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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갑자기 죽을 것 같은 공포 찾아오는 ‘공황장애’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언제부턴가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는 말을 쉽게 듣게 됐다.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던 유명인이 어느 날 갑자기 공황장애로 활동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모두 22만1131명으로 하루 평균 600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605.8명). 2017년 14만4943명에서 4년간 52.6% 늘었다.◇극심하고 반복된 공황발작 특징… 증상 나타나면 안정 취해야공황장애란 갑자기 극도의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끼는 불안 장애의 일종이다. 환자들은 심한 불안과 초조감,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가슴 뜀, 호흡곤란,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손발 저림, 열감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을 경험한다.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심리적, 생물학적 요인이 모두 작용해 발병할 수 있다. 특히 불안 민감도가 높거나 성장하며 반복되는 외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공황장애를 앓을 확률이 높다. 또 대다수의 공황장애 환자들은 발병 전 업무나 대인관계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허휴정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우리 몸 안에서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된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교감신경계는 우리가 긴장하는 상황에서 활성화되는데 교감신경계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긴장할 때 나타나는 몸의 반응이 순식간에 극심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몸의 반응 중 하나가 ‘공황발작(Panic attack)’이다”고 했다.공황장애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자주 반복되는 공황발작이다. 공황발작은 죽을 것 같은 극도의 공포감과 함께 교감신경계 항진으로 인한 자율신경계 증상, 가령 맥박이 빨라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숨을 쉬지 못할 것 같은 느낌, 식은땀, 어지럼증과 같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난다. 또 심한 공황발작을 경험한 이후에는 다시 이러한 발작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예기불안’이라고 한다. 이어 예기불안으로 인해 공황발작이 일어날 것 같은 장소, 예를 들어 지하철, 엘리베이터, 비행기나 사람이 많은 쇼핑몰 등에 가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게 된다.갑작스럽게 공황발작이 나타나면 두려울 수 있다. 다행히 공황발작은 몸 안에서 나타나는 극도의 긴장 증상으로, 많은 환자들이 걱정하는 심장이나 폐의 문제는 아니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통스럽긴 하지만, 실제 죽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공황발작이 온다고 해서 그때마다 응급실을 찾는 것은 좋은 대처라고 보기 어렵다.보통 극심한 공황발작은 20~30분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앉거나 누워서 안정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그대로 견디기가 어렵다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비상시 복용할 수 있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도록 한다.◇6개월 이상 약물 유지하고 음주 삼가야… 스트레스 관리 중요공황장애 진단을 받게 되면 보통 SSRI(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차단제)처럼 불안, 우울 등의 정서적인 상태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의 기능을 조절해주는 약제나 벤조디아제핀 계열의 항불안제를 흔히 처방받을 수 있다. 