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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질환 `낙인` 안 된다…“사법입원 전 시스템 점검해야”
- [이데일리 권효중 이영민 기자] 신림역 사건에 이어 분당 서현역 사건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강력 범죄를 계기로 정부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법입원제도’ 도입 검토에 나섰다. 의료계와 환자 단체들은 적절한 치료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무조건적 강제 입원보다 치료와 재활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지난 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한 대형 백화점 인근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차량 돌진 및 흉기 난동’으로 사망한 피해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시 떠오른 ‘사법입원제’ 도입 논의 법무부는 지난 4일 흉악·강력 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사법입원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증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범죄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이들의 입원 여부를 사법기관이 결정하도록 한다는 것이 제도의 골자다.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22)이 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었고, 대전 고등학교 교사 피습 사건의 피의자 A씨 역시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던 것이 알려지며 정부가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정신질환자를 관리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2017년 개정돼 시행 중인 정신건강복지법 등에 따르면 정신질환자는 환자 본인의 판단에 따른 입원 외에도 보호자와 전문의 2인의 소견을 바탕으로 ‘강제 입원’ 결정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법원 등 사법기관까지 나서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거나, 일치된 소견이 없을 경우에도 국가의 판단에 따라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사법입원 제도는 미국 대부분 주는 물론, 영국과 호주 등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2018년 환자의 공격으로 숨진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건, 2019년 안인득의 진주 아파트 방화·흉기 난동 사건 등을 계기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환자가 자의적으로 치료를 중단할 경우 꾸준히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할 수 없고, 입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사회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는 정신건강을 위한 주기적인 진찰과 평가를 의무화할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입원 이전에 치료를 위한 제도까지 부족하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극단적인 행동으로 표출돼야만 문제를 인지하게 되고, 사고가 일어난 이후에야 신고를 거쳐 이송된다”며 “가족이 없거나, 방치되는 환자들도 있는 만큼 시스템 작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단순 격리 넘어 종합적 치료 대책 중요…“혐오 아닌 치료 필요”의료계는 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격리와 ‘낙인 찍기’가 아닌 제대로 된 치료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환자만 비난할 것이 아니라 시스템 개선을 통해 적절한 치료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적절한 치료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사고가 증가하고, 편견만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환자 단체들도 단순히 격리를 위한 ‘사법 입원’이 아닌 국가책임제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와 한국조현병회복협회(심지회), 한국정신장애인가족지원협회는 9일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의 정신질환이라면 가족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 국가가 주도해서 관리하고 책임지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며 “가족이 언제까지나 ‘욕받이’ 역할을 할 수 없다. 정신건강복지를 위한 인프라 투자, 예산 배정 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희귀한 일이 아니며,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도 현실에 존재하는 만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도 우려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조현병 유병률은 1%대로 희귀한 질환은 아니다. 발병 초기 3~5년간 집중적인 치료를 받는다면 사회·직업적 기능의 회복 예후도 달라질 수 있다. 조현병 환자의 가족인 배점태 심지회 회장은 “조현병 환자라는 집단 자체를 범죄화하고,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면 오히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심 회장은 “종합병원 등 의료시설에도 정신질환을 위한 인력과 시설을 확충하고, 국가가 책임을 지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희 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역시 “‘사후약방문’으로 운영되는 입원 제도뿐만이 아니라 응급 입원 등 치료 시스템 역시 손질하며 ‘혐오’가 아닌 ‘치료’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4억원대 뇌물 받고 '인사 특혜'…코이카 전 상임이사 징역 4년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인사 특혜 등을 대가로 4억 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전 상임이사가 1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정은영 판사는 10일 뇌물 수수와 사기 등 혐의를 받는 코이카 전 상임이사 송모(60)씨에 대해 4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와 더불어 그가 받았던 뇌물 중 일부인 4000여 만원에 대한 추징도 명령했다. 