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주 전에도 태아 성별 알 수 있어…헌재 “마땅한 부모 권리”

‘태아 성 감별 금지법’ 6대3으로 위헌…즉시 효력 발생
남아선호사상 쇠퇴…“성별과 낙태 관련성 이젠 없어”
“태아 성별 정보 접근 부모 권리까지 규제”
“제한 없는 허용보다 32주 기간 앞당겨야” 반대 의견도
  • 등록 2024-02-28 오후 4:54:24

    수정 2024-02-28 오후 7:07:52

[이데일리 박정수 기자]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 감별을 금지하는 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헌법재판소가 내렸다. 이에 해당 법 조항은 즉시 무효가 돼 앞으로 임신 주수와 상관없이 태아의 성별을 의료진에 문의할 수 있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
28일 헌재는 ‘태아 성 감별 금지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제20조 2항에 대한 위헌확인 사건에 대한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6대3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의 위헌 결정은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3명의 재판관은 위헌보다 헌법불합치 결정을 통해 국회에 개선 입법 시한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의료법 제20조 2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데에는 재판관 9명 모두 동의한 셈이다.

의료법 20조 2항은 의료인은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다.

성별 고지 금지 의료법 조항은 과거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여아 낙태를 막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하지만 2008년 헌재는 임신 기간 내내 성별 고지를 금지한 의료법 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이러한 결정 취지를 반영해 임신 32주가 지나면 성별을 고지할 수 있도록 대체 법안이 입법됐다.

이번 헌법소원 청구인들은 의료법 조항이 부모의 태아 성별 정보 접근권과 행복추구권, 의료인의 직업수행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2022년과 2023년 각각 헌법소원을 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헌법재판소
이영진·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형식 재판관은 “오늘날에는 전통 유교 사회의 영향인 남아선호사상이 확연히 쇠퇴하고 있고, 국민의식의 변화로 출생성비는 자연성비의 정상범위에 도달해 성별에 인위적인 개입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태아의 성별과 낙태 사이에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의 2023년 7월 5일 ‘2023 자녀·육아인식조사’ 주간리포트 조사에 따르더라도 전체 응답자의 59%가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고, ‘아들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의 응답은 34%에 그쳤다. 그리고 모든 연령대에서 ‘딸이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따라서 다수 의견의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이 임신 32주 이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행위를 태아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낙태 행위의 전 단계로 취급해 이를 제한하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특히 “태아의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 방지라는 입법목적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낙태로 나아갈 의도가 없는 부모까지도 규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규제의 필요성과 범위를 넘은 과도한 입법으로서, 필요최소한도를 넘어 부모의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합하지 않고, 부모가 태아의 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필요 이상으로 제약해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소장과 이은애·김형두 재판관은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 없이 허용하기보다 32주라는 현행 제한 기간을 앞당기는 게 맞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종석·이은애·김형두 재판관은 “우리 사회에서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므로 국가는 낙태로부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책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며 “태아의 성별 고지를 앞당기는 것으로 개정함으로써 침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단순 위헌결정을 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 보호를 위한 수단을 대안 없이 일거에 폐지하는 결과가 되므로 타당하지 않다”며 “태아의 성별 고지를 제한할 필요성은 계속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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