이외에 환자들의 특성이나 필요에 따라 다른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대개 한 달 이내에 전반적인 증상이 호전되지만, 증상의 조절과 재발 방지를 위해 통상적으로 6개월 이상 장기간 약물을 유지해야 한다.허휴정 교수는 “많은 환자들이 정신과 약물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 때문에 약물 복용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만 즉각적으로 효과가 있는 신경안정제만을 골라 복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렇게 되면 힘들 때마다 약을 찾으려는 습관이 굳어지면서 오히려 약물에 대한 심리적, 신체적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며 “반드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주치의와 상의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술과 정신과 약물을 함께 먹지 않도록 한다. 술과 함께 약물을 복용하면 자칫 정신과 약물의 진정작용이 평소보다 과도해져 크게 넘어지거나 다치는 등 위험이 있을 수 있다.약물치료 외에도 인지행동치료도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환자들이 공황발작과 관련돼 있는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인지적, 행동적 전략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지적으로는 불안과 관련된 부적응적인 생각을 보다 적응적인 생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하고, 행동적으로는 호흡훈련, 근육이완훈련 등을 통해 불안과 관련돼 있는 신체증상을 스스로 다루어나갈 수 있도록 한다. 또 공황발작으로 인해 두려워했던 상황이나 장소에 점진적으로 부딪쳐나가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증상에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공황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틈틈이 긴장된 몸의 근육을 이환시킬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허휴정 교수는 “매일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 그 외 선호하는 운동을 챙겨하면 머릿속을 떠도는 부정적인 생각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며 “평소 명상 등을 통해 현재 내 몸과 마음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차분히 관찰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되면 이미 지나가 버려 바꿀 수 없는 과거나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마음을 두는 것보다 훨씬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YGX "'스맨파' 탈락, 아쉽지만 불만은 없어요"[인터뷰]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비록 탈락했지만 얻어가는 게 많아요.”Mnet 남자 댄스 크루 서바이벌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에서 활약한 YGX(드기, 도니, 준선 , 무드독 , 현세 , 준호 , 도우) 소속 댄서들은 19일 이데일리와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입을 모아 이 같이 말했다.YGX는 YG엔터테인먼트 산하 안무가 에이전시 레이블이다. 빅뱅, 블랙핑크, 위너, 아이콘, 트레저 등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과 협업하며 입지를 다진 이들로 구성된 YGX는 인기리에 방송 중인 ‘스맨파’에 참가해 실력과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렸다.YGX의 리더 드기는 “타 크루들과 선의의 경쟁을 펼쳐볼 수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스맨파’ 참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전까지 퍼포먼스 영상은 찍어봤지만 방송에 우리가 주인공을 나가 적은 없었다”며 “주인공이 되어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수 있어 감사했다”고 했다.드기의 쌍둥이 동생이자 부리더인 도니는 “이 정도로 많은 분이 좋아해주실 지 몰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방송 출연 전 저희를 싸가지 없을 것 같은 애들로 생각하시는 분이 많았는데 ‘스맨파’를 계기로 그런 사람들이 아닌 춤에 진심인 사람들이라는 걸 알린 것 같아 좋다. 저희는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유교보이’다”라며 웃었다. 아울러 도니는 “이전까지는 어쩌다가 알아보는 분들이 있었다면, 이제는 많은 분이 알아봐주신다”며 “요즘엔 부모님이 A4 용지를 직접 사와서 사인과 메시지를 부탁하신다”고도 했다. 