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에 원·하청 따로 없어”…협력업체 안전위해 팔 걷어붙인 대기업

[산재 예방하는 위험성 평가]③대·중소기업 협력은 어떻게
“안전부터 보건까지 본사 지원과 협력업체 직원 구분 없어”
소통채널 구축하고 설문조사도 진행…“자유로운 소통이 핵심”
감정노동 상담부터 고령근로자 검진까지…“위험보는 눈 키워”
  • 등록 2023-07-10 오전 5:00:00

    수정 2023-07-10 오전 5: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안전은 원·하청이 따로 없습니다. 어떤 근로자든 이곳에서 다치지 않고, 아프지 않게 하겠다는 게 제1의 안전 원칙이자 경영 원칙입니다.”

지난 5일 만난 롯데쇼핑의 한정희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장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위험성평가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위험성 평가는 노·사가 참여해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함께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해 근로자의 사망·부상·질병을 예방하는 제도다.

지난 5일 서울 광진구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에서 김영종 안전관리자와 조해숙 보건관리자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윤석열 정부는 규제를 나열하고 못 지키면 처벌하는 현재의 산재 감축 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위험성평가를 산재 감축 정책의 중심에 두기로 했다. 다만 위험성평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인력과 예산 등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과는 달리, 대다수 영세 중소기업들이 이행하기에는 까다롭고 복잡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역량이 충분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수준을 높일 수 있도록 운영하는 상생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대시티점은 협력업체가 충분히 안전보건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상생협력 우수사업장으로 선정됐다.

김영종 건대스타시티점 안전관리팀 리더는 “백화점은 특성상 90% 이상이 협력업체 직원”이라며 “입점해 있는 브랜드직원부터 보안, 시설관리, 미화, 포스, 쓰레기처리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수시로 사업장 내 위험요인을 얘기할 수 있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하면서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건대스타시티점에서 진행한 안전보건 관련 설문조사 과정에서도 직원들의 자유로운 소통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인 보안 담당 부서 직원들도 편하게 안부를 묻고, 근무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한 협력업체 직원은 최근 회사에서 진행한 비만 클리닉 행사 참여 후 다이어트를 시작한 경험을 들려주기도 했다.

건대스타시티점은 근로자들의 안전뿐 아니라 보건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었다. 조해숙 보건관리팀 리더는 “백화점 내 감정노동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비만과 금연 등 건강 증진 행사도 협력업체 구별 없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미화 등에 종사하는 고령의 근로자들을 위한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건강관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방문한 서울 광진구 롯데백화점 건대스타시티점 내부에 근로자의 문의사항에 대한 답변이 게시되어있다.(사진=최정훈 기자)
위험성평가 정착의 성패가 사내 근로자들뿐 아니라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자발적이고 협력적인 참여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많다. 건대스타시티점은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리더의 자세와 어떤 근로자든 요구를 하면 바뀐다는 인식이 근로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핵심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의 위험성평가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위험요인을 감지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김영종 안전관리팀 리더는 “들기 어려운 쓰레기통을 교체하거나 무거운 자물쇠를 편하게 옮길 수 있는 카트까지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작업 방식의 개선을 자유롭게 요구하면 최선을 다해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또 안전보호구 등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찾기 힘든 여러 안전보건 관련 정보도 공유하는 등 서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니 안전 수준이 확연히 올라갔다는 걸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