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관에서 온 편지]`노르매시`의 전우애는 계속된다

노르웨이, 한국전쟁 당시 야전병원 `노르매시`로 의료진 파견
1959년 공식수교 후 60년 넘게 굳건하고 긴밀한 관계
해양·조선, 양국 간 전통적 상호 `윈윈` 경제협력 분야
  • 등록 2023-06-09 오전 6:30:00

    수정 2023-06-09 오전 6:30:00

[김필우 주노르웨이대한민국대사관 대사] 오슬로 아케르후스 인근 연회장. 북유럽 특유의 은은하고 따뜻한 조명 아래 끊이지 않는 담소와 웃음소리. 갑자기 들려오는 귀에 익은 피아노 선율. 연회장 한 구석 피아노에 헐렁한 양복을 걸친 등 굽은 노신사의 뒷모습이 보인다. 첫 곡은 대한민국 애국가, 그리고 이어지는 아리랑. 참석자들도 하나둘 아리랑을 읊조리기 시작한다.

주노르웨이 한국 대사로 부임한 첫해 2021년 겨울, 노르웨이의 한국전 참전용사협회 연말행사의 한 장면이다. 노르웨이는 한국전쟁 당시 연 인원 623명의 의사, 간호사, 군인을 이동외과병원단(NORMASH·노르매시)으로 파견, 의정부와 동두천 등지에서 9만여명의 부상병과 민간인을 치료했다.

올해 91세인 참전용사는 이렇게 회고한다. “때는 1952년, 내 나이 20살. 노르웨이 군에서 해외 야전병원에서 복무할 사람을 찾는데, 병원은 한국에 있다고 한다. 생소한 국명이라 지도를 찾아보니 지구 반 바퀴는 돌아야 갈 수 있는 나라다”. 참전용사들은 오히려 당신들이 “한국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한다. “한국 근무는 6개월에서 1년 남짓, 그것도 벌써 70여 년이 지났는데, 한국정부가 매년 잊지 않고 참전용사들을 기억해 주어 너무도 고맙다. 세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한국의 눈부신 발전에 더욱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한국과 노르웨이는 이러한 우정과 전우애를 배경으로 1959년 공식수교했고, 60년 넘게 굳건하고 긴밀한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모범적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장한 대한민국은 평화, 민주주의, 인권, 법치의 나라 노르웨이와 가치를 공유하며 유엔 등 국제무대에서 협력하고 있다. 또 노르웨이에게 있어 한국은 아시아에서 중국 다음으로 큰 교역상대국이다. 한국인의 식탁에 노르웨이산 연어, 고등어, 브라운 치즈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슬로 시내에서는 한국산 자동차가 자주 눈에 띈다. 노르웨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오슬로 시내를 거니는 한국인에게 경계의 눈빛으로 “남한에서 왔느냐, 북한에서 왔느냐”고 묻는 노르웨이 사람은 이제 없다. 질문이라기보다 자신의 짐작이나 바람을 확인하는 듯한 “한국 사람 맞지요?”라는 첫마디 후 한국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지식을 자랑하며, 심지어 한국말을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수줍게 고백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들에게 영화, 드라마, K-pop, 음식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 한국산 자동차와 스마트폰은 이미 일상에 깊이 자리 잡은 듯하다.

해양·조선 분야는 양국 간 전통적인 상호 `윈윈` 경제협력 분야이다. 전 세계 선박보유 4위 국가 노르웨이는 그간 보유 선박의 30~50%를 한국에 발주해왔다. 한국 조선사들은 노르웨이 기업과 선급서비스 및 기술·설비 분야 등에서 협력하고, 자동차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수출품들이 노르웨이 선사 소유 선박에 실려 해외시장으로 운송된다. 그 밖에도 수소 산업, 신재생에너지, 디지털 전환, 공급망 및 북극협력을 포함한 새로운 영역에서 호혜적인 파트너십을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방산 분야 양국 간 협력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크다.

서로에 대한 미지(未知) 혹은 낯섦을 넘어 야전병원 노르매시에서 시작된 한국과 노르웨이 양국 간 인연은 이제 상호발전과 더 나은 세계를 위해 함께 기여하는 공감과 협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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