드기는 “이젠 친구나 지인의 부모님들까지 저희를 좋아해주시더다”고 말을 보태며 미소 지었다.YGX는 지난 12일 방송에서 아쉽게 탈락하면서 세미 파이널 진출에 실패했다. 메가 크루 미션 이후 함께 탈락 후보에 오른 위댐보이즈와 5판 3선승제로 배틀을 펼쳤는데 0대 3으로 패했다. 도니는 “탈락을 아쉬워 해주시는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감사한 마음도 든다”며 “‘스맨파’에서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탈락 심경을 밝혔다. 드기는 “현장감과 텐션을 직접 보며 냉정하게 평가해준 파이트 저지 분들의 판단에 불만은 없다. 다만 탈락하기 싫었기에 아쉬운 마음은 있다”고 말을 보탰다. 현세는 “인생에 있어 큰 경험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느낀 바를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라며서 “댄서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장한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앞으로 ‘스맨파’가 아닌 다른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진 이들은 크루의 특징이자 강점을 ‘다채로움’으로 꼽았다. 도니와 드기는 “YGX는 멤버 개개인의 색깔이 다다르면서도 모였을 때 조화로운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크루”라고 강조했다. 도우는 “춤 스타일처럼 7명의 성격도 다르다. 그래서 더 큰 시너지가 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과를 잘받아드리고. 따로 열심히 보여드리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어요. 앞으로도 YGX만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무대로 찾아뵙겠습니다.”한편 ‘스맨파’에서는 원밀리언, 저스트절크, 위댐보이즈, 뱅크투브라더스, 엠비셔스, 어때 등 6팀이 세미 파이널 미션에 임하며 경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주 화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한다.
- 좌골신경통과 허리디스크의 차이를 아시나요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허리가 아픈 것을 요통이라고 하는데 그 분류와 원인이 워낙 다양하다. 우선 증상이 나타난 지 12주 이내에 불과하고 그 사이에 사라진 것은 급성 요통이다. 주로 척추뼈를 둘러싼 근육의 약화, 급격한 수축, 찢어짐 등이 문제다.12주 이상 된 것은 만성요통으로 척추뼈, 디스크(추간판), 인대 등이 노화나 예기치 않은 외력, 오래된 잘못된 자세 등으로 구조적으로 망가진 경우다. 요통의 원인은 신경성, 척추성, 심인성, 내장기성, 혈관성 등으로 나뉜다. 대개는 척추성 아니면 신경성이며 이는 다시 역학적(물리적) 요인이냐, 퇴행성이냐로 세분해볼 수 있다. 척추성은 척추와 그 부속 구조물에 기인한 통증으로 가장 흔한 요통의 원인이다. 신경성은 척추, 뇌, 사지말단에 연결된 신경이 압박당하거나 염증이 일어나서 느끼는 통증으로 척추성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 물리적 요인의 요통은 잘못된 동작이나 자세, 과도한 외력에 의해 척추뼈와 이를 둘러싼 인대, 근육 등이 수축, 파열, 뒤틀림 등으로 요통이 오는 것이다. 퇴행적 요인의 요통은 나이 들어 척추를 많이 쓰고 닳아져서 가장자리에 가시뼈(골극)이 조금씩 자라거나, 수핵내 수분이 줄어들어나, 인대조직이 늘어나거나, 석회화 등으로 척수강이 좁아져 나타난다.허리디스크는 척추성으로서 물리적 요인이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개입된 요통이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성, 퇴행성 요통의 대표적인 형태다. 혈관성 요통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척추와 주위에 문제를 일으켜 나타난다. 혈액이 잘 돌아야 근육이 유연해지고, 근육과 인대가 피로를 덜 타므로 요통 예방에 혈관성 요인을 신경 써야 한다. 이밖에 돈·직업·가족 등에 대한 스트레스로 오는 심인성 요통, 감염이나 암에 의한 요통이 있다. 일반인이 가장 헷갈려하는 게 좌골신경통과 허리디스크(요간판탈출증)다. 좌골신경통은 의자에 앉았을 때 바닥에 닿는 좌골(坐骨, 궁둥뼈)을 지나가는 신경이 압박당해서 느껴진다. 좌골신경은 골반, 대퇴부, 종아리를 지나 발까지 뻗어 내려가는 인체 중 가장 굵고 긴 신경이다. 