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작가, 중국풍 논란에 답했다…"지나치게 엄격한 잣대, 상상력 위축시킬 수도"

  • 등록 2022-12-09 오후 3:01:22

    수정 2022-12-09 오후 3:01:22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슈룹’을 집필한 박바라 작가가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풍 논란 등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답했다.

tvN 토일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하우픽쳐스)을 집필한 박바라 작가가 작품의 집필 계기부터 기억에 남는 시청평까지, 드라마 팬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9일 전했다.

먼저 박바라 작가는 “기획부터 방송까지 꼬박 3년이 걸린 작품이었다. 집필하는 동안 다섯 살이었던 딸은 여덟 살이 되고 초등학교에 들어갔다”며 “제 딸아이와 ‘슈룹’을 함께 키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둘 다 생각보다 잘 커줘서 너무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저에겐 첫 번째 작품이라 너무 특별했고 감사한 일이 많았던 작품이라 큰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되어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특히 ‘슈룹’은 인기 원작에 기대지 않은 박바라 작가의 단독 집필 데뷔작으로 김혜수, 김해숙 등 명배우들이 캐스팅돼 초반부터 화제를 모았다. 박바라 작가는 “캐스팅 소식을 접했던 날이 만우절이었는데 정말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볼을 꼬집었는데도 안 아팠다”며 “그 정도로 ‘정말? 진짜로? 그분들이 내 작품에 나와주신다고?’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은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들었다. 말 그대로 대스타분들이 이제 막 시작하는 신인 작가를 선택해 주신 거니까”라고 당시의 감격스러운 마음을 털어놨다.

이어 “김형식 감독님께서 캐스팅에 많은 신경을 써주셨는데 캐릭터에 딱 맞는 배우님들을 모셔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주요 인물부터 특별출연해 주시는 배우님들까지 제 눈엔 모두 찰떡이었다”고 김형식 감독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슈룹’이 탄생한 순간도 회상했다. 그는 “자료를 더 찾아보다가 ‘곤지곤지 잼잼’이 왕실교육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 왕실에선 왕자들이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해졌다. 시강원이라는 곳에선 스무 명의 스승이 단 한 명의 왕세자를 교육하지만 종학이란 곳에선 한 명의 스승이 수많은 왕자들을 교육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만약에 왕족들의 기본 학문만 배우는 이 종학이란 곳에서 임금이 탄생했다면 난리 났겠는데?!’라는 생각까지 닿게 됐다. 이것이 ‘슈룹’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드라마의 제목 ‘슈룹’의 탄생 비화도 전했다. 박바라 작가는 “취미 중 하나가 우리말과 옛말을 검색하는 일이다. 제 이름이 한글이고, 당선작도 제목이 순우리말인 ‘너테’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이미 잊힌 옛말 중에 영어보다 어감이 예쁘고 귀여운 단어들이 꽤 많다. 그런 말들이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슈룹이란 단어를 처음 봤는데 운명처럼 ‘슈룹? 슈루룹 펴서 슈룹이 됐나? 어감이 너무 귀엽다!‘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제목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화령(김혜수 분)의 우산이 되어주었다. 요즘에 ‘비 오니까 슈룹 가져가’라고도 한다 들었다. 참 기뻤다”고 덧붙였다.

제왕교육을 받은 세자와 기초교육만 수행하던 대군 및 왕자들의 상황을 두고 ‘가장 총명한 자를 뽑는다’라는 택현의 방식은 긴장과 위협을 안기는 설정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흔하지 않았던 ‘택현’이란 소재를 왕세자 경쟁에 접목하게 된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발이 빠른 중전’ 화령 캐릭터가 탄생한 과정도 설명했다. 그는 “중궁전 보료 위에 앉아 아랫사람의 보고만 받는 중전마마를 그리고 싶진 않았다. 실제로 역사의 기록을 보면 화재가 났을 때 자리를 비운 임금을 대신해 화재를 진압했던 중전마마가 계셨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지아비에게 갑옷을 입혀 임금을 만들고 왕비가 된 여인도 있었다”며 “어쩌면 왕이 역사를 쓰는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거대한 질서를 구축했던 조력자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화령의 캐릭터를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설정을 넓힌 이유는 그녀가 권력을 지닌 왕비이기 때문”이라며 “원칙을 지키면서도 반칙을 쓰려는 이들을 막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을 넘는 자들에겐 불도저처럼 찾아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을 보여준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제대로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 제기된 고증 오류 및 중국풍 논란을 접한 솔직한 심경도 전했다. 박바라 작가는 “‘슈룹’을 집필하면서 한 줄의 대사를 쓰기 위해 수많은 논문과 실록과 책을 살펴보았고, 책문, 종부시, 택현, 신방례, 호슬, 예체, 왕실교육법, 지식법, 사신 수련법, 관상감 관천대, 가장사초, 의창, 배동, 시강원, 종학, 계영배 등 다양한 고유 전통 등을 ‘슈룹’을 통해 소개했다. ‘슈룹’이라는 제목 역시 순수 우리말로 고안했다. 또한 ‘슈룹’에서는 아름다운 한복과 비녀는 물론 전통적이고 비견할 수 없는 멋진 풍경들이 수없이 등장하고 김치 등을 비롯한 한국 고유의 음식도 소개된다. 해외에서 ‘슈룹’을 향해 호평을 보내준 데에는 이러한 다양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인들 대부분이 외국어 교육에 많은 공과 시간을 소진한다. ‘슈룹’ 역시 교육을 소재로 하는 만큼 외국어를 빼놓을 수 없었고 기획 초반에는 그 당시 대표 외국어였던 중국어를 능통하게 하는 황귀인 등의 설정이 있었다. 하지만 시청의 불편함을 최소화로 하기 위해 여러 설정은 제외 및 수정하였으나 ‘물귀원주’라는 자막이 남는 실수가 있었고, 방송 즉시 수정 조치했다. 이 부분은 다시 한번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드린다”면서도 “하지만 논란이 됐던 ‘태화’는 고려 시대부터 사용해 온 아주 흔한 한자이며, ‘슈룹’ 속 모든 명칭들은 제작 과정부터 전문가에게 한자 자문을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본궁’이란 단어 또한 황원형이 감히 중전이 말하는데 끊는다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본인인 중궁(=중전)’의 말이 안 끝났다는 의미로 사용하였을 뿐입니다. ‘슈룹’엔 다 나열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한국 고유의 것이 나온다. 열심히 찾아 준비한 만큼 화면에 나오는 한국풍을 맘껏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면서도 “비판과 잣대, 그리고 이로 인한 개선도 관심의 연장선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외 저뿐 아니라 저의 가족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악의성 짙은 비방과 근거 없는 허위 사실 유포의 행위 등은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도 부탁했다.

특히 “퓨전 사극은 자유로운 상상력이 있어야 기획과 제작이 가능한 장르다. 상상력의 범주에 놓여있는 내용에도 지나치게 엄격한 고증의 잣대를 대면 상상력이 위축될 수도 있다. 많은 작가님들이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에 도전하고 또한 활발히 제작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저 역시 앞으로도 노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시청자들을 향한 감사함과 작가로서의 다짐도 덧붙였다.

박바라 작가는 “‘슈룹’을 보고 많은 분들이 한복, 비녀, 소품, 한국의 경치에 관심을 가지신다고 들었다. 넷플릭스의 글로벌 순위를 보고 ‘내가 계속 글을 써도 되겠구나’라는 힘을 얻었다”며 “‘슈룹’을 아껴주시고 시청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제가 드라마를 계속 쓸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주셨다. 아직 제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아 있다. 좋은 글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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