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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급 비호감’… 대선 후보 벽보·현수막 수난시대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술 마시고 낙서하고, 얼굴에 점을 찍고… 아직도 단순한 ‘장난’이라고 생각하고 벽보를 훼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서울 한 지구대 경찰)지난 23일 오후 대구 달서구 도원동 한 대로변을 따라 아파트 담장 등에 첩부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벽보가 훼손된 채 방치돼 있다. (사진=뉴스1)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을 훼손하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유력 후보들에 반감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술김에’ ‘홧김에’라도 선거 벽보 및 현수막을 훼손했다간 공직선거법상 처벌을 피할 수 없다.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5일부터 선거사범 집중 단속에 들어간 이후 열흘만인 지난달 25일까지 총 213명이 선거 벽보와 현수막 등을 훼손 혐의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지난달 22일에는 서울 은평경찰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벽보를 손으로 잡아 뜯은 50대 남성을 체포했다. 이 남성은 은평구 불광동 연신내역 인근에서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은평구 응암동에서도 이 후보의 벽보가 찢어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서울 강북구에선 이 후보의 현수막에 불을 붙인 50대 남성이 현장에서 붙잡히기도 했다.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벽보도 수난을 겪고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단지에 걸려 있던 벽보가, 이에 앞선 21일엔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한 공사장 인근의 벽보가 찢겨나갔다.선거 공보물이 붙는 곳은 아파트 단지 앞이나 대로변 등 유권자들의 왕래가 잦은 장소다. 이전보다 폐쇄회로(CC)TV 설치가 늘어나 벽보를 망가뜨리면 붙잡혀 처벌 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서초구의 한 파출소 소속 경찰은 “훼손뿐만이 아니라 강풍 등으로 인해 벽보가 떨어진 신고도 자주 접수되고 있는데, 의도적인 훼손의 경우 현장 감식과 더불어 CCTV 확인이 필요하다”며 “훼손은 사람이 없는 밤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엔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경찰관 역시 “선거 소음 관련 민원과 벽보 보수 등으로 인해 현장에 나가면 ‘보기 싫은데 (망가진 채) 내버려두라, 혹시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냐’고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전문가들은 대선 후보 등에 대한 ‘불만’이 투영된 결과라고 본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인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민들의 심사가 편치 않으니 벽보와 현수막을 분풀이 대상으로 삼는 측면이 있다”면서 “정치 혐오의 방증인 동시에 혐오를 부추기는 행위로 해선 안될 일”이라고 했다.선거 관련 벽보 훼손은 처벌이 가능한 엄연한 범죄의 영역이다. 공직선거법 제 240조에 따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을 포함, 관서에 선거경비통합상황실을 운영해 선거 관련 민원과 사고에 대처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선거 벽보를 훼손하는 건 범죄로, ‘술에 취했다’, ‘장난으로 그랬다’ 등으로 무마될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한편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번 대선 관련해 지난달 28일까지 총 245건(464명)의 선거 관련 사건을 접수, 현재 219건(426명)을 수사하고 있다.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간담회에서 “초기엔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의 고발이 많았지만, 최근엔 현수막과 벽보 훼손, 선거 유세 등의 폭행 사건 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245억 횡령' 계양전기 직원 송치…"공범 여부·자금흐름 수사"(종합)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245억원에 달하는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이 25일 검찰에 넘겨졌다. 김씨는 공범 여부 등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경찰 역시 현재까지는 공범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향후 계좌 수사를 통한 자금 흐름을 포함과 추가 공범 여부 등에 중점을 두고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자금 24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계양전기 재무팀 직원 김모씨가 25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서울 수서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를 받는 김씨를 25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앞서 김씨는 지난 16일 서울시 관악구의 자택에서 긴급 체포돼 18일 구속된 상태였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39분쯤 유치장을 나왔다. 고개를 숙인 김씨는 검은색 롱패딩에 모자를 눌러 쓰고, 서류 봉투를 들고 있었다. 김씨는 취재진의 “공범은 없는가”, “주식과 코인, 도박 등에 횡령한 자금을 탕진한 것은 맞는가”, “6년 동안 돈을 어떻게 빼돌렸는가”, “가족 중 횡령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모두 답변하지 않았다. 이후 호송차에 올라타 유치장을 나갔다.