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우크라전·금리상승 '3중고'에 IMF 구제금융 역대 최고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지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각국의 경제 상황이 나빠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과 전 세계적인 긴축 정책에 따른 금리 인상까지 겹친 여파다.

올해 IMF의 구제금융 집행 자금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AFP)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IMF가 집행한 대출 지원 자금은 44개 프로그램에 걸쳐 총 1400억달러(약 220조48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이미 연간 최고치를 경신했던 2020년과 2021년의 기록을 넘어섰으며, IMF의 구제금융 금액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수십개의 국가들이 △코로나19 대유행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세계 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IMF 구제금융을 요청해야 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일부 분석가들은 국제 자본 시장에서 소외된 신용도가 낮은 가난한 국가들이 IMF에 추가로 손을 벌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IMF의 대출 능력이 곧 한계에 다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이어가면서 전 세계적으로 차입비용이 증가하고 심각한 경기 침체가 유발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서다.

이미 IMF가 대출지원을 약속했지만 아직 집행하지 않은 자금이 2680억달러(약 383조6400억원)가 넘는다고 FT는 전했다. 또 레바논, 러시아, 수리남과 코로나19로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빠진 잠비아와 스리랑카는 채무 재조정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IMF와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고 있다. 가나, 이집트, 튀니지도 비슷한 지원을 받기 위해 초기 협의 중이다.

케빈 갤러허 보스턴대 글로벌개발정책센터 소장은 “IMF 재무제표를 무너뜨리지 않는 국가들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갤러허 소장에 따르면 전 세계 최빈국 55개국이 2022년부터 2028년까지 4360억달러(약 624조1300억원)의 채무 상환에 직면할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에는 약 610억달러(약 87조3200억원) 규모 채무의 만기가 돌아오며, 2024년에는 700억달러(약 100조2000억원)가 상환돼야 한다.

IMF는 구제금융 지원 여력에 대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비카스 보시 IMF 전략정책평가부 수석은 1조달러의 규모의 지원 가능 자금에 비해 현재까지 지원된 구제금융은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IMF 회원국들은 IMF 지분의 145%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이는 세계 경제에서 각국이 차지하는 비중과 거의 일치한다고 FT는 덧붙였다. 이 규정에 따르면 IMF의 총 구제금융 지원 규모 약 9400억달러(약 1345조6100억원) 가운데 저소득층과 중산층 국가들에 3700억달러(약 529조6600억원)가 배당된다.

다만, FT는 IMF가 종종 한도를 초과해 구제금융을 지원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3월 승인된 IMF의 아르헨티나 지원 규모는 500억달러(약 71조5500억원)로 아르헨티나 지분의 10배가 넘었다. 골드만삭스는 이집트가 곧 국가 지분의 6배에 달하는 150억달러(약 21조47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