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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 토토` 빠진 미성년자도…보이스피싱 조직 `무더기 적발`(종합)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를 받아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 발신 번호를 ‘010’으로 조작하는 중계기 사무실 20여개를 운영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도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사무실 운영뿐만이 아니라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한 대포 유심 등도 유통하며 조직적으로 활동했으며, 불법 체류 태국인은 물론 17세 미성년자까지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미성년자 피의자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후 돈이 필요해지자 범행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서울동부지검)◇ 중계기 사무실 운영 일당 25명 재판行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인 태국인 A(31)씨를 포함, 대포 유심을 유통하고 중계기를 관리했던 일당 총 25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중 A씨를 포함한 20명은 구속 상태로,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달까지 중계기 사무실 26개를 관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바탕으로 중계기를 수령한 후, 이를 사무실로 배분해 운영 과정을 총괄했다. 경찰과 검찰이 중계기 621개를 압수해 분석한 결과, 총 73회의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15억원의 사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계기 사무실을 통해 중국 조직은 자신들이 발신하는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변조해 피해자들을 쉽게 속일 수 있었다. A씨 외에도 중계기에 필요한 무선 라우터를 유통한 총책 B(27)씨, 대포 유심 개통을 맡은 이동통신대리점 업주 C(38)씨 등도 범행에 가담했다. 또 A씨는 국내에 불법 체류중인 태국인들을 끌어들여 중계기 운영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을 통해 추적을 피하고, 조직적으로 부품 배송과 조립 등을 분담했다”며 “특히 C씨 같은 경우에는 불법 대포 유심을 개통하는 업무를 할 경우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스스로 문서 위조까지 하며 범행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당 중 일부는 월급 계약을 체결해 1000만원~3000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고, 총책이었던 B씨는 4000만원 가량을 얻었다. 특히 17세에 불과한 미성년자 D군 역시 중계기 부품을 받아 조립하고, 테스트를 하는 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D군은 불법 도박에 빠져 돈이 필요한 상황에서 ‘고액 단기 알바’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이들 일당에 접근했고, 조직의 테스트를 통과해 중계기 조립 업무 등을 맡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현금으로 수백만원 가량을 받았고, 중간책까지 올라가기 직전 덜미를 잡혔다”고 말했다.◇ 마약·불법도박 홍보 등 다른 범죄까지…“추적 계속” 또한 검찰은 이들 중 일부가 마약 유통, 불법 스포츠 도박 홍보 등 다른 범죄에 연루된 사실도 밝혀냈다. 중계기 운반을 맡았던 D(42)씨는 지난 4월 중국 총책의 지시에 따라 중계기 부품과 함께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4.8g을 매매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또 B씨는 사무실을 옮겨다니며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홍보까지 진행해 이 사무실에서 일했던 상담원 2명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중계기 중계기 621개를 포함, 대포 유심 2832개, 범행에 사용된 노트북과 PC 31개 등을 압수했다. 또 휴대전화 100개와 무선 라우터 682개, 대용량 배터리 36개 등도 압수했다. 이들이 사용한 중계기는 국내에서 처음 발견된 신형으로, 기존 중계기의 4분의 1 크기에 불과한데다가 원격 조작이 가능해 수사를 피하기 용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를 포함, 추가 유통을 막기 위해 경찰은 물론, 이동통신사 관계자들과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 조직을 관리했던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에 대해 국제형사사법공조를 통해 인적사항을 특정할 예정이다. 또 불법 체류중인 태국인들을 끌어들인 모집책 등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추적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물론, 연계 조직까지 끝까지 추적해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중국·태국인, 미성년자까지…국내 보이스피싱 조직 `무더기 적발`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를 받아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의 발신 번호를 ‘010’으로 조작하는 중계기 사무실 20여개를 운영해 보이스피싱을 도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의 중계기와 대포 유심 등 범행 도구를 압수하고, 인터폴 적색수배 등을 통해 외국인 가담자들도 추적할 계획이다. 특히 태국인 피의자가 이 일당의 총책을 맡고 조직원엔 중국 국적자와 미성년자까지 구속되는 등 다양한 인물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서울동부지검)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은 범죄단체가입·활동, 사기,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중계기 사무실 관리총책인 태국인 A(31)씨를 포함, 대포 유심을 유통하고 중계기를 관리했던 일당 총 25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5일 밝혔다. 이들 중 A씨를 포함한 20명은 구속 상태로,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상태로 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9월부터 지난 6월까지 중계기 사무실 26개를 관리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의 지시를 받아 중계기를 받은 후 이를 사무실로 배분하며 실질적 운영을 담당했다. 