허리디스크는 추간판 조직이 파열돼 탈출된 디스크가 뒤로 밀려 나오면서 후방에 위치한 신경근이나 척수경막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좌골신경통이나 허리디스크는 정식 병명은 아니고 그 원인은 잘못된 자세, 부당한 외력, 나이 등으로 서로 비슷하다”며 “좌골신경통 중 허리디스크가 아닌 경우가 상당수이지만, 허리디스크는 결국 좌골신경통으로 이어지며 좌골신경통을 일으키는 가장 비중 높은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허리디스크가 척추 및 관련 근육·관절·인대가 퇴행하는 50대 이상에서 주로 생긴다고 여겨졌지만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고, 무리하게 허리를 쓰는 레저·스포츠 인구가 증가하면서 젊은층에서도 적잖게 늘어나고 있다. 증상으로 볼 때 대개 한쪽 다리만 아픈 게 좌골신경통이고, 허리디스크는 눌린 신경근이 영향을 미치는 부위에 따라 통증 부위도 달라지는데 양쪽 다리에 올 수 있는 게 차이점이다. 좌골신경통은 다리에 유독 심한 통증과 저림 증상이 동반되는 게 특징적이고, 허리디스크는 움직이거나 자세를 바꿀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여 일반인이 감별할 수 있는 증상의 기준이 된다. 옆으로 누워서 다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길 경우 통증이 감소한다면 허리디스크에 의한 좌골신경통일 가능성이 있다. 좌골신경통은 경구용 소염진통제 및 근육이완제, 스테로이드 주사, 프롤로 주사치료, 물리적 재활치료 등으로 치료한다. 허리디스크는 이 같은 보존적 치료 후에도 견딜 수 없을 만큼 심한 통증이 4~6주 이상 지속되고, 신경 증상이 극심해져 하지의 근력이 떨어지거나, 대소변을 볼 기력마저 감소할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심영기 원장은 “경구용 약물치료는 효과가 일시적이거나 거의 없고, 스테로이드 주사는 관절·연골의 약화, 골다공증, 비만, 혈당 상승, 피부색 변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므로 오래 받으면 안 된다”며 “인대, 힘줄 등 통증을 유발하는 부위에 포도당 고장액을 주사해 인위적으로 삼투압을 올리는 프롤로 주사는 치료 과정에서 일어나는 염증반응과 탈수현상 자체가 부담스러우며 효과가 들쑥날쑥한 결점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물리치료는 열치료, 전기자극치료, 견인치료가 중심이 된다. 전기자극치료는 체성감각을 자극해 장기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말초혈관의 수축 및 이완을 증가시켜 근육을 풀어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게 기존의 치료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침투 깊이가 피부 아래 몇 mm에 불과하고 효과가 일시적이었다.심 원장은 “최근에 등장한 전기자극요법은 통증이 일어나고 병든 세포에 음전하가 부족하다는 전기생리학적 이론에 기반해 고전압으로 낮은 전류의 세기를 가진 전기에너지를 체부 깊숙이 흘려보내 음전하를 충전시키는 원리로 근본적 치료를 지향한다”며 “기존 물리요법으로 효과가 미약한 환자의 경우 최신 전기자극요법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심영기 원장이 개발한 ‘엘큐어리젠요법’(호아타요법)의 경우 좌골신경통에 적용하면 짧게는 2일, 길게는 1주일 간격으로 반복 치료한다. 좌골신경 주변 근육과 인대의 세포가 건강해지면서 장기적으로 요통과 좌골신경통 재발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IT 혁신가, 월가의 큰손…'동시대미술' 최전선에 [아트&머니]
- 올해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든 인물 중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의장(왼쪽부터), 켄 그리핀 시타델 창업주·최고경영자. 위의 그림은 동시대미술을 선호하는 이들의 주요 소장품이다. 왼쪽부터 에드 루샤의 ‘허팅 더 워드 라디오’(Hurting the Word Radio #2·1964), 제스퍼 존스의 ‘폴스 스타트’(False Start·1959)(사진=크리스티·소더비).[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사람 마음은 비슷하다. 탐나는 게 눈에 띄면 누구보다 먼저 차지하고 싶은 심리가 발동하는 거다. 욕구의 차이가 있고, 취향의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가진 돈의 차이가 있어 손에 넣느냐 못 넣느냐가 결정될 테지만. 그나마 우아한 욕구고 특별한 취향이라 분류되는, 물론 엄청난 비용 때문에 웬만한 경쟁자를 두기도 어려운 ‘미술품’이라도, 예외는 아니란 얘기다. 세계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한다는 컬렉터들에게 “앞으로 12개월 동안 사고 싶은 작품이 뭡니까”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나오더란다. “누구나 그건 ‘비밀’이라고 하지 않을까. 말을 꺼내놓는 순간 다른 사람이 잽싸게 사버릴 텐데.” 이 질문과 대답은 이달 초 미술전문지 ‘아트뉴스’의 프런트에 올라온 에디터의 뉴스레터(‘컬렉팅의 변화하는 얼굴: 아트뉴스 200대 컬렉터 2022년 에디션 공개’) 중 한토막이다. 올해 집계한 ‘세계적인 파워컬렉터’의 면면을 공개하는 기획에 붙은 내용인 거다. ‘아트뉴스’는 1902년 창립해 미국 뉴욕을 기반으로 간행하는, 세계적인 권위의 미술잡지다. 