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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현아·박철근·장순원·김정유 기자]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내 이동통신사 CEO들과 만났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통사들이 최근 중국 화웨이로부터 5세대(5G) 통신장비를 도입하는 건과 관련, 국내 통신장비산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CEO에 직접 전달했다. 이틀 후인 19일엔 IT(정보기술)서비스·보안 등 SW(소프트웨어)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애로 사항을 청취했다. 프로젝트가 나올 때마다 야근이 몰릴 수밖에 없는 SW업계 특성을 반영한 보완대책 마련을 시사한 것이다. 유 장관은 “공공 IT서비스 사업의 적절한 대가가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에 협조를 요청했다”며 “실태 조사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1기 장관들이 정책 수요 현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직접 정책 수요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행보다. 최근 연이은 경제지표 악화로 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에서 이 같은 장관들의 현장행보는 정책 대응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모습들이 현장 의견의 정책 연계보다는 단순 ‘생색내기’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어 장관들의 현장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23일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올 1분기 71%이었다. 이는 2009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였다. 사실상 공장 10곳 중 3곳의 생산이 멈췄다는 의미다. 고용 측면에서도 취업자 증가폭이 지난 5월 10만명선까지 무너지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도 최근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들과 규제개선 분야 현장을 돌고 있다. 김 부총리는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소상공인 매장들을 방문해 직원들과 최저임금 인상, 현장 체감경기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0.9%라는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만큼 정책의 현장 안착을 위해 직접 나선 것이다.
사회부처 장관들 역시 최근 갈등 현안들이 많은 만큼 직접 현장을 찾아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전국 9개 주요도시에 현장노동청 10개소를 설치,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김 장관은 “현장노동청은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제 개편 등 고용노동 현안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현장의 우려와 애로를 충분히 듣고 정책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노동청은 17일 동안 2989건의 제안을 접수하는 등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았다. 이는 고용부와 각 지방고용노동청에 들어오는 연간 제안의 3배 수준이다. 또한 지난해 제안 상당수가 정책과 제도 개선에도 반영됐다. 현장노동청에서 제안한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업종 확대 의견의 경우 정책 대상을 성장유망업종에서 전체업종으로 확대하고 지원금액도 667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리는 성과가 있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집회 현장을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 정 장관은 지난 7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린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시위’에 참석, 관련 소감을 SNS에 올렸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해당 시위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하하는 발언이 나왔던 만큼 관련 행사를 정 장관이 지지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 하루 만에 약 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중기부를 둘러싼 분위기도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의 최근 주요 현안에서 중기부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홍 장관의 현장행보도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홍보에만 그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천 소재 자동차부품 협력사 A사 대표는 “홍 장관이 현장방문을 아무리 많이 해도 우리 이야기를 반영해주지 않으면 실효성은 없다”며 “중기부 장관이면 보다 우리의 입장에서 여러 의견들을 청와대에 전달해주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