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공연법 개정안으로는 '암표' 해결못한다

  • 등록 2024-01-10 오전 5:35:00

    수정 2024-01-10 오전 5:35: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암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새해 첫날, 가수 장범준은 자신의 공연에 암표가 판을 치자 콘서트 예매분 전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3일부터 거의 한 달간 서울 마포구의 한 소극장에서 총 10번에 걸쳐 공연할 예정이었다. 이후 장범준은 ‘추첨’을 통해 티켓을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추첨에 뽑힌 관객은 공연 티켓을 현장에서 구매하게 했다.

임영웅도 최근 암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 또한 오는 19~21일 경기도 고양시에서 열리는 ‘아임 히어로 투어 2023’ 공연의 티켓 일부 예매(118건) 건을 강제 취소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온라인 사이트에는 이 공연의 VIP석 티켓(정가 16만 5000원)을 100만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현행법상 암표는 경범죄에 해당한다. 공연이나 운동경기 등 좌석을 정상가에 구매해 비싼 가격에 되파는 것을 ‘암표’라 한다. 경범죄처벌법 3조에는 “흥행장, 경기장, 역, 나루터, 정류장, 그 밖에 정하여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거나 승차 또는 승선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승차권 또는 승선권을 다른 사람에게 되파는 행위”를 암표로 정의한다. 적발되면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은 문제가 많다. 먼저 50년 전에 만들어졌다. 이제 존재하지도 않는 ‘나루터’를 예시로 들고 있을 정도다. 온라인으로 팔리는 암표에 관한 규정조차 없다. 현행법으로 온라인 판매자가 매크로 프로그램(단순반복적 작업을 자동으로 프로그램화해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을 이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로만 처벌이 가능할 정도다. 온라인상에 정가의 몇십 배로 부풀려진 암표들이 버젓이 거래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암표 거래 근절을 위한 정부의 인식과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암표가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3년간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신고된 암표는 2020년 359건에서 2022년 4224건으로 폭증했다. 암표 구매 경험이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에서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대의 경우 32.8%가 ‘암표를 구매해 본 적 있다’고 답했다.

정부도 공연법 개정안을 3월부터 시행해 암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개정안의 핵심은 매크로를 이용한 입장권 등의 부정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반할 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다.

문제는 개정안의 실효성이다. 개정안을 시행하기도 전에 이미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가는 방법이 등장해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방법은 간단하다. 세 명이 역할을 분담해 법안에 명시된 범죄 행위를 충족하지 않으면 된다. 한 명은 예매를, 다른 한 명은 판매, 나머지는 티켓을 전달하는 식이다. 범죄 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점도 문제다. 암표 등 티켓을 부정판매해도 고작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물을 뿐이다.

암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케케묵은 암덩어리다. 이 암표를 단번에 근절하기는 어렵다. 가수나 기획사 등 일부의 조치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도 암표 근절을 위한 시도는 계속해야 한다. 3월부터 시행하는 공연법 개정안은 그 시작이다. 또 개정법 시행 후에도 시장 흐름을 계속 살피면서 대응책을 꾸준히 마련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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