이를 통해 A씨는 총 21명으로부터 약 3억5581만원을 빼돌렸다. 중계기 사무실을 통해 중국 조직은 자신들이 발신하는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변조해 피해자들을 쉽게 속일 수 있었다. A씨 외에도 중계기에 필요한 무선 라우터를 유통한 총책 B(27)씨, 대포 유심 개통을 맡은 이동통신대리점 업주 C(38)씨 등도 범행에 가담했다. 특히 17세에 불과한 미성년자 D씨 역시 중계기 부품을 받아 조립하고, 테스트를 하는 데에 협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일당은 SNS를 통해 대포유심 유통과 돈세탁 등 역할을 분담할 조직원을 모집하고 개인정보 DB를 판매하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검찰은 이들 중 일부가 마약 유통, 불법 스포츠 도박 홍보 등 다른 범죄에 연루된 사실도 밝혀냈다. 중계기 운반을 맡았던 D(42)씨는 지난 4월 중국 총책의 지시에 따라 중계기 부품을 배달하면서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4.8g을 매매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 또 B씨는 사무실을 옮겨다니며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 홍보까지 진행해 이 사무실에서 일했던 상담원 2명 역시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중계기 사무실 26개를 압수수색해 중계기 621개를 포함, 대포 유심 2832개, 범행에 사용된 노트북과 PC 31개 등을 압수했다. 또 휴대전화 100개와 무선 라우터 682개, 대용량 배터리 36개 등도 압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이 사용한 신형 중계기는 은닉이 가능하고, 원격 조작이 가능해 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다”며 “경찰청 및 통신사 보이스피싱 대응팀과 협력해 이를 회수해 추가 범죄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중국 보이스피싱 총책은 물론, 불법 체류하던 태국인들을 끌어들인 외국인 모집책 등에 대해서도 인터폴 적색수배를 통해 추적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물론, 연계 조직까지 끝까지 추적해 보이스피싱 범죄로부터 국민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세요"…69세 쿠바 석학의 조언
- [아바나(쿠바)=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노인을 단순히 돌봐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실제 삶을 이해할 때 우리 스스로도 ‘나이듦’에 대해 제대로 인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테레사 오로사 프라이즈(Teresa Orosa Fraiz) 아바나대학교 심리학과 교수가 지난달 4일 쿠바 아바나의 자택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지난달 4일 만난 테레사 오로사 프라이즈(Teresa Orosa Fraiz) 쿠바 아바나대학교 심리학과 교수(69)는 이렇게 말했다. 프라이즈 교수는 쿠바의 공식 은퇴 연령인 60세를 넘겼지만 노인심리학 분야에서 여전히 활발히 학술 활동과 연구를 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제연합(UN)의 ‘건강한 노화를 위한 50인의 세계 리더’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프라이즈 교수는 “노인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야 우리 사회가 노화에 대한 올바른 준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쿠바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의 20%에 달한다. 길거리의 시민 10명 중 2명은 노인인 셈이다. 이처럼 사회의 한 구성원임에도, 노인들은 소외되기 쉽다는 것이 프라이즈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경제적 여건과 의료 시스템을 갖추는 것 외에도 교육이 필요하다”며 “실제로 노인들이 원하는 것을 인지하고 연구할 때 노인 당사자는 물론이고, 젊은이들도 자연스럽게 나이듦을 준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라이즈 교수는 심리학을 전공하고 아바나대에서 최초로 노인 대학(Universidad De La Tercera Edad) 프로그램을 창설했다. 어느덧 23년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배움을 얻어간 노인은 1만9319명에 달하며, 이제는 쿠바 곳곳의 다른 대학교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프라이즈 교수는 이러한 활동이 노인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세대 간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통해 노인들이 사회 내 새로운 역할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프라이즈 교수는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삶에 대한 이해 자체가 부족하고, 노인들 역시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노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상에서 어떠한 차별을 겪는지 등 세세한 부분을 살펴보고, 이에 맞게 사회가 함께 움직여야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한 준비가 돼있을 때, 젊은 세대 역시 ‘나이듦’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한 제도적 차원의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쿠바는 지난해 9월 ‘가족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가족법 개정안에는 동성혼 법제화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포함하는 내용뿐만이 아니라 노인이 가족에서 누릴 수 있는 권리와 의무도 명문화돼있다. 이를테면 노인들은 가족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심지어 이혼 가정의 손자·손녀들과도 만날 수 있다. 여기에 가족들을 돌보거나 본인 스스로를 돌보고, 후손들에게 교훈을 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도 주어진다.이처럼 노인 스스로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쿠바에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노인들은 원한다면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할 수 있고, 사회의 ‘어른’으로서 대우받는다. 프라이즈 교수는 코로나19가 극심했을 당시, 세계 노인의 날인 지난해 10월 1일 이뤄진 행사를 소개했다. 프라이즈 교수는 “락다운으로 도시가 멈췄을 때, 집에서 돌봄을 책임지고 가족들을 돌봤던 영웅은 노인들이었다”며 “단순한 숫자나 사망률, 노령 인구로 기억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존재하고, 역할이 주어진 시민으로서 이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손의정)
