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금융위원장이 되느냐는 정말 중요합니다. 전체적인 정책 방향은 비슷하지만, 장관의 스타일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는 속도, 디테일이 달라질 수 있고요. 이런 정책의 디테일에 따라 시장이 출렁일 수 있습니다. 금감원 등 관계기관과의 협력 관계도 금융위원장 스타일에 영향을 받습니다.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인 김 후보자는 제가 2016년에 정부세종청사 경제부처를 출입할 때부터 지근거리에서 본 공직자인데요. 관가에서는 ‘에이스’로 소문난 사람입니다. 행시 37회, 1971년생으로 이번에 청문회를 통과하면 역대 최연소 금융위원장이 됩니다.
샤이한 김주현 위원장과 스타일이 달라 금융위 변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됩니다. 이복현 원장의 서울대 경제학과 1년 선배인 김 후보자와 이 원장 간 케미가 어떨지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김 후보자의 이모저모와 향후 증시 정책에 미칠 영향을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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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는 김병환 후보자는 ‘격의 없이 소통하고 나이스하게 일하는 사람’ 그리고 ‘현 정부에서 밸류업 인센티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공직자’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왜 격의 없이 소통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는지부터 제 경험을 말씀드릴게요.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공시를 놓고 업계 간 이견이 좀 있었거든요. 회계업계는 회계투명성, 국제기준에 맞춰 ESG 공시를 원안대로 가자는 입장이었고, 산업계는 ESG 공시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었거든요. 그때 금융위에서도 결론이 안 났을 때 기재부가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할 때가 있었거든요. 그 당시 이 중책을 맡았던 게 김병환 후보자였습니다.
당시 김 후보자한테 ‘ESG 공시 시점, 내용, 속도, 강도 등을 놓고 이견이 많은데 어떤 입장인지’ 물었거든요. 저는 장황하게 어떤 설명을 하거나 ‘신중 검토’로 뻔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김 후보자의 첫 마디는 “최 기자의 생각은 어떤가요, ESG 공시 어떤 게 문제입니까”라고 되묻더라고요. 그때 제 생각을 얘기했는데요, 통상적인 공무원들과 달리 경청하고 격의 없이 소통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금융위를 둘러싼 여러 쟁점 정책들이 많습니다. 당국과 시장 간 입장 차이가 있고요. 야당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본인 스타일대로 언론, 시장, 국회 그리고 국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한다면 이견은 줄고 과제들은 매끄럽게 처리될 수 있지 않을까요.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할까요?
△통과할 거라 봅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 이상 공무원은 매년 재산등록 의무가 있습니다. 매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이듬 해 2월 말까지 공직윤리시스템을 통해 본인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정기 재산 변동 신고를 해야 합니다. 매년 재산 신고를 해왔기 때문에 그동안 청문회 단골 메뉴였던 재산 논란은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후보자는 본인과 가족 재산으로 총 6억3313만원을 신고했습니다. 국회에 제출된 임명동의안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배우자, 모친 등과 함께 5억원의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아파트 전세권과 자동차(2016년식 RX350·2011년식 소나타 하이브리드), 1억2910만원의 예금, 3억6800만원의 채무 등을 신고했습니다.
최근에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후보자가 기준보다 많은 근로소득이 있는 배우자를 부양가족으로 포함시켜 인적공제를 받았다고 지적했는데요. 김 후보자가 배우자를 인적공제 대상으로 올려 돌려받은 세금은 100만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후보자의 배우자가 정기적인 수입이 있던 것이 아니고 단기적으로 일을 해와서 착각을 했던 것”이라며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내용을 확인해 문제가 되는 세금은 다시 납부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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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후보자가 공식적으로 지명받기 전인 지난주 수요일 밤에 김 후보자와 통화를 했는데요. 그때 김 후보자는 금투세 폐지, 상속세 완화, 밸류업 활성화를 자본시장 3대 과제로 제시하고 강력 추진을 예고했습니다.
김 후보자는 이러한 과제에 대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한 취지”라며 “기업의 밸류업 참여를 유도해 주가 디스카운트를 없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논리와 시장의 힘으로 밸류업을 성공시키겠다”고도 강조했고요.
물론 이게 세법이니까 기재부 그리고 국회 상임위로는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내용인데요. 그럼에도 이 정책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법인세, 상속세, 배당소득세를 건드는 내용이니까 시장 영향이 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시장의 반응을 듣고 관련 총의를 모이는 것은 금융위가 할 일이잖아요. 김 후보자가 밸류업 인센티브를 잘 아는 만큼 잘 추진할 것이라는 시장 기대도 큰 상황입니다.
-금투세는 어떻게 될까요?
