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변동금리 비중 높은 이유…한은 "MBS·커버드 본드 발달 안 돼"

한은, 출입기자단 워크숍 '변동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
장기자금 조달 활발한 나라, 변동·고정금리차 적어
"대출은 고정금리가 당연하다는 인식도 차이 나"
韓 전세·신용대출이 높아진 점도 '변동' 비중 키워
  • 등록 2022-09-27 오후 3:22:38

    수정 2022-09-27 오후 6:26:00

김인구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변동금리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과 안심전환대출의 효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한국은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우리나라 가계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은행의 장기자금 조달이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이 27일 출입기자단 워크숍을 통해 발표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구조적 원인’에 따르면 7월 신규취급액 및 잔액 기준 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은 각각 82.3%, 78.4%로 지난 5년(2017~2021년) 평균 수준(66.2%, 68.5%)을 상회한다.

변동금리는 주로 코픽스, 6개월물 은행채 등 단기 지표 금리에 연동돼 3개월·6개월·1년마다 금리 수준이 변동되는 대출을 말한다. 고정금리는 은행채 5년물 등 장기 지표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되는 금리를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선 만기 때까지 100% 고정금리가 아예 없고 3년·5년 고정후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혼합형 대출’이 일반적이다. 이는 취급시점에는 고정금리로 분류되나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시점부턴 다시 변동금리로 분류된다. ‘혼합형 대출’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영국 등에서도 흔한 대출 상품이다.

일단 한은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이유에 대해 은행이 주택저당증권(MBS), 커버드본드 등 장기자금조달이 활발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즉, 수요 측 요인보다 공급 측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의 평균 수신 만기 자체가 13개월을 조금 넘어서는 정도다. 예·적금의 수신 만기가 짧더라도 은행이 금융시장에서 장기간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간 격차를 낮춰 고정금리를 낮출 수 있다.

미국은 MBS 발행을 통해, 유럽은 250년의 역사를 가진 커버드 본드를 통해 수신 만기가 짧은 점을 보완하고 있다. 특히 독일 등에선 250년 동안 단 한 번도 커버드 본드 관련 부실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를 따라 캐나다, 호주 등이 뒤늦게 도입됐지만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발표를 맡은 김인구 한은 금융시장국장은 “해외 사례를 보면 금융기관이 자본시장을 통한 장기성 자금조달 상품으로 안정적인 장기자금을 확보할 경우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기준 고정금리 비중이 98.9%에 달하고 영국과 독일도 각각 91.4%, 89.5%로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순수 고정형 상품은 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론이 유일하다. 김 국장은 “국내 시중은행들도 과거 커버드본드를 몇 번 발행한 적이 있는데 연기금 등에서 이를 사줄 여력이 안 돼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커지면 은행들이 발행한 커버드본드 등이 시장에서 소화되면서 장기자금 조달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미국, 유럽 등도 절대 수치로만 보면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조금이라도 높을 텐데 왜 차주들은 더 높은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김 국장은 “차주가 선택할 수 있는 대출 상품 대부분이 고정금리이고 매번 바뀌는 변동금리보다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회적 인식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한국은행
은행이 취급하는 전세자금대출, 신용대출의 비중이 늘어난 점도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이유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초부터 꾸준히 상승, 7월 77.2%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 평균 65.2%를 상회한다.

변동·고정금리의 지표금리가 되는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된 부분도 변동금리 선택을 높였다. 올 들어 6월까지 가계대출 금리는 고정형이 0.95%포인트 오른 반면 변동형은 0.5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금리 인상기 과정에서도 변동금리가 유리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7월 이후엔 장기금리보다 단기금리가 더 빠르게 튀면서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졌다. 최근엔 국고채 3-10년물 기준으로 금리가 역전되기도 했다. 실제로 7월엔 고정형은 0.47%포인트 하락했고 변동형은 외려 0.35%포인트 올랐다. 장단기 금리차가 좁혀지다 못해 역전되면 될수록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더 유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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