- "지역·가족부터 '노화' 관리"…국가가 직접 나서 '나이듦' 연구도
- [아바나(쿠바)=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2021년 1조 달러 이상을 기록해 국내총생산(GDP)순위 11위였던 한국과 비교하면 쿠바의 GDP는 820억 달러로,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인해 경제난에 시달리며 매일 아침마다 긴 배급 줄을 서는 쿠바인들이지만, 이들에겐 늙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다. 아바나에서 만난 레오나르도 로메로 하르디네스(35) 노화연구소 부국장은 “단순히 경제적인 지원 외 복합적인 지원을 통해 나이듦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로메로 하르디네스 쿠바 노화연구소 부국장 (사진=이데일리 권효중 기자)이데일리가 지난달 7일 방문한 아바나의 칼릭스토 가르시아 병원, 이 병원에는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노화연구소가 함께 설치돼 노인들의 건강한 노화에 대해서도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노인 관련 질병 치료도 가능해 아픈 노인들 중 지역 진료소나 일반 병원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설의 수준은 한국에 비하면 다소 낡았지만 병원을 가득 메운 의료진들은 환자를 직접 부축하며 인솔하고, 의사들은 한 방에서 오랫동안 환자와 대화를 나눴다. 사회주의 체제를 갖춘 국가인 쿠바는 소련의 붕괴 이후 경제적 원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가 코로나19를 겪으며 주요 산업인 관광업에 타격을 입었다. 경제적인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공공 의료 제도 덕분에 기대 수명은 77.7세로, 한국의 83.5세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은퇴 연령(남성 65세, 여성 60세)을 넘기고도 노인들은 원한다면 일을 할 수 있고, 국가에서 운영하는 각종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르디네스 부국장은 한국과 다른 쿠바의 의료 시스템을 소개했다. 지역 주치의 역할을 시행하는 지역 진료소(콘술토리오), 일반 병원과 전문 병원으로 이어지는 3단계 구조를 통해 치료보다 예방 중심, 중앙보다 지역 중심으로 치료의 패러다임을 설정한 것이다. 여기에 노령연금과 은퇴 후에도 특별 법령을 통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며 고령화에 맞춰 노인들의 최소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르디네스 부국장은 “작은 단위부터 노인들의 기능을 보살핀 후, 종합적인 정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히 신체적인 건강뿐만이 아닌, 가족과 지역에서부터 이들의 정신적인 안위를 챙기고 역할을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노화연구소에서 노인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실제로 콘술토리오의 의사들은 단순한 의료인을 넘어, 지역의 총체적인 보건 관리자 역할까지 수행한다. 1주일에 1번은 가정 방문을 하고, 환자의 가족 관계나 이웃 관계 등을 꿰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하르디네스 부국장은 “기초 단계부터 구성된 쿠바의 시스템과 더불어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 등이 전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 자체의 문화는 물론, 가족 안에서의 역할을 설정해나가며 ‘노화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 노인의 역할을 재설정하고, 이들이 ‘짐’이 아니라는 인식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르디네스 부국장은 노화연구소의 실험실, 의료진 등을 직접 소개해주기도 했다. 운동 기구를 갖춘 방이 있어 노인들이 직접 운동능력을 측정하고, 재활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의료진 중 최고 ‘베테랑’은 73세로, 여전히 현역 의사로 활동하며 노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연구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다. 하르디네스 부국장은 “‘나이듦’ 역시 인간에게 주어진 역할 중 하나로, 건강한 노화가 우리 모두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개인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전체 사회에서 노인 스스로가 역할을 찾고 적응해나가기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 차원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손의정)
- 돈없는 치매 노인도 요양시설 입주…'국가가 돌봐준다" 신뢰 굳건
- [아바나(쿠바)=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의 플라야(Plaza) 지역, 대로변에 파란색으로 칠해져 눈에 띄는 집이 있다. 발코니에는 안락의자에 앉아 노인 여럿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직접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건넨 다니 로드리게스(79)씨는 이곳 ‘노인의 집’(Cada de abuelos)에서 친구들과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다니씨는 “친구들과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체조를 하거나 도미노 게임을 하는 것이 즐겁다”며 “혼자가 아닌 삶이야말로 건강한 노인이 되는 비법”이라고 밝혔다. 쿠바 아바나에 위치한 ‘노인의 집’, 노인의 집은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함께 늙어간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해” 지난달 5일 방문한 노인의 집에서 만난 노인들은 “삶의 어떤 부분이 가장 좋냐”는 질문에 모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노엘리아(91)씨는 “함께 사는 가족이 있지만, 이곳에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고 소개했다. 