△지난 주 금요일에 김병환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사무소로 첫 출근하는 날, 기자들이 정말 많이 모였습니다. 현장 취재를 가보니 9시반 브리핑인데 100명 가까이 취재진이 몰렸고, 바닥에 앉아서 노트북을 펴놓고 워딩을 치는 기자만 50명 가량 됐습니다. 김 후보자는 30분 가량 기자들 질문이 끝날 때까지 거의 다 질문을 다 받고 꼼꼼히 답변을 했는데요.
한 기자가 ‘금투세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거든요. 그러자 김 후보자는 “제가 1차관으로 있으면서 세제를 담당했다. 기본적으로 자본시장 활성화 그리고 기업과 국민이 상생하는 이런 측면을 봤을 때 지금 금투세를 도입하는 건 분명 자본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투세 폐지가 필요하다”고 뚜렷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물론 반발은 큰 상황입니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1월 원안 처리 입장을 밝혀왔잖아요. 다만 지난 10일 이재명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 “시행 시기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시행 유예를 시사했습니다. 기재부는 이달 말에 금투세 폐지를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요. 민주당이 8·18 전당대회 이후에 금투세 관련해 어떤 입장을 최종 확정할지 등 앞으로 시장 반응과 민심 향배를 계속 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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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주 수요일에 밸류업을 위한 세제혜택 3종 세트가 공개됐잖아요. 밸류업 기업에 법인세액공제, 배당금 증가금액 등에 대한 저율 분리과세,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및 가업상속공제 한도 확대 등인데요. 이같은 밸류업 세제혜택 3종 세트를 설계하고 총괄한 게 김병환 후보자입니다. 기재부 1차관으로서 참여한 이같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발표를 마치고 난 다음 날에 금융위원장 후보자에 지명된 것이거든요. 김 후보자는 지난주 금요일에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주주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게 만들었기 때문에 아마 이전에 했던 조치보다는 훨씬 더 인센티브로 작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정부가 발표한 안을 국회에서 설득하고 통과시키고 하는 게 중요하다.”
이같은 정책 발표 이후 증시 반응은 좋은 상황입니다. 올해 금융위 등이 밸류업 정책을 확정·발표하면 증시는 하락하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번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이후 증시는 상승세입니다.
-김 후보자가 공매도 관련해서도 입장을 밝혔지요?
△김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으로 취임할 경우 ‘공매도 재개’는 임기 중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는데요. 왜냐면 공매도 전면재개 시점과 수위를 놓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정부·여당이 지난달 13일 민당정협의회를 공매도 제도개선 최종안을 확정하고 내년 3월30일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그당시 브리핑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의 멘트가 “내년 3월31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김 부위원장은 ‘내년 3월31일 예외 종목 없이 공매도가 전면재개 되는지’ 묻는 질문에는 “지금 명확히 말씀드리기는 쉽지 않다”며 “상당한 수준의 공매도가 재개될 것이란 정도로 이해해달라”고 답했습니다.
김병환 후보자 발언 수위도 비슷한데요. 그는 공매도 관련해 지난주 금요일에 기자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습니다.
“내년 3월까지 시스템을 잘 갖춰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조치를 한 뒤에 다시 재개하고, 이런 부분을 나중에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하고 충분히 얘기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시장 불신을 해소하고 불공정한 거래를 차단하려는 조치가 바로 제도개선이거든요. 제도개선 내용은 크게 4개 골자로 상환기간 조정, 담보비율 조정,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공매도 공시 강화인데요. 이게 모두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하는 내용입니다. 국회가 이걸 제때 못할 경우에 공매도를 내년 3월31일 재개하는 것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 반발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습니다. MSCI는 최근 연례 시장 접근성 리뷰에서 한국의 공매도 접근성에 관해 ‘플러스’(+)에서 개선이 필요한 ‘마이너스’(-)로 바꿨잖아요. 공매도 금지가 계속될수록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김 후보자가 국회, 개인투자자, 해외 투자자, MSCI 등 국내 안팎으로 공매도 이견을 잘 풀지도 관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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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후보자는 지난 주 금요일에 기자들과 만나 ‘불허 상태인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입장’에 대해 질문을 받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 안착시키는 게 중요하겠다”며 “ETF는 짚어봐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이달 19일 시행되니까요, 법 시행 이후를 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표한 것인데요.
가상자산 현물 ETF는 미국 상황도 함께 봐야 합니다. 트럼프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를 직접적인 상거래 결제수단으로 전면 허용하겠다고 밝혀서요. 올해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는데 솔라나 현물 ETF를 승인할지 여부가 관심사이잖아요. 그리고 솔라나 이외의 알트코인 기반 가상자산 현물 ETF도 승인할지도 관건이고요.
이게 자산시장에는 기회가 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민주당은 이를 승인하겠다는 총선 공약을 낸 상황이고요. 내년 1월에 가상자산 과세가 처음으로 시행되기 때문에 연말에 관련 논의를 해야 하는데, 금융위가 하반기에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여부에 대해 어떤 입장을 정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