송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아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전 코웍스 대표이사 최모(62)씨에겐 징역 8월형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결심 공판 당시 징역 7년형을 구형했다.재판부는 송씨가 차용증과 담보 없이 돈을 빌리고, 돈을 빌린 전후 인사결정을 내리는 등 직무 관련 뇌물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혐의를 부인했으나 당시 코이카 직원들의 인사와 관련해서 상당한 이해 관계가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차용증과 담보 없이 돈을 빌리고, 돈을 빌리면서 ‘말이 나오지 않게 부탁한다’, ‘조용한 곳에서 전화를 받아달라’ 등 이야기한 정황을 보면 충분히 자신의 행동이 문제될 만한 소지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씨의 이와 같은 행동이 사회적 신뢰를 훼손시킨 만큼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직무 집행 공정성, 청렴성 등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린 중대 범죄이며, 피해 회복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부패 근절을 위해서 송씨는 물론, 뇌물을 공여한 이에게도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송씨는 2018년 2월~2020년 12월 사이 코이카 상임이사이자, 인사권을 보유한 인사위원장을 겸직했다. 그는 당시 인사위원장 자격으로 임직원 20명으로부터 무이자·무기한 차용으로 총 4억1200만원을 받아냈다. 송씨는 자녀 교육비, 병원비 등을 명목으로 해당 금액을 받았으며 이후 인사 및 계약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감사원은 송씨의 인사 비리를 인지한 후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2월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코이카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송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 3월 그를 기소해 재판에 넘겼다. 지난 3월 첫 공판 당시 송씨는 돈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인사권은 금품 수수 여부와 상관없이 공정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했다. 송씨 측 변호인은 “내부 인사 지침, 근무평가 자료 등을 통해 정당한 방식으로 인사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살해 예고' 협박 온상 된 온라인 공간…"적극적 조치 이뤄져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신림역과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등은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까지 살인을 암시하는 예고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관련 글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를 포함, 온라인에서 시민 불안을 자극하는 상황이 많은 만큼 단순한 모니터링을 넘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온라인 게시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온라인 살인예고 글은 지난달 21일 조선(33)의 신림역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게시글 내에는 흉기 등 사진과 더불어 지역, 시간 등을 특정하고 ‘사람을 죽이겠다’는 내용이 공통되고 있다. 경찰청은 7일 오전 7시 기준 총 187건을 수사 중이며, 이중 59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특히 서현역 사건의 피의자 최모(22)씨는 ‘디시인사이드’에 작성한 글이 발굴되기도 했다. 최씨는 흉기 사진을 올리거나, ‘서현역 지하에 가고 있다’ 등 자신의 동선을 알리는 글을 범행 직전에 게시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신림동 살인’ 등을 검색했던 기록을 확보해 온라인을 통한 모방 학습과 범죄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서울 강남역과 잠실역 등 번화가를 언급하며 ‘살인 예고’를 암시한 글 대부분은 디시인사이드에 게재됐다. 디시인사이드는 다양한 주제로 운영되는 게시판 여러 개가 모인 커뮤니티로, ‘국내야구’, ‘한석원’, ‘토이’ 등 제목의 게시판에도 살인 예고가 올라오는 등 게시판의 특정과 추적이 어렵다. 여기에 로그인을 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어 IP주소 등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게시자를 추적하기에도 시간이 걸린다.디시인사이드 외 익명 기반의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 ‘에브리타임’, 추적이 어려운 해외 메신저 ‘텔레그램’과 해외 기반의 서비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한 살인예고 글 유포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6일 일어났던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에서의 승객 대피 소동 당시 트위터에는 “칼을 들고 있는 승객이 있다”, “생화학 테러가 일어났다” 등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글이 공유되기도 했다. 이처럼 온라인 공간에서는 각종 위협과 불안 조성은 물론, 범죄와 연결될 수 있는 내용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수시 모니터링 외 조치를 시행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 4월 청소년의 극단적 선택, 청소년 대상 성 범죄 등이 발생했던 ‘우울증 갤러리’는 경찰의 거듭된 차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우울증 갤러리에 접속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의 아동·청소년 보호 조치 권고에 따라 모니터링과 제재 조치가 강화된다’는 안내문이 팝업으로 뜨는 것이 전부다. 방심위는 온라인 사이트를 포함, 미디어 콘텐츠 전반에 대한 심의를 담당한다. 그러나 특정 전체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사이트 내 불법 게시물의 비중이 70%를 넘어야 한다는 임의 기준이 존재한다. 하루에도 수천~수만 건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게시판 중 ‘살인 예고’ 글은 몇 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여기에 특정 사이트 전체의 접속을 차단하는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방심위 등 당국이 시민들의 제보 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수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차단을 제외하면 빠른 게시글 삭제 등 유포를 막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며 “방심위나 사이트 자체의 모니터링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들의 제보 창구를 만들거나 제보 기능을 활성화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찰, `서이초` 관련…"민원·사망 연관성 섣부른 결론 안 돼"