노인의 집에 온 지 일주일여 됐다는 레글라(76)씨 역시 “자녀들이 타지에 살아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고 인간의 온정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바나 내 이러한 ‘노인의 집’은 49곳에 달한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세 끼 식사가 제공된다. 산책과 운동은 물론,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있으며 노인들은 자유롭게 이에 참여할 수 있다. 벽 곳곳에는 노인들이 직접 그린 그림은 물론, 손수 만든 인형 등도 걸려있다. 이들은 자신이 젊었을 때 유행하던 음악을 듣거나, 젊었을 때의 흑백 사진을 보고 서로 누구인지 알아맞춰보는 게임 등을 즐긴다. 또 지역 아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원한다면 미겔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 사회의 어른으로서 ‘정책 조언’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노인의 집’은 쿠바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노인들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최소 연금은 1500 쿠바 페소(한화 약 7만원) 수준이지만, 식량과 생필품이 배급되고 의료비 부담이 들지 않으며, 원한다면 노인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 또한 원한다면 은퇴 연령을 넘겨서 일을 계속 할 수도 있다. 오마르(76)씨는 “코로나19와 미국의 경제 봉쇄 이후 우유와 유제품 등 수입품은 구하기 어려워졌다”라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에 지장이 없고, 수동적으로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마리엘라(63)씨 역시 은퇴 연령을 넘겨 31년째 노인의 집에서 일하고 있다. 마리엘라씨는 “60살 이상이라면 모두 이곳의 식구가 될 수 있다”며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가정에서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인 등 도움이 필요하면 이곳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TV를 보더라도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한 마디라도 더 나눌 때 노인들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감각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상주하는 마리엘라씨 외에도 의료와 일상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의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노인들을 돕는다. 의사 아나(57)씨는 “노인의 집은 지역 사회 단계에서 노인들의 활동을 돕고, 고독으로 인한 문제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 된다”고 했다. 다른 의사 알베르토(54)씨 역시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노인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며 “일상 속 ‘관계 맺음’을 통해 노인들에게 사회 내 역할을 부여하고, 사회나 국가가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의 보금자리’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의료진들 (사진=권효중 기자)◇ “넉넉하진 않아도…살아 있는 것이 좋아요” 지역 사회에 마련된 노인의 집 외에도 쿠바에는 치매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있다. 아바나 산타페(Santa Fe) 지역에 위치한 ‘노인의 보금자리’(Hogar de ancianos)는 2층짜리 건물로, 16명의 노인들이 24시간 생활한다. 이들을 위해 의사 1명과 간호사 등 보조인력 16명이 상주해 일상을 돕는다. 비용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한 달에 내야 하는 비용은 1260쿠바 페소(한화 약 6만원)이며, 이마저도 낼 수 없다면 국가가 지불한다. 이곳의 관리자 리세(41)씨는 “지역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입소하면, 이곳에서는 하루 3번 건강 체크를 통해 다시 상위 의료기관으로 연결이 이뤄진다”라며 “노인 인구가 많고,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가장 신경쓰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노인들은 대부분 치매를 앓고 있지만, 무력하게 앉아있지만은 않았다. 이들 역시 자신이 젊었을 때 나오던 노래를 감상하고, 손을 흔들거나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젊었을 때 시인이었다는 카리다(86)씨는 이곳에서 17년째 살았다. 치매를 앓고 있음에도 카리다씨는 지금 기분을 묻자 “아침마다 햇살이 내 얼굴에 입을 맞춰주는 것 같다. 살아있는 것이 좋다”며 웃었다. “내 시가 어땠냐”고 묻는 카리다씨에게 간호사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쿠바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산업인 관광업에 타격을 입은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등도 고민으로, 휘발유와 의약품 등 각종 생필품이 풍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가족은 물론, 지역에서부터 시작되는 보살핌 체제에 대한 신뢰는 존재했다. 리세씨는 “단순히 돈이 없다고 해서 시설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늙어가는 것은 모두가 당면한 문제인 만큼, 계속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손의정)
- 경찰 "'서이초 사건' 관련 의혹 등…모든 가능성 열어 두고 수사"
- [이데일리 권효중 손의연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20대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 경찰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교사 A씨의 추모공간에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윤희근 경찰청장은 24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러 가지 의혹을 포함, 학교 관계자와 숨진 교사의 지인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서이초에서 20대 교사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지난해 임용된 새내기 교사로, 올해 1학년 담임을 맡았다. A씨의 죽음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악성 민원 등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학교 측은 A씨의 담당 업무가 학교폭력 업무가 아니었고, 1학년 담임 역시 자원해서 맡았다고 해명을 내놓았다. 