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의 주머니 사정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이 넉 달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률 격차가 큰 상황에서 임금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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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상반기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 총액은 385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0만1000원(5.5%)가 올랐다. 대기업은 46만3000원(8.3%) 늘었고, 중소기업은 14만7000원(4.5%) 올랐다.
그러나 월급 명세서에 찍히는 명목임금과 달리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올해 1~ 7월 실질임금은 361만200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만2000원(0.6%) 오르는 데 그쳤다. 월급 명세서상으로는 20만원이 올랐지만 물가 상승을 반영하면 2만원 오른 효과라는 의미다.
정향숙 고용부 노동시장조사과장은 “실제 실질임금 상승이 마이너스로 나타난 현상은 물가상승률이 높아 나타나는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한국은행이 올해 물가상승률을 5.2%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실질임금 상승률은 굉장히 낮거나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심 임금 인상…양극화 심화 우려”
특히 임금인상 여력이 부족하고, 노조 조직률이 낮아 임금협상 교섭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직장인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7월 명목임금은 348만5000원이지만, 실질임금은 324만원 수준에 그쳤다. 반면 대기업인 300인 이상 사업체의 실질임금은 561만7000원에 달했다,
고용부는 아직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임금수준이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임금 격차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임금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임금인상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의 체감 임금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실질임금의 계속된 감소는 임금인상 요구를 거세지게 하고, 노사 갈등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그나마 지불 능력이 있는 대기업은 임금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이 어려워 대-중소기업간 임금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