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몰린 尹대통령…탄핵이냐 하야냐

野 6당, 尹 탄핵소추안 발의
尹거취 불확실성 속 국정 표류 우려
마비된 참모기능…국무위원 다수 반대에도 계엄 강행
  • 등록 2024-12-04 오후 3:55:33

    수정 2024-12-04 오후 6:49:13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정치적 자해로 끝났다. 비상계엄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일거에 뒤집으려 했으나 결국 최악수였다. 윤 대통령은 하야 또는 탄핵을 고심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추가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는 장면이 방송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르면 6일 탄핵 표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6당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탄핵소추안은 5일 새벽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에 부쳐진다. 야당 계획대로라면 이르면 6일 새벽 윤 대통령 탄핵 소추 표결이 이뤄진다는 뜻이다. 야당은 이번 탄핵소추안이 부결된다면 10일 정기국회 종료 후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일단 탄핵소추안이 표결에 부쳐진다면 가결 가능성이 작지 않다. 대통령 탄핵을 위해선 재적 의원 과반수(151명)가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3분의 2(200명) 이상이 여기에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서 야당 의석은 192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 8명 이상 이탈한다면 탄핵 가결을 막을 수 없다. 전날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서 여당에서도 의원 18명이 찬성한 것에 비춰볼 때 탄핵 표결에서도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당적이 사라진다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핵 부담감도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소추안 가결 후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與서도 ‘질서 있는 퇴진론’ 나와

탄핵에 앞서 윤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을 향해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 직무에서 손을 떼는 것이 국민과 나라가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질서 있게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급 이상 대통령실 참모들에 이어 국무위원 전원도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것만으론 야당이나 민심을 달래기 역부족이라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다만 야당이 윤 대통령의 내란죄 혐의를 거론하는 상황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거취를 정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윤 대통령의 진퇴가 분명하지 않은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국정은 동력을 잃고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주 예정됐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방한이 무기한 연기된 게 일례다. 일선 부처에서도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4일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하고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수습책을 고심하는 걸로 알려졌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금으로선 관련자를 문책한 후 윤 대통령이 물러나는 질서 있는 퇴진이 최선이다”며 “이를 거부하면 탄핵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고립’ 위기 속 비상계엄 감행했나

윤 대통령이 민주화 후 첫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오판을 했던 데는 야당의 입법·탄핵 공세에 대한 묵은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에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일이 30차례 반복되면 양측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도 야당 우위 국회를 겨냥해 ‘반국가 행위’라는 표현을 썼다.

최근 국회 상황은 대통령실의 정치적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당정 관계가 악화하면서 재의결을 통해 거부권이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10일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재의결을 합두고 친한계(친한동훈계)가 이탈표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던 차였다. 여기에 야당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를 예고한 것도 윤 대통령이 악수를 두게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야당이 특별활동비·예비비 등을 대폭 삭감하고 (정부 주요인사에 대한) 탄핵이 동시다발로 이뤄지지 않았나. 그것에 대한 국정 무력감이 매우 컸던 것 같다”며 “윤 대통령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각과 대통령실의 참모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진 대부분은 3일 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읽기 전까지 비상계엄 준비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담화에 앞서 기자들이 내용을 묻자 참모진 다수가 “알지 못한다”고 했다. 국무위원들도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직전까지 회의 안건을 인지하지 못했고 회의가 열린 후에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포함한 다수가 계엄 선포를 반대한 걸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소수의 건의에 따라 비상계엄을 강행했다는 게 여권 전언이다. 이는 명분도 준비도 부족한 비상계엄이 ‘두 시간 천하’에 그친 원인으로도 꼽힌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은 굉장히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결정을 내렸다”며 “엄청난 자충수를 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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