학교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관련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A씨가 생전에 학생들에게 썼던 편지가 공개되는 등 평소 아이들을 생각했던 모습이 전해지면서 A씨의 극단적 선택 과정이 명확히 밝혀져야 한다는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교원 단체는 물론, A씨의 유족들 역시 사건에 대한 정확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경찰 조사와는 별도로 서울시교육청 등과 함께 합동조사단을 출범시켜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집중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아울러 경찰은 ‘국회의원 가족 학부모 갑질’ 의혹 관련, 허위 사실이 유포된 정황에도 수사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은 “현재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관련해서 1건의 고발이 접수돼있다”며 “3건 정도 되는 것으로 파악중인데, 2건은 서울경찰청 사이버과에서 직접 맡고, 추가 고발 사안에 대해서는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갑질’을 한 학부모의 아버지가 ‘서초구에 거주하는 국민의힘 3선 의원’이라는 의혹이 유포됐다. 이에 한 의원은 직접 관련설을 부인했고,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서영교 의원의 딸은 미혼”이라며 서이초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최초 글은 ‘사실이 아니니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는 내용으로 정정됐지만, 방송인 김어준씨 등도 ‘현직 정치인 연루설’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국민의힘 미디어법률단은 김씨를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 서이초 앞 수북이 쌓인 국화…"원인 밝혀야" 이어지는 추모 행렬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일하던 20대 초반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사흘째인 21일, 여전히 서이초등학교 앞의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시민과 교사 등은 숨진 교사가 겪었을 고통에 공감하며, 제대로 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앞에 숨진 교사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이날 오전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이초 앞, 교문까지 이어지는 담벼락 길에는 전국에서 보내진 근조 화환이 가득했다. 벽에는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고,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음료수나 꽃 등도 눈에 띄었다. 교문 앞에는 서울교사노동조합이 준비한 국화꽃과 포스트잇 등이 마련돼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헌화를 하고 묵념을 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앞서 지난 18일 이곳에서는 교사 A(23)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건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 등을 중심으로는 숨진 A씨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등 ‘갑질’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학교 측이 A씨가 학교폭력 업무와 관련이 없었고, 1학년 담임을 자원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지만 관련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날 추모를 위해 방문한 시민들도 명확한 사실 관계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성동구에서 중학교 교사로 일한다는 B(30)씨는 “대학을 갓 졸업한 새내기 교사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그의 일터였던 학교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단순히 개인사의 문제로 축소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이라는 안모(52)씨 역시 “젊은 사람이 너무 안타깝게 갔다. 학교에서 그런 선택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이 안 된다”며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날에도 A씨의 유족과 서울교사노동조합 등은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A씨의 사망과 관련한 사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왜 사회초년생인 젊은 교사가 일하던 학교에서 생을 마감했는지 명확한 답을 내야 한다”며 학교는 물론, 교육청이 책임 있게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고 외쳤다. 이날 오전 10시쯤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서이초를 찾아 추모 포스트잇을 살펴보고 헌화를 했다. 검은 양복, 검은 넥타이 차림의 조 교육감은 “안타깝고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경찰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교사의 수업권과 생활지도권 등 교권 관련, 미진한 법 제도들에도 진전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의 발언 당시 일부 교사와 시민들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조 교육감은 “공식 업무 시간 이후에도 오는 학부모들의 민원에 대해서는 업무용 핸드폰(듀얼폰)을 사용한다든지, 공식 민원 콜센터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으나, 시민들은 “듀얼폰은 해결책이 아니다”, “괴롭힘은 해결되지 않는다”며 항의했다. 이들은 오전 10시 30분쯤 조문과 학교 내부 방문을 마치고 떠나는 조 교육감의 차량에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마라”, “더 많이 죽기 전에 교사를 지켜라”고 외치기도 했다. 한편 서이초 인근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는 A씨를 위한 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는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 운영된다.