- [이데일리 권효중 손의연 기자] 경찰이 숨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에게 직접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에 대해 학교 관계자와 동료 교사들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숨진 교사의 일기장 등이 외부로 유출된 경로 등을 파악하는 등 고인의 명예를 지키고, 2차 가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담임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학교 관계자와 주변 동료 교사 등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포함, 숨진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내리게 된 동기를 파악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숨진 교사 A씨는 이른바 ‘연필 사건’으로 인해 학부모들의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연필 사건’은 A씨가 담임을 맡고 있던 학급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의 이마에 연필을 그은 사건으로, 이후 그는 특정 학부모로부터 직접 전화 연락을 받는 등 과도한 심적 부담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지난달 24일 학부모가 A씨의 개인 휴대전화에까지 수십통의 전화를 걸었고, A씨가 전화 번호를 바꿔야겠다고 한 증언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A씨의 업무용 메신저를 포함, 교내 유선전화 통화 내역, 업무일지 등을 확보해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다. 또 A씨의 유족과 학부모 등의 입장을 고려해 정확한 연락 여부와 횟수 등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우 본부장은 “학부모가 개인 번호로 연락을 했는지 여부는 A씨는 물론, A씨 유족들에게도 민감한 부분이라 아직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원과 사망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섣부르게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학부모의 직업과 더불어 권력 기관과 연루됐다는 온라인상의 의혹에 대해서는 “파악은 됐으나, 개인 정보의 문제이기 때문에 답변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또한 경찰은 유출된 A씨의 일기장 등에 대해서도 유출 경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A씨의 사망 초기 일부 언론이 일기장 내용을 보도했고, 이에 대해서는 유족이 고소·고발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우 본부장은 “일기장이 유출된 경로를 파악 중”이라며 “고인이나 사건 관계자들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세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보들이 왜곡된 방향으로 새어나가 2차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전부 공개할 수 없는 지점들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무더위 속 오아시스 같아요"…쉼터서 숨 돌리는 배달 노동자들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어찌나 땀을 흘리는지…하루에 500㎖ 생수 7~8병을 마셔도 화장실을 거의 안 가요. 헬멧을 쓰면 숨도 못 쉬겠는데 벗을 수도 없고, 그래도 잠시나마 쉴 곳이 있다니 다행이죠.”폭염 속 배달을 마친 전성배씨는 땀에 전 헬멧을 벗고 숨을 돌리며 이렇게 말했다. 아스팔트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받아내야 하는 배달 노동자들에게 연일 이어지는 폭염은 극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냉방이 되는 `쉼터`는 큰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제대로 된 휴식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필수·플랫폼 노동자 쉼터의 모습 (사진=권효중 기자)◇ ‘폭염’ 시달리는 이동 노동자들 맘 편히 쉴 공간지난 1일 서울의 체감 온도는 35도를 넘겨 폭염 특보가 내려졌다. 무더위를 뚫고 찾아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필수·플랫폼 노동자 센터에는 시원한 에어컨의 바람이 가득했다. 냉장고에는 차가운 생수가 가득 차 있었고, 얼음 정수기와 커피 기계 등 잠시 쉬어가기엔 충분한 시설이 마련됐다. 성동구청 주도로 지난달 11일 문을 연 이 공간은 배달 및 택배 노동자를 포함해 도시가스, 정수기 검침원 등 이동하면서 일을 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방문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들은 배달·택배 노동자들이라는 게 구청 측의 설명이다. 이 같은 쉼터는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이 지역 일대에는 크고 작은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것은 물론 물론, 건국대 등과 인접하고 있어 유동 인구가 많고, 상권이 발달해 있다. 강남권 퀵서비스의 기점이기도 해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전씨는 “매년 혹서기와 혹한기마다 이동 노동자들의 쉼터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동 노동자들의 노동, 생활 방식 등에 대한 이해인데, 이곳은 현장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폭염 시기를 맞아 이들에게 쉼터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3년 넘게 퀵·배달 노동을 하는 김현석씨는 “한 마디로 ‘어질어질한 더위’”라며 “안전을 위해서 헬멧을 벗을 수도 없고 가벼운 것으로 바꾸기도 힘든데, 그늘에서 쉬거나 카페 혹은 편의점을 전전하고 때로는 PC방까지 간다”며 고충을 전했다. 