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는 200억원을 쏟아부은 배우 출신 감독의 영화로는 최대 규모의 작품이다. 연기 인생 30년 가까이 정상의 자리를 지키며 ‘오징어 게임’으로 글로벌 스타로 부상한 이정재의 첫 연출 영화다.
‘헌트’는 안기부 내 숨어든 간첩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의심하는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 두 인물의 심리전을 구심으로 흘러간다.
국가의 일급 기밀 유출 문제로 안기부가 위기에 처하고 망명을 신청한 북한 고위 관리로부터 남파 간첩이 있음이 드러난다. 안기부 요원인 박평호와 김정도는 간첩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서로를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수사망을 좁혀가던 중 뜻밖의 실체에 맞닥뜨리게 된다.
영화에는 5.18 민주화 운동·이웅평 귀순 사건·아웅산 테러 사건 등 그 당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들을 재해석해 서사의 재료로 삼는데, 첫 연출작에 실제 사건들을 모티브로 가져오면서 장르적으로 풀어낸 감독의 과감한 선택이 흥미로운 팩션영화를 탄생시켰다.
다만 영화 후반부에서 박평호와 김정도의 행동의 동기가 즉흥적으로 묘사되며 개연성에 힘이 빠지는 측면이 있다. 이를 친하다 못해 ‘부부’로 불릴 만큼 가까운 이정재와 정우성이 두 인물을 연기한 덕분에 느슨해진 연결고리를 커버할 수 있었다.
‘헌트’는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1999) 이후 23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춘 영화다. 이정재는 연출을 하면서 동시에 주연을 했는데 빼어난 연출로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듯하다. 정우성은 강직하면서도 과거에 대한 회한과 무게를 짊어진 인물로, 등장인물 중 가장 매력적으로 그려지는데 피사체에 대한 감독의 애정이 느껴진다.
감독 이정재. 러닝타임 125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8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