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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검찰 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의 예산 편성권 독립, 검경 책임수사제 도입 등을 공약했다.
대검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 자체 예산 편성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도 포함했다. 모두 윤 당선인 공약에 동조하는 것으로 이 같은 의견은 김 총장 재가를 거쳐 법무부에 제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그간 ‘친정부 인사’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붙던 김 총장이 이끄는 대검이 의외의 결정을 한 것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 총장은 현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역임했고 차관 퇴임 후에도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감사원 감사위원 등 요직 후보군에 끊임없이 이름을 올렸다. 현 정부의 신뢰가 그만큼 두텁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김 총장은 지난해 6월 1일 검찰총장 취임 후에도 철저하게 정권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행보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윗선 수사의 핵심으로 여겨지던 성남시청을 뒤늦게 압수수색하는 등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자 정치권에선 김 총장을 비판했다. 이 전 후보가 연루된 또 다른 사건인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에서도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수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취지의 폭로가 나오자, 감찰이 아닌 상급 검찰청인 수원지검 차원의 진상 조사만을 지시하면서 미온적 대처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김 총장의 태도 변화가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김 총장 사퇴 압박 직후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주목한다.
서울동부지검이 지난 25일 ‘탈원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관련 부서를 압수수색한 것도 차기 정부를 의식한 제스처로 풀이됐다. 3년 가까이 사실상 중단됐던 이 사건 수사를 정권 교체가 확정되자 현 정부를 상대로 강제 수사까지 벌인 것은 차기 정부에 대한 고려를 빼놓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21일부로 기업 수사를 담당하는 공정거래조사부를 확대 개편한 것도 윤 당선인의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김 총장이 새 정부 성향에 적극 맞추려고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임기제 총장’의 취지는 정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말 그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라는 것인데, 김 총장의 태세 전환은 임기제 총장과 전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