앞서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245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 회사의 재무팀 직원인 김씨를 고소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공시에 따르면 이번 횡령 금액은 회사 자기자본(1925억원) 대비 12.7%에 해당한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계양전기의 주식 매매거래를 정지한 상태로, 주당 3585원, 시가총액 1169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계양전기 측은 “횡령 직원이 자금관리 시스템을 교묘하게 악용한 개인의 일탈 행위”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내부회계관리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계양전기는 지난 15일 외부 회계 감사를 받기 위해 김씨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2016년부터 재무팀에서 일하기 시작, 약 6년간 은행의 잔고 증명서에 맞춰 회계 자료, 재무제표 등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횡령한 자금을 어디에 썼느냐는 회사의 추궁에 “주식과 코인, 도박과 유흥 비용으로 돈을 썼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날 “횡령 금액 중 남은 돈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또한 횡령 금액 역시 김씨의 진술을 토대로 공시된 만큼 수사 과정에서 늘어날 수 있다. 수서경찰서는 고소장이 접수된 다음 날인 16일 밤 김씨를 서울시 관악구의 자택에서 긴급 체포, 18일 구속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9일 김씨의 자택, 22일에는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계양전기 본사를 각각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김씨가 근무했던 재무팀을 위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회계 장부와 컴퓨터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향후 김씨의 계좌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공범 여부 등에 대한 수사도 이어나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기준 현재까지 파악된 공범은 없는 상태”라며 “계좌 압수 영장이 발부돼 현재도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경찰은 김씨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역시 신청할 예정이다.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은 범죄 피의자가 확정 판결을 받기 전에 범죄를 통해 얻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도록 막는 조치다.
-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로켓배송보다 생명 먼저"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쿠팡은 로켓배송보다 노동자 생명, 안전한 노동환경을 보장하라.”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 대책위원회 등이 23일 서울시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권효중 기자)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 등은 23일 오전 10시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달에도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노동자의 사망 사고가 일어났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쿠팡뿐 아니라 고용노동부 역시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앞서 지난해 12월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 노모(53)씨가 뇌출혈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씨는 치료를 받던 도중 지난 11일 사망했다. 쿠팡대책위는 노씨가 당시 극심한 두통을 호소했지만, 당시 같은 곳에서 일하던 동료들의 증언과 통화기록 등에 따르면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도착하기까지는 1시간 30분이나 소요돼 쿠팡 측의 대처가 미흡했다고 주장했다.강규혁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대표는 “‘로켓배송’이 뭐길래 노동자들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운동장 같은 물류센터에서 뛰어다니다 죽어야 하냐”며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가 쓰러져 죽더라도 쿠팡은 쉬쉬하고 비밀에 부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쿠팡은 이번 죽음에 책임을 지고, 노동부 역시 특별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부터 발생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사건은 4건에 달한다. 2020년에는 칠곡물류센터에서, 지난해에는 동탄물류센터에서 사망 사건이 났고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이들은 거듭되는 사고의 원인과 책임소재를 규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권영국 쿠팡대책위 대표는 “쿠팡에서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데 기본적인 안전대책과 보건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며 “왜 사고 당시 조치가 미뤄졌는지를 명백히 조사해야 하고, 거듭되는 사망 원인을 ‘노동자 개인의 건강 문제’로 돌리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고 했다. 권 대표는 “이번 사고는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는 만큼 수사 당국 역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가능한지, 회사가 필요한 조치를 다 했는지 등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며 “사고의 진상규명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휴게 공간, 휴게 시간 충분히 보장하라”, “노동자 생명안전 보장하라”, “고용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즉각 실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물류센터 사고를 당한 고 장덕준, 고 박현경씨의 유족들 역시 연대 발언에 나서며 쿠팡 측의 빠른 대처를 요구했다. 이번에 숨진 노씨의 언니인 노은숙씨도 발언자로 나서 쿠팡의 사과와 대책을 촉구했다. 노씨는 “한 아이의 엄마인 동생은 쿠팡에서 일하다 쓰러져 50여일을 버텼지만 누구도 찾아오지 않았고, 결국 우리의 곁을 떠났다”며 “머리가 아프다며 119를 요청했지만 관리자들이 방치하는 사이에 의식을 잃어간 것”이라고 울먹였다. 은숙씨는 “다음에는 누가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동생의 동료들의 얘기가 마음이 아프다”며 “쿠팡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동생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