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대책에 쏙 빠진 공공의료…거리로 나온 의사들 왜

메르스·코로나19 감염병 최일선서 방어했지만
20년째 이전 추진만하다 이번엔 예산 삭감 성토
  • 등록 2023-01-31 오후 6:05:25

    수정 2023-01-31 오후 6:05:25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정부가 필수의료 대책을 발표하던 날 오전, 국립중앙의료원(NMC) 의사들은 거리로 나왔다. 영하를 밑도는 날씨에도 이대로는 안 된다며 9명의 전문의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만난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축소한 예산으론 국립중앙의료원의 미충족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이 기재부의 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사진=이지현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에 대응하며 공공의료 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졌고 점점 주기가 짧아지고 있는 해외 감염병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NMC등은 협의를 통해 본원 8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로 신축 사업비를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 기재부는 본원 526병상 등 총 760병상 규모로 줄여 최종 통보했다. 사업비는 1조2341억원에서 1조1726억원으로 줄었다. 병상 규모만 보면 27.6%나 축소됐다. 기재부는 수도권 진료권에 병상이 과잉 공급됐고 NMC 병상 이용률도 저조한 점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이소희 협의회장은 “낮은 병상 이용률의 경우 2015년 메르스에 대응하며 환자들을 내보내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의 역할에 집중했고 이후 환자가 다시 돌아오기 전의 시기를 근거를 든 것 자체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공공병원 대부분이 감염병 대유행 상황에선 그동안 치료받던 환자까지 내보내며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감염병 상황이 종료되더라도 병원은 이전 상황으로 바로 회복하지 못했다.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나간 환자들이 다시 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감염병 상황 이후 병원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국립의료원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를 기준으로 예산삭감을 해 의료진들은 더는 제2의 코로나, 제3의 코로나에 대응하는 것에 회의감이 드는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6·25 전쟁 이후 외국의 원조를 받아 1958년 개원해 한 때 840병상까지 운영하며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가중심 병원 역할을 해왔다. 이후 시설 노후화로 2003년부터 병원 이전을 추진해왔다. 20년째 추진만하다 보니 그동안 시설이나 인력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안나 협의회 대변인(중앙난임·우울증상담 센터장)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산모들이 다른 병원에서 거절당해 우리병원에 모두 왔지만, 이렇게 낳은 신생아들이 신생아 중환자실도 인력도 없는 병원 상황에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야 했다”고 당시 어려움을 털어놨다.

오는 3월이면 병원 설계에 들어간다. 그러면 기재부의 예산 삭감으로 본원 526병상의 병원에 그치게 된다. 조필자 국립중앙의료원 총동문회장은 “모병원인 본원은 고위험 감염병 환자 외에 투석, 임산부, 소아 등 특수병상 대응 능력을 평소 갖춰야만 감염병 위기에서 제때 진료할 수 있다”며 “의료적 재난 상황 시 의료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진료권 내 병상 수라는 산술적인 기준으로 규모가 결정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독일과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는 감염병전문병원 본원을 1700∼3000병상 규모로 유지하고 있다. 조필자 회장은 “국가적 미충족 의료 대응의 중추적 기능과 최후의 보루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정부의 적정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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