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노매?박나래 "먹태 노가리 매니아"[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간절히 원하는 기회 엿보거나 결정적 순간 포착 시 사용
급여체-직장인 용어, 넵병·넵무새-''넵'' 반복, 퇴준생-퇴사+취업 준비생
사축-회사+가축, 쉼포족-일 많아 휴식 포기, 회의주의자-회의 자주 하는 상사
  • 등록 2023-07-12 오후 3:36:23

    수정 2023-07-12 오후 3:36:23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편집자 주] 언어의 특성 중 역사성이라는 것이 있다. 언어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소멸, 변화의 과정을 겪는 것을 가리켜 바로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한다. 언어의 역사성에 기반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신조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매일같이 넘쳐나는 신조어의 세상 속에서 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 같은 신조어들이 다양한 정보기술(IT) 매체를 통한 소통에 상대적으로 더욱 자유롭고 친숙한 10~20대들에 의해 주로 만들어지다 보니, 그들과 그 윗세대들 간 언어 단절 현상이 초래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층들은 새로운 언어를 매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그들만의 전유물로 삼으며 세대 간 의사소통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성세대들도 상대적으로 더 어린 세대들의 언어를 접하고 익힘으로써 서로 간의 언어 장벽을 없애 결국엔 원활한 의사소통을 꾀하자는 취지에서 연재물 ‘이연호의 신조어 나들이’를 게재한다.
사진=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 마켓’ 방송 화면 캡처.
◇먹노매, 이직 준비·티켓팅·퇴근 시간 등의 상황에서 활용


◎다음 < > 속 지윤과 유진의 대화에서 (_)에 들어갈 가장 적절한 신조어는?

<지윤 : 유진아 좀 천천히 먹어. 안 뺏어 먹을 테니.

유진: 말 시키지 마. 집중에 방해 돼.

지윤: 어휴, 넌 진짜 먹을 때면 눈빛이 (_)구나.

유진: 뭐래. 누가 들으면 내가 돼지인 줄 알겠다.>

1)스드메 2)먹노매 3)택노 4)일취월장

정답은 2번 ‘먹노매’다. 신조어 ‘먹노매’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의 줄임말이다. 돌진할 준비를 하며 먹이를 매섭게 노려보는 매처럼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하는 상황이나 사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주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나 온라인상에서 자신이 바라는 어떤 기회를 엿보거나 결정적 순간을 잡았을 때 쓴다. SBS 주시은 아나운서는 과거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 출연해 ‘직장인 탐구 생활’ 코너를 진행하며 ‘먹노매’의 뜻에 대해 설명한 후 “직장인들이 이직을 준비하고 결정할 때 쓴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첫 이직 시기가 빨라지고 있다. 취업 후 1년 이내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젊은 세대일수록 이직 시기가 빠르다. 인내심을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고 빠른 판단력으로 이직을 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청소년들보다는 주로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말로, 직장인들의 신조어라고 할 수 있는 이 말은 이처럼 이직을 준비 중인 상황에서도 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티켓팅(ticketing)이나 퇴근 시간,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등의 상황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령 “먹노매 끝에 드디어 티켓팅에 성공했다”, “퇴근 시간만 먹노매 모드로 기다리는 중”, “너무 박봉이라 이직 기회만 먹노매로 노리는 중”과 같이 쓸 수 있다.

하지만 코미디언 박나래는 과거 tvN 예능 프로그램 ‘놀라운 토요일 - 도레미 마켓’의 신·구조어 퀴즈에서 ‘먹노매’가 문제로 나오자 “먹태! 노가리! 매니아(마니아)”라고 답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직장인 애환 반영한 신조어 다수...넵병, 퇴준생, 사축, 쉼포족 등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들은 이 밖에도 많은데, 우선 ‘급여체’라는 말은 회사에서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뜻한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은어인 ‘급식체’에 대비되는 말이라 할 것이다. 급여체는 직장인들이 업무 중 사용하는 콩글리시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레인지하다(회의 일정 등을 조율하다)’, ‘컨펌을 받다(상급자의 승인을 받다)’ 등의 말이 바로 급여체에 해당한다.

‘넵병’이라는 말은, 상사의 대답에 긍정의 표시로 ‘넵(‘네’를 강조해 이르는 말)’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사용하는 현상을 뜻한다. 대면이나 전화보다는 메신저로 업무를 지시하는 상황이 많아지다 보니 생겨난 용어라 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말로는 ‘넵무새’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앵무새처럼 모든 대답에 ‘넵’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직원을 가리키는 말이 바로 ‘넵무새’다. 물론 ‘넵’ 대신 ‘넹’이나 ‘네네’ 등 상황에 따라 응용이 가능하다.

퇴사와 취업 준비생을 합친 ‘퇴준생’이라는 말은 더 나은 회사로의 이직이나 창업 등 퇴사 의지를 마음속에 품고 조용히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축은 ‘회사’와 ‘가축’을 조합한 말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소처럼 일만 하는 직장인의 애환을 빗댄 신조어다. 이와 관련 ‘쉼포족’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는 넘치는 업무량 탓에 쉬는 것을 뒤로 미루고 포기해 버린 사람들을 뜻한다. 자의가 아닌 타의에 따라 휴식을 포기하고 일한다는 점에서 자의에 따른 ‘워커홀릭(workaholic)’과 비교된다.

회의를 너무 좋아하는 상사를 일컫는 말로는 ‘회의주의자’라는 것도 있다. 당신이 별일도 아닌 것으로 회의를 쓸데없이 자주 소집해 많은 말을 하는 상사라면 후배들이 당신을 향해 ‘회의주의자’라고 속닥댈지도 모른다.

‘일취월장(日就月將·나날이 다달이 자라거나 발전함)’이라는 사자성어를 직장인들은 전혀 다른 뜻으로 쓰기도 한다. 요즘 직장인들은 ‘일취월장’을 본뜻으로 쓰기 보다는 ‘일요일에 취하면 월요일에 장난 아니다’라는 뜻의 은어로 더 많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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