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신경영 비전] 테슬라의 가치

  • 등록 2020-07-23 오전 7:34:22

    수정 2020-07-23 오전 7:34:22

[이상훈 전 두산 사장·물리학 박사] 미국의 전기차 제조회사인 테슬라 주가가 화제다. 연초 대비 3배 이상 오르면서 테슬라는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동차 회사가 됐고 연일 급등하는 주가를 보면서 우리나라 투자가들 사이에서 지금이라도 테슬라 주식을 사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간 생산량이 도요타의 4%에 불과한 신규 브랜드이다 보니 지금의 주가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분석도 많은 게 사실이다.

과연 테슬라의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자동차 산업과 얼마나 달라질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현재 우리가 자동차를 구매할 때 사용하는 판단 기준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와 큰 차이를 보인다.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우리는 우선 안드로이드 폰을 살지 아이폰을 살지 정하게 된다. 운영 체계에 따라 작동법도 다르고 사용 가능한 앱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 폰에서 브랜드를 정할 때도 브랜드 별로 UI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한번 익숙해진 브랜드를 바꾸기 쉽지 않다. 이것이 스마트폰의 성능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었음에도 애플과 삼성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50% 이상을 계속 점유하고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구매할 때는 어떤가. 브랜드를 바꾸면 차를 운전하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지 않을까 봐 누구도 고민하지 않는다. 브랜드에 따라 대시보드 디자인이나 에어컨 버튼의 위치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그게 불편해서 같은 브랜드의 차를 고집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세계 5대 자동차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8%에서 12%까지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고 5개 회사의 점유율을 다 합해도 간신히 50%를 넘을 뿐이다.

미래에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판단 기준은 어떨까. 대부분의 차가 전기차에 자율 주행이 가능해져 핸들을 만지거나 가속페달, 브레이크를 밟을 일이 없어졌을 때 차를 작동하는 방법이 브랜드와 상관없이 대동소이할까. 차의 브랜드를 바꿔도 전에 차에서 사용하던 음악, 뉴스, 이메일과 화상 통화 앱을 똑같이 사용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미래의 자율주행 차량은 브랜드 별로 운영 체계나 UI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이고, 차를 구매할 때 이미 익숙해진 운영 체계를 버리고 새로운 브랜드의 운영 체계로 바꾸기가 쉽지 않게 될 것이다. 물론 자동차의 기본인 안전성이나 성능, 디자인 같은 요소도 선택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양산을 시작한 지 10년밖에 안 되는 테슬라가 보여주듯이 이런 요소들은 브랜드 간 빠르게 평준화될 것이다. 결국 미래에 자동차는 스마트폰처럼 선도 업체가 20%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말해 미래 자동차 업계의 선두주자는 지금 도요타보다 3배 이상 가치 있는 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된다 해도 테슬라가 반드시 미래 자동차 업계의 선도 업체가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설사 선도 업체가 된다 해도 주가가 지금 가격에서 3배까지 꾸준히 오를 것이란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테슬라의 운영 체계에 익숙해져 가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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