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2022년부터 푸틴과 접촉 중"…美 안보 우려

WSJ "머스크, 푸틴 및 주변 고위 관리들과 소통"
세계적 갑부와 美 적대국 정기적 접촉 의혹 제기
머스크 소유 스페이스X, 美 군사·정보기관과 밀착
  • 등록 2024-10-25 오후 3:37:06

    수정 2024-10-25 오후 3:37:0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세계적인 억만장자이자 미국 우주 산업의 핵심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2022년 말부터 정기적으로 연락을 취하며 접촉해온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 내에서 보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 CEO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로이터)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머스크는 2022년 말부터 푸틴 대통령 및 주변 고위 관리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기엔 머스크와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로 꼽히는 세르게이 키리옌코 대통령실 제1부실장과의 대화도 있었다고 한다. 다만 구체적인 연락 방법은 공개되지 않았다.

여러 미국, 유럽 및 러시아의 현직 및 전직 관리들에 따르면 머스크와 푸틴 대통령의 대화는 개인적인 주제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및 지정학적 긴장에 관한 내용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가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이끄는 머스크에 적대적 행동을 자제하라고 압박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스페이스X는 전 세계 80개국 이상에서 위성을 사용해 고속 인터넷을 제공하는 스타링크라는 통신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방인 중국을 위해 머스크에게 대만 상공에서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출시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WSJ은 전했다. 대만은 스페이스X에서 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스타링크를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크림반도에서 스타링크를 사용하려하자 머스크는 “평화적 사용만을 위한 것”이라며 승인하지 않았는데 이 기간 러시아 측에서 머스크에 몇 차례 압박을 가했다고 WSJ은 전했다. 머스크가 러시아의 압박에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사용을 제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올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 캠페인을 지지하는 핵심 인물로 떠올랐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푸틴 대통령을 고립시켰지만, 머스크와의 대화는 러시아 지도자와의 재교류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주요 분쟁에 대해 합의를 모색하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의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WSJ은 내다봤다. 머스크가 최근 트럼프 캠페인에 점점 더 많이 관여하고 있고 미국 대선이 2주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될 수도 있다고도 짚었다.

동시에 러시아가 미국의 주요 적대국 중 한 곳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두 사람의 접촉은 미 행정부 일각에서 잠재적인 국가 안보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머스크는 미국 군사 및 정보기관과 깊은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의 민감한 우주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머스크 소유의 스페이스X는 2021년에 18억 달러 규모의 기밀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 국방부와 NASA의 주요 로켓 발사 업체로 활약 중이다. 머스크는 특정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보안 허가를 받기도 했다.

WSJ은 머스크와 푸틴 대통령의 접촉은 미 행정부 내에서도 극비 사항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러 백악관 관리들은 이러한 접촉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 측은 머스크와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머스크와 한 차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우주와 미래 기술에 대해 논의한 것이 유일한 대화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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