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92년만에 다우지수서 퇴출…저무는 화석연료 시대

한때 시총 1위 美증시 주도 '터줏대감'의 수모
국제유가 하락 기조속 코로나19 직격탄…주가 41% 폭락
美언론·시장 "시장이 변했다…매우 상징적" 한목소리
  • 등록 2020-08-26 오전 11:18:26

    수정 2020-08-26 오후 9:25:12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화석연료 시대가 저물고 있다.”

몇년전만 해도 시가총액 1위를 기록하며 미국 뉴욕증시를 주도했던 석유회사 액손모빌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에서 퇴출당한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이같이 평가했다. 같은날 CNN방송도 “엑손모빌이 92년 동안 몸담았던 다우지수에서 쫓겨난다”며 “이제 남아 있는 에너지 기업은 쉐브론 한 곳뿐”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는 오는 31일부터 석유회사 액손모빌과 제약회사 화이자, 방산회사인 레이시온테크놀로지스를 다우지수에서 제외하고, 대신 고객관리 클라우드 컴퓨팅업체 세일즈포스닷컴, 바이오제약사 암젠, 항공우주기업 허니웰을 신규 편입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애플이 주식 1주를 4주로 쪼개는 액면분할을 결정하면서 IT업종 비중이 크게 축소됐고, 이에 따라 신규 IT 종목을 포함시켜 지수를 재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다우지수는 미국 30개 대형 우량주로 구성된다. 사실상 미국을 대표하는 30대 기업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엑손모빌의 퇴출은 다소 예상 외 결정이었다. 엑손모빌은 1928년 다우지수에 편입, 100년 가까이 최장수 멤버로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이이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당연한 수순이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엑손모빌은 지난 2013년까지만해도 시총이 415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가장 몸 값 비싼 기업이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웃돌던 2014년 중반에는 시총이 4460억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약 1728억달러에 불과하다. 2조달러를 넘어선 애플은 물론, 1조6000억달러를 웃도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는 비교조차 하기 힘든 수준이다. 또 S&P500지수가 올해 6.6% 상승한 반면, 엑손모빌 주가는 같은 기간 41% 폭락했다.

엑손모빌의 몰락은 잇따른 경영 실패, 유가하락 등에 따른 결과라고 CNN은 꼬집었다. 엑손모빌은 천연가스 가격이 정점을 찍었을 때 천연가스 투자를 결정했고, 셰일오일 개발 붐에도 끝물에 합류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대응 기조가 강해졌고, 셰일오일발 공급과잉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 속에 엑손모빌은 경영난을 겪어 왔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수요하락까지 겹쳐 유가가 한 때 마이너스(-)까지 곤두박질쳤고 현재는 배럴당 40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엑손모빌의 생산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하지만 비용은 지속적으로 나가면서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엑손모빌은 지난달 20년 만에 2분기 연속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 이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WSJ은 “미 경제에서 에너지 업계의 영향력이 저물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최근의 징표”라며 “화석에너지가 한때 한 국가는 물론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했던 시대가 사라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했다.

CNN은 “유럽 경쟁업체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토탈 등은 적극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에 투자하고 과감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세우는 등 위기를 극복하고 있지만, 엑손모빌에선 그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엑손모빌 뿐 아니라 미 주식시장에서 화석연료와 관련된 에너지 기업들은 더이상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CNN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테슬라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역대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는 것도 이러한 기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이달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매니저들은 “경제성장률이 낮고 원자재 가격이 낮을 때 엑손모빌이 성장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엑손모빌 뿐 아니라 모든 에너지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흥미가 떨어지고 있다”며 포트폴리오에서 에너지 관련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WSJ은 S&P500에서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2.5%에도 미치지 못해 2011년 12%와 대비된다고 설명했다. 엑손모빌의 퇴출 결정으로 다우지수에 유일하게 남게 된 석유회사인 쉐브론 주가 역시 올 들어 29% 급락했다. 셰브론의 다우지수 내 비중은 2.1%다. 세계 최대 유전서비스업체 슐럼버거 주가는 52%, EOG리소시즈도 47% 각각 떨어졌다.

서밋 글로벌 인베스트먼츠의 맷 해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WSJ에 “엑손모빌은 미 주식시장에서 거대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다우에서 퇴출당하게 됐다. 이는 (경제구조가) 얼마나 빠르게 변할 수 있는지, 또 에너지 부문이 얼마나 추락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CFRA리스치의 스튜워트 글릭먼 애널리스트도 CNN에 “에너지 부문이 예전과 같은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엑손모빌의 퇴출은 매우 상징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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