20세기 초부터 글로벌한 미술계에서 벌어지는, 현대미술 현장이야기의 기록이 특별하다. 그중 해마다 한 차례씩 눈길을 끌어온 코너가 있는데, 바로 ‘세계 200대 컬렉터’라는 거다. 1990년부터 미술품 딜러, 경매 전문가, 큐레이터 등 다양한 미술계 인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세계에서 가장 활동적이고 영향력 있는 수집가 200인의 목록을 작성해왔는데, 그렇게 올해가 33번째다. 그렇다면 유난히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비밀스럽게’ 사들일 수밖에 없는 세계 200대 컬렉터의 미술품 취향은 어떻게 정리가 될까. 올해 아트뉴스가 선정하고 발표한 ‘세계 200대 컬렉터’. 윗줄 왼쪽에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미술컬렉터이자 기업가인 하리얀토 아디쿠수모가 200명 가운데 순위 1위에 올라 있다(사진=아트뉴스).◇미국·유럽이 휩쓴 ‘파워컬렉터’…미술시장 변화 자극 결과는 의외였다. 흔히 그러려니 짐작하듯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 클로드 모네가 휩쓰는 인상주의 작품들이 주류가 아니었던 거다. 되레 컨템포러리아트(Contemporary Art)라고 불리는 ‘동시대미술’ 쪽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 200대 컬렉터 중 178명(이하 중복집계)이 표를 몰아줘 89%를 차지했다. 보통 동시대미술이라고 할 땐 말 그대로 ‘바로 지금 여기’에 속한 작가·작품을 말한다. 그동안 무슨 ‘사조’로 구획했던 데서 벗어나 한 단어로 붙들어둘 수 없는 시대의 다양한 얼굴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세계 200대 컬렉터가 다음으로 꼽은 영역은 ‘근대미술’(Modern Art 78명 39%)이다. 그 뒤론 ‘현대미술’(Postwar Art 35명 17.5%), ‘아시아미술’(Asian Art 20명 10%)의 순. 고전적 작품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13명 6.5%), ‘올드 마스터’(11명 5.5%) 등은 오히려 미미했고, ‘사진’(4명 2.4%)은 극소수만이 관심을 보였다. 아트뉴스 ‘세계 200대 컬렉터’의 미술품 컬렉션 취향.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에 압도적으로 쏠려 있다(그래픽=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이 같은 컬렉터의 취향은 각 대륙별로 미술시장을 이끄는 작품에 대한 관심사로도 치환할 수가 있는데. 이들 파워컬렉터 대부분이 북아메리카와 유럽 출신이란 점이 도드라지는 거다. 북아메리카가 104명으로 52%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유럽이 50명(25%)의 이름을 올렸다. 다음으로 아시아가 32명(16%), 남아메리카는 7명(3.5%), 중동이 4명(2%), 아프리카가 2명(1%), 오세아니아가 1명(0.5%)으로 집계됐다. 이들을 쪼갠 국가별로는 미국이 98명으로 절반 가까이가 들었고, 이어 영국 18명, 스위스 9명, 독일 8명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도 적지 않다. 중국과 홍콩이 각각 7명, 대만 5명, 싱가포르 4명, 일본 3명, 한국 2명 등이 올랐다. 이들 컬렉터군은 금융과 투자, 제조업과 부동산, 기계와 기술 분야 등에서 세계를 움직이는 사업가·자산가를 망라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선정된 세계 200대 컬렉터 중에는 미국 인터넷 종합쇼핑몰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58) 아마존 의장, ‘미국 헤지펀드의 제왕’이라 불리는 켄 그리핀(54) 시타델 창업주·최고경영자, 루이비통·디오르·펜디 등 명품 패션브랜드를 소유한 베르나르 아르노(73) LVMH 회장,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69) 블랙록 회장 등이 속해 단박에 시선을 끈다. 올해 아트뉴스가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에 든 한국인 컬렉터. 서경배(왼쪽)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 단 두 명만 이름을 올렸다.세계 경제계뿐만 아니라 미술계까지 휘어잡고 있는 이들 자산가가 집중적으로 ‘픽’한 작품 역시 ‘동시대미술’이다. 베이조스는 2019년 크리스티 뉴욕경매에서 에드 루샤의 ‘허팅 더 워드 라디오’(Hurting the Word Radio #2·1964)를 5248만 5000달러(약 758억원)에 낙찰받은 인물로 알려지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핀은 2006년 제스퍼 존스의 ‘폴스 스타트’(False Start·1959)를 8000만달러(약 1154억원)에 사들여 화제가 됐더랬다. ‘폴스 스타트’는 1988년 소더비 경매에서 1700만달러란 당시 기록적인 가격으로 팔리며 이미 미술시장을 떠들썩하게 달궜던 작품이다. ◇서경배·김웅기 회장, ‘동시대 한국미술’에 관심도 그렇다면 한국인 2명은 누구? 