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한중수교 30주년 행사…中엔 케이크도 없었다[기자수첩]

10년전 시진핑 직접 찾았지만 올해는 장관이 대독
한국선 건배행사…중국선 "자리 이동 자제" 안내
기로에 놓인 한중관계…다름 인정하고 발전해 나가야
  • 등록 2022-08-25 오후 3:42:47

    수정 2022-08-25 오후 7:38:05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중국 수도 베이징에 위치한 800년 역사의 황실 정원 ‘댜오위타이(釣魚臺·조어대)’. 지난 1992년 8월 24일 한중 수교 서명식이 열린 역사적인 곳에서 30년 만에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이 열렸다.

24일 조어대를 들어가는 순간까지 현장의 일부 기자들은 “혹시 깜짝 손님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래도 명색이 수교 30주년인데 외교부장(장관)만 참석할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깜짝 손님이 오면 현장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도 했지만 결국 기우에 그쳤다.

행사에는 그 흔한 케이크 커팅식도 없었다. 행사 초안에는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시간 한국에서 열리는 리셉션에서는 케이크 커팅식은 물론 수교둥이(1992년생)들의 건배행사도 진행됐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중국 행사장에선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자리를 이동하지 말아달라”는 안내 멘트까지 나오며 냉랭한 분위기였다. 10년 전 베이징에서 열린 수교 20주년 행사에는 차기 지도자로 사실상 내정됐던 시진핑 당시 국가부주석이 깜짝 참석했던 것과 대조되어 어쩐지 더 씁쓸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각각 외교수장을 통해 축사를 전달하며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함께했다. 그러나 축사에는 한중이 현재 겪고 있는 갈등도 드러났다. “양국은 장애를 배제하며 우정을 다져야 한다”(시진핑), “양국이 상호 존중 기반에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윤석열).

공자의 ‘삼십이립(三十而立)’이란 말처럼 사람이 서른이 되면 하늘을 떠받치고 땅 위에 우뚝 서는 기재를 갖춰야 하는데 양국의 미래는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베이징에 거주 중인 한 교민은 “베이징 어디서도 수교 30주년을 느끼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식 행사가 축소됐다고 하지만 한인타운 왕징은 물론 심지어 대사관에도 플래카드 하나 없었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 될 정상 간의 만남도 요원한 상황이다.

한중 관계는 30주년을 맞아 미·중 패권 경쟁 구도 속에서 안보·경제 분야 발전의 기로에 놓였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박진 한국 외교장관의 ‘화이부동(和而不同·다음을 인정하고 조화를 이룬다)’이란 언급에 ‘군자신이성(君子信以成·군자는 믿음으로써 이룬다)’이란 말로 화답했다. 양국은 분명히 다른 점이 많지만 또 함께해서 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두 장관의 말처럼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고 신뢰와 협력을 구축하는 관계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왼쪽부터)김한규 21세기 한중교류협회장, 박진 외교부 장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임채정 한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 위원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한· 중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케이크 커팅식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왼쪽부터)정재호 주중대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에서 열린 한· 중 수교 3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식사 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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