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는 때아닌 인플레 논쟁…美 증시 초강세장 변수로(종합)

美 7월 근원물가, 30년만 최고치 급등
적절히 데워진 美 경제…위험자산 랠리
월가 다수 "건강한 가격 상승은 긍정적"
한두달 물가로 인플레 추세 가능 어려워
일각서 인플레 논쟁…조정 진입 관측도
  • 등록 2020-08-13 오전 10:03:04

    수정 2020-08-13 오전 10:03:04

(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inflation)이 오고 있는가. 코로나19가 미국을 강타한 이후 실물경제가 푹 꺼진 와중에 요즘 월가에서는 때아닌 인플레 논쟁이 부상하고 있다. 물가 급등이 아직은 먼 얘기라는 의견이 다수이긴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인플레 쇼크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는 뉴욕 금융시장을 뒤흔들 변수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유동성의 힘’ 덕에 좀처럼 꺾이지 않았던 증시 안팎에 최근 조정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이와 관련이 있다.

1년새 23% 폭증한 美 통화량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전 시장이 눈여겨본 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을 뒤엎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CPI(계절조정)는 전월 대비 0.6% 올랐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0.3%)를 웃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상승률은 1.6%였다. 미국이 코로나19 탓에 경제 봉쇄에 돌입한 3월 이후 CPI 월 상승률은 -0.4%→-0.8%→-0.1%(전월 대비)에 그쳤다. 이번 지표는 ‘서프라이즈 점프(surprise jump)’ 평가를 받았다.

또 눈여겨볼 것은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다. 공급 충격이 큰 항목을 뺀, 다시 말해 수요 부문의 기조적인 물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지난달 0.6% 올랐는데, 1991년 1월 이후 거의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관건은 물가의 레벨이다. ‘경제 체온계’ 물가는 너무 낮아도 너무 높아도 좋지 않은데, 현재 수준은 경제가 적절하게 데워지는 속도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CNBC 등 많은 외신들이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쓴 배경이다.

감당할 만한 유동성은 증시에 나쁠 게 없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05% 상승한 2만7976.84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1.40% 오른 3380.35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더 뛰었다. 하루 만에 2.13% 급등했다.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MAGAT(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테슬라)’로 불리는 특급 기술주까지 랠리를 펼친 덕이다.

금융시장 전반에 돈의 힘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2.55% 뛴 42.67달러에 마감했다. 그 대신 안전한 채권값은 떨어졌다.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3bp(1bp=0.01%포인트) 오른 0.67%를 기록했다.

엄밀히 말해 아직 추세적인 인플레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목표치는 2.0%이기 때문이다. 현재 물가 수준은 이에 한참 못미친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최고시장전략가는 “건강한 가격 상승은 경제가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도 “물가 급등은 최근 한 달 사이의 움직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물가 상승이 지속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이 시장의 관심사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코로나19로 인한 높은 실업률이 인플레이션 폭등을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 도래하나…때아닌 논쟁

그럼에도 월가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께 인플레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CNBC에 따르면 마이크 윌슨 모건스탠리 수석전략가는 “통화 공급이 증가하는 속도가 지금처럼 빨랐던 적이 있는가”라며 “연준이 통제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미국 광의통화(M2 Money Stock)는 18조2864억달러(약 2경1616조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다. 특히 코로나19 직전인 2월 말(15조4341억달러)과 비교해 5개월새 18.5% 늘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23.0% 폭증했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증가 폭이다. 고물가 리스크가 다가올 수 있다는 주요 논리 중 하나다.

물가 논쟁은 연준의 정책 스탠스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곧 금융시장 투자심리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물가 수준만 보면 코로나19 구렁텅이에서 막 빠져나왔을 뿐이지만, 그 레벨이 점차 시장의 시야를 벗어날 경우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인플레 논쟁의 요지다. 추후 물가 지표에 대한 월가의 주목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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