올해 ‘세계 200대 컬렉터’ 명단에는 서경배(59)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과 김웅기(71)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등장했다. 아트뉴스가 소개한 서 회장의 취향은 ‘동시대 한국·세계미술과 한국고미술’이고 김 회장은 ‘근대·동시대 한국미술’이다. 백남준의 ‘마르코 폴로’(Marco Polo·1993·330.0×180.0×175.0㎝). 자동차 폭스바겐 비틀 몸체에 냉장고·텔레비전·비디오·네온·꽃을 결합해 만든 작품이다. 2020년 갤러리현대 50주년 특별전 ‘현대 50’에 나왔을 때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으로 서경배 회장 개인소장품과는 구분이 되나, 동시대 한국미술에 관심을 가져온 서 회장의 취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사진=오현주 문화전문기자).서 회장이 명단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2016년에는 이건희(1942∼2020) 전 삼성회장과 홍라희(77) 전 리움미술관 관장 부부와 나란히 나서기도 했더랬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창업주인 서성환(1923∼2003) 회장에 이어 미술품 컬렉션을 이어가고 있다. 선대 회장의 주요 컬렉션은 고미술품. 이를 기반으로 1979년 태평양박물관을 세우기도 했다. 서 회장은 여기서 확장해 한국·해외의 현대미술품까지 두루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역시 2018년 서울 용산구 사옥에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을 개관하며 선친의 지향을 따르고 있다. 다만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과 선을 그은 서 회장의 개인소장품은 세간에 잘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자수매화도10폭병풍’(19세기 말∼20세기 초·228.5×383.0㎝). 비단에 크고 작은 매화나무를 세우고 한땀 한땀 수를 놓아 10폭 병풍으로 완성한 작품은 2018년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기획전 ‘조선, 병풍의 나라’에 나와 시선을 끌었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소장품으로 서경배 회장 개인소장품과는 구분이 되나, 서성환 선대 회장부터 이어온 서 회장의 한국 고미술품 컬렉션 취향을 엿보게 한다(사진=아모레퍼시픽미술관).올해 ‘세계 200대 컬렉터’에 처음 선정된 김 회장은 말 그대로 미술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인물이다. 지난 7월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강남구 사옥에 갤러리 S2A의 개관 소식을 알리면서 김 회장을 김환기 ‘우주 05-Ⅳ-71 #200’(1971)의 소장자로 밝혔던 터. ‘우주’는 2019년 11월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약 132억원(880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미술사의 겉장을 갈아버린 작품이다. 김 회장은 이외에도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연작 등 주요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간 한국인 중 아트뉴스의 ‘세계 200대 컬렉터’에 이름을 올린 인물로는, 이들 외에 전필립 파라다이스 그룹 회장과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부부(2018∼2021 4회), 김창일 아라리오갤러리·미술관 설립자(2008∼2014 7회) 등이 있다. 김환기의 ‘우주’(Universe 05-Ⅳ-71 #200·1971·254×254㎝). 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2019년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사상 최고가인 약 132억원(8800만홍콩달러)에 낙찰받은 작품.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강남구 사옥에 개관한 갤러리 S2A가 지난 14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여는 기획전 ‘화중서가: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에 걸었다(사진=갤러리 S2A·ⓒ환기재단·환기미술관).김웅기 글로벌세아그룹 회장이 소장한 대표작 ‘우주’(Universe 05-Ⅳ-71 #200·1971·254×254㎝). 글로벌세아그룹이 서울 강남구 사옥에 개관한 갤러리 S2A가 지난 14일부터 12월 21일까지 여는 기획전 ‘화중서가: 환기의 노래, 그림이 되다’에 걸려 있다(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