 공유하고 있는 정보가 기업을 종종 압도하기 때문이다. 예전 ‘언론’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던 게임의 룰도 대부분 그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언론의 데드라인을 맞춘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개념이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위기관리 담당자는 없어졌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자세에 있어서도 그렇다. 예전에는 사과와 대응, 반박 등의 여러 입장 전략이 존재 했었다면, 최근에는 일단 상당 수준의 공감과 사과가 주를 이룬다. 예전 방식이 감정과 이성을 적절하게 배합한 커뮤니케이션이었다면, 최근에는 그 칵테일에 있어서 감정과 공감의 요소가 점차 극대화되고 있다. 단순하게 기업이 인간화되는 것을 넘어 기업이 그들과 같은 대화 상대가 되기를 요구받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기업은 이런 불가능해 보이는 위기관리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 중 가장 큰 목적은 위기로 인해 발생한 부정적 여론을 성장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더 나아가 그 성장한 여론의 힘이 결국 법을 움직이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여론을 보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그 여론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성장 해 법을 움직일 수 있을까를 함께 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눈앞의 하찮은 여론이 얼마나 성장하게 될지. 그리고 그 성장한 여론이 어떻게 법을 움직이게 될지. 전반적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단계별로 여론을 어떻게 상대하고 완화 소멸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이 나오게 된다.

옛말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말에 비해보면 위기 시 여론은 사실 호미 수준으로 막을 수 있고, 막아야 하는 대상일 수 있다. 여론에 떠밀린 법이 움직이게 되면 그때는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미리 살펴 초기에 여론에 부응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라는 것이 그래서 필요하다. 여론과 함께 화나 있는 법을 잘 피해 나가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필자 정용민은 누구

정용민은 국내 최초로 설립된 위기관리 전문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샐러드의 대표 컨설턴트다. 200여 이상의 국내 대기업 및 유명 중견기업 클라이언트들에게 지난 20년간 위기관리 컨설팅과 코칭, 자문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기업 위기관리 전문서적 ‘소셜미디어시대의 위기관리’, ‘기업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1%, 원퍼센트’, ‘기업의 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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