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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금융정보 서비스업체 퀵 팩트 세트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유럽 등 약 1만 1000개 상장사의 실적(미발표인 경우 시장 예상치)을 추산한 결과, 작년 4분기 이들 상장사의 순이익은 총 9125억달러(약 1163조 2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0% 줄어든 금액으로 3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감소 규모는 전분기(-6%)보다 확대,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2분기(-64%) 이후 가장 컸다. 아울러 순이익이 3분기 연속 줄어든 것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3분기 이후 처음이며, 팬데믹 영향을 제외하면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됐던 2019년 3분기 이후 처음이라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중국의 봉쇄조치로 주력 제품인 아이폰 생산에 차질이 빚어져 순이익이 13% 감소했다. 아마존은 인플레이션과 클라우드 사업 성장 둔화로 순이익이 무려 98% 쪼그라들었다. 메타와 알파벳(구글) 등도 인터넷 광고 매출이 줄어 순이익이 줄었다.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부진은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자부품 및 반도체 업체가 다수 속해 있는 전기 업종은 순이익이 20% 감소했다. PC와 스마트폰 수요가 줄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는 등 전반적인 수요 위축으로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액정 패널을 생산하는 LG디스플레이도 3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금융 업종에서도 역풍이 계속되고 있다. 미 대형은행 6개사 중 4개사의 순이익이 감소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수요가 급감한 탓으로 풀이된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시장의 가치관이 정상화하기까지 1~2분기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소재 에너지 업종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순이익이 2% 늘었다. 미 엑손모빌 등 석유 메이저 5개사의 순이익은 30% 급증해 약 435억달러에 달했다. 여객 수요 회복으로 아메리칸항공 등 미 항공 대기업 3개사 역시 흑자전환했다.
닛케이는 “시장에선 올해 1분기 전 세계 상장기업들의 순이익이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증가율 전망치는 1%에 그친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상향하는 등 일부 낙관론도 있지만, 미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향후 경기 둔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