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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담을 가졌다.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또 이어진 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서도 “미국은 중동을 떠나지 않았다. 중동 국가와 협력 관계를 맺는 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동의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미국은 최근 유가를 안정시키고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사우디 등 중동 국가와 관계를 다시 강화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달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찾아 무함마드 왕세자와 회동했다.
이날 통화는 러시아와 사우디가 지난주 OPEC+ 회의에서 추가 감산을 놓고 대립한 이후에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감산 반대로 사우디가 하루 100만배럴 독자 감산에 나서자 양국이 “조용히 결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OPEC+ 내 협력을 강조한 것은 사우디를 달래고 양국 간 밀월 관계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무함마드 왕세자가 푸틴 대통령과 전화를 가졌다는 것을 두고 블링컨 장관과의 논의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회담에서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사우디와 러시아가 쉽게 갈라서긴 어려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사우디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고, 러시아는 에너지 외엔 마땅한 외화벌이 수단이 없어 안정적인 유가 수준을 유지하는데 이해관계가 일치하고 있어서다. 미국 등이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시행했을 때에도 사우디는 유가 하락을 부추길 수 있는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임원을 지낸 사디드 이브라힘 알 후세이니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고 있고 석유·가스 시장이 혼란스런 상황에서 두 나라가 중요한 동맹에서 이탈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