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최대노조 “연공급 임금체계 바꿔 청년층의 정년 연장 반발 줄여”

[고령 근로자도 당당한 일본에 가다]②정부 신뢰한 일본 노조
日최대 노조연합단체 ‘렌고’ “초기 연공급 두고 격렬한 논의”
“천천히 임금체계 변화 유도…단기적 성과보다 올바른 방향성 신뢰”
“정부 정책 항상 반발 상책 아냐…대화 통로 늘 유지해야”
  • 등록 2023-11-21 오후 12:00:00

    수정 2023-11-21 오후 7:20:50

[도쿄=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우리나라에서 정년 연장은 노동계와 경영계가 격렬하게 충돌하는 주제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연차가 쌓일수록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연공급’이 아직도 다수 기업의 임금체계이다. 이에 정년 연장이 곧 신규 채용의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세대 갈등으로 번지기 일쑤다.

지난 16일 일본 노동조합 총연합회 ‘렌고’의 사이토 국제종합국장(가운데)이 일본의 고령자 고용대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
그러나 일본은 이미 60세 정년 이후 65세까지 일 하기 원하는 근로자가 계속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령자가 노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Rengo)의 성숙한 태도도 빛을 발했다.

‘렌고(Rengo)’는 1989년 결성된 일본 최대 노동조합이다. 올해 10월 기준 47개의 산업 단체와 47개의 지역 연맹의 총 조합원 수는 약 700만명에 달한다. 또 일본 정부의 노동, 복지 관련 300여 개의 심의회에도 참여해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견 개진도 하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 도쿄 렌고 사무실에서 만난 사이토 료 렌고 국제종합국장은 “일본에서도 연공급을 없애는 것에 대한 격렬한 논의가 있었다”며 “고령자와 청년층이 연공급 존폐 여부를 두고 갈등이 극심해 노조 내부에서도 합의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일본 노동계는 연공급의 불합리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대신 임금체계의 변화는 천천히 이뤄지도록 했다. 사이토 국장은 “기존 기득권이 급하게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없어지도록 하는 ‘격변완화조치’가 임금체계 개편할 때 활용됐다”며 “5~10년 동안 임금체계가 천천히 변하도록 해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통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특히 렌고는 이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고령자가 계속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성을 믿었다. 사이토 국장은 “정년 연장이 근로자에게 가장 이익이 되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곧바로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라며 “무조건 단기적으로 해야 한다기 보다 올바른 방향성을 설정해 오랜 기간을 통해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60세 정년 이후 매년 재계약을 통해 65세까지 일하는 방식인 ‘계속고용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정년 연장이나 폐지를 도입한 기업보다 많다. 그러나 최근엔 정년 연장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직책정년제 등 직능급 전환이 정착하면서 기업의 부담이 줄고, 오랜 기간의 정책 추진으로 고령자가 정년 연장을 통해 업무 동기 부여를 받는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렌고는 이제 70세까지 일 하고 싶은 근로자가 노동법의 보호를 받으며 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는 기업에 70세까지 고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노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렌고는 기업이 프리랜서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방안으로 70세까지 고용하는 방안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렌고는 이 같은 중요한 노동 과제를 앞두고 노동계가 정부와의 대화할 수 있는 통로는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토 국장은 “노조와 정부의 관계는 맞는 것은 맞고 다른 것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관계”라며 “정부의 정책에 대해 항상 반발하는 게 상책이 될 수 없고, 정부와 대화할 수 있는 통로는 꼭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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