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효석 ‘구성 0521’(Composition 0521)(사진=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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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일정하게 잘라낸 도형이 일정하지 않게 도열해 있다면, 늘 보던 도형이 늘 보지 못한 자세를 취했다면, 의심이 생긴다. 쓰임이, 재료가, 의미가 과연 내가 알던 그것인지 아닌지.
그 심리를 이용했다면 아주 영리한 작품들이다. 작가 진효석의 작업이 말이다. 2000년 프랑스로 건너간 뒤 작가는 줄곧 기하학적 선·면에 특이한 도열과 자세를 부여하는 조각을 해왔다. 도형 혹은 그 도형이 만든 3차원 공간을 연구하는 ‘기하학’은 조형적 실험을 즐겨온 작가의 모티프이자 테마다. ‘우린 공간을 어떻게 인식하나’란 질문에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니.
특별한 건 재료다. 어느새 자연적인 것보다 더 친밀해진 산업재료를 들인 건데. 합판은 물론 폴리카보네이트, 폴리우레탄, 플랙시글라스 등을, 자르는 건 기본이고 접고 조립하고 곱게 색까지 입혀 태생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빚어낸다. 초기에는 ‘접기’였단다. 딱딱한 판을 종이처럼 접어 입체효과를 냈다. 다음엔 ‘맞추기’라 할까. 절단한 단편을 퍼즐처럼 이어냈는데, ‘구성 0521’(Composition 0521·2021)은 그중 선에 더 집중한 작업이다.
19일까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 서울서 여는 개인전 ‘진동하는 기하학’(Vibrant Geometry)에서 볼 수 있다. 합판에 아크릴·폴리카보네이트. 76.5×50×6.5㎝. 작가 소장. 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 서울 제공.
| 진효석 ‘구성 1021’(Composition 1021·2021), 합판에 아크릴·폴리카보네이트, 30×19×5.5㎝(사진=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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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효석 ‘구성 0318’(Composition 0318·2018), MDF에 글리세롤·폴리우레탄 페인트, 94×64×8㎝(사진=브루지에-히가이갤러리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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