그는 “일부 지자체나 기업의 도움으로 얼음물 제공 등은 이뤄지지만, 그 외에도 안정된 공간에서 쉰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성배(왼쪽)씨와 김현석씨가 지난 1일 서울 성동구 필수·플랫폼 노동자 센터에서 쉬고 있다. (사진=성동구청)◇ “건강한 노동 위해선 제대로 ‘쉴 권리’ 보장돼야”정부에서는 낮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 등 권고를 하고 있지만, `딴 세상 얘기`라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배달업체의 ‘폭염 할증’ 등 정책 탓에 일터로 등떠밀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전씨는 “온열 질환은 증상을 느끼기 전에 예방 차원에서 휴식이 필요한데, 배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은 정해진 시간에 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동 노동자들만큼 ‘기후 위기’를 체감하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폭우는 물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등은 점점 견디기 힘들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쉴 권리’가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폭염 시 휴식 시간을 부여하도록 한 고용노동부 가이드라인은 배달·이동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일하는 시간과 배달 건수가 곧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이를 포기하고 쉼을 선택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에 배달플랫폼 노동조합 등은 도심 곳곳에 간이쉼터를 확대하고, 기상청 특보와 연관해 작업중지 등 자동 조처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성동구는 쉼터의 홍보 및 활용에 보다 힘쓴다는 계획이다. 김정미 성동구청 일자리창출팀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노동 권익, 일자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을 추가하려고 한다”며 “아직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시설인 만큼 지속적으로 운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 5성급 호텔서 샤워 중 들어온 직원…주거침입 처벌되나요? [궁즉답]
- 이데일리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의 질문을 담당 기자들이 상세하게 답변드리는 ‘궁금하세요? 즉시 답해드립니다(궁즉답)’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Q. 최근 서울 5성급 호텔에 묵고 있던 여성이 목욕하던 중 허락 없이 문을 열고 들어온 호텔 남자직원을 마주친 사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여성은 직원을 주거침입죄로 고소장을 넣었다고 하는데요. 자신이 소유 혹은 임차한 주택이나 사무실이 아닌 잠시 묵어가는 호텔, 게스트하우스 같은 곳에서 발생한 침입도 ‘주거침입’에 해당하나요? 주거침입에 해당하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주거침입죄의 성립을 위해 중요한 요소나 쟁점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자신의 집은 아니지만 묵고 있던 호텔 방 안에서 갑작스럽게 들어온 직원과 마주한 20대 여성, 결론부터 말하면 ‘주거 침입’은 자신의 주거지가 아닌 공간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사안입니다. 주거침입은 해당 공간에서 피해자가 평온함을 침해당했다고 느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해당 직원의 출입이 이 여성의 의사에 명백히 반한 행동이었는지,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의 여부는 따져보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에 따르면 주거침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입니다. 주거침입은 ‘주거의 평온’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입니다. 침입자가 들어간 방법이나, 신체 중 일부만 들어갔는지 여부 등과 관계없이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여겨지면 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주거침입이 성립되는 공간 역시 자신의 집뿐만은 아닙니다.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사무실 등)은 물론, 선박이나 항공기, 점유하는 방실 역시 포함됩니다. 그러한 만큼 투숙 중이던 피해자 여성이 남성 직원의 침입으로 불안감을 느꼈고, 평온을 침해당했다면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20대 여성은 지난달 29~30일 숙박 이후 호텔 측의 제대로 된 대처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에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주거침입을 결정짓는 것은 몸이 얼마만큼 들어갔는지 여부 등이 아니라 사실상의 평온을 해쳤는지의 여부가 기준이 된다”며 “이 남성 직원이 실제로 객실 내에 얼마나 깊이 들어갔는지와는 관계 없이 주거침입이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 변호사는 “‘주거의 평온’이란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이러한 ‘사실상의 평온’이 침해됐다면 주거침입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법 조항에 따르면 이 남성 직원의 행동은 충분히 주거침입에 해당하지만, 손님의 명시적이면서 추상적인 의사에 반해 침입이 이뤄졌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한번 더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정구승 일로 청량리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사건 발생 이전이 손님이 물품(커피 캡슐 등)을 요청했고, 여러 차례 벨을 눌렀음에도 응답이 없어 손님이 없는 줄 알았다고 피의자(남성 직원)가 진술한 점을 고려하면 명시적·추상적 의사에 반해 출입한다는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고의성’이 있는 침입은 분명한 처벌 대상입니다. 제주지방법원은 지난 2015년 여성 손님이 있던 객실에 마스터키로 문을 열고 들어간 호텔 직원에게 징역 4월형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이 직원이 성적 목적을 갖고 침입을 했다는 혐의를 인정했다며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이번 사건에서도 남성 직원에게 고의가 없던 것이 입증된다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 변호사는 “주거침입죄의 경우 과실범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고의가 없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 이데일리 궁즉답에서는 독자 여러분들이 알고 싶어하는 모든 이슈에 기자들이 직접 답을 드립니다. 채택되신 분들에게는 모바일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이메일 : jebo@edaily.co.kr 카카오톡 : @씀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