- '오송 참사' 책임 논란…전문가들 "충북지사 등 윗선 수사해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초기 정황에 대한 법률 검토 결과, 지자체 등 관리 주체들의 안전 관리 미비로 인해 발생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국가하천인 미호강을 관리하는 책임 주체인 청주시는 물론, 이 의무를 위임한 충청북도 도지사, 환경부 장관 등 ‘윗선’들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영국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권 실현을 위한 학자·전문가 네트워크’ 공동대표가 20일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학자·전문가 130여명으로 구성된 중대재해 학자·전문가 네트워크(중대재해 전문가넷)는 20일 서울 서초구 민변 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권영국 중대재해 전문가넷 공동대표는 “미호강 제방 관리의 부실, 지하차도 침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로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에 따라 각 주체들의 책임 소재를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충북 청주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인근 미호강의 범람으로 인해 순식간에 물이 들어차 14명이 사망, 10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건 당일 오전 4시 10분쯤 홍수 경보가 발령됐지만, 미호강 임시 제방이 붕괴된 오전 8시 40분까지 약 4시간의 시간 동안 차량 통제 등 안전을 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중대재해 전문가넷은 임시 제방과 지하차도가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하고 있는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며, 관리상 결함으로 인해 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중대시민재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은 책임 주체로 명시돼있다. 이번에 범람한 미호천은 국가하천으로, 하천법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관리를 맡는다. 환경부는 이 관리 권한을 충청북도에게 위임하고, 충청북도는 청주시에 재위임해 관리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이 같은 위임 및 관리 과정에서 구체적인 관리나 보고체계에 미비한 점이 있었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아울러 참사가 일어났던 궁평2지하차도의 관리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권 공동대표는 충북도지사를 향해 “도로 관리의 주체로 긴급 안전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했고, 청주시장에 대해선 “관할 행정구역 내 재난이 발생하거나,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경우 재난안전법에 따라 응급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다만 아직까지 지자체와 환경부는 물론 미호강 임시 제방을 설치했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까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까지 투입한 전담 수사팀을 꾸려 책임 소재 등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에 대해 손익찬 변호사는 “안전관리의 총 책임자가 이를 소홀히 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면, 의무조항의 유무뿐만이 아니라 의무를 왜 이행하지 않았는지 등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인’ 아닌 ‘안전’[기자수첩]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15일 충청북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청주 오송의 궁평제2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사고 나흘째인 18일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14명이며, 이들 중 일부는 이날 발인이 이뤄졌다. 전날 찾아간 청주 일대 곳곳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처참히 남아있었다. 길 곳곳에는 토사가 남아 있었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슬픔과 황망함을 억누르며 빈소를 지켰다. 이들은 “비가 온다고 그렇게 재난문자가 왔는데, 왜 미리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냐”며 비통해했다. 실제로 사고 당일 새벽부터 미호천교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인근 주민들의 119 신고 등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궁평제2지하차도에 대한 아무런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747 버스’를 포함, 차량 여러 대는 약 2분여 만에 물에 잠기고 말았다.이러한 인재(人災)로 인해 시민들이 숨졌지만, 관할 지자체인 충청북도와 충주시, 금강홍수통제소 등은 여전히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경찰청이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국무조정실은 별도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문책을 언급했지만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달랠 길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 참사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참사’ 가 있었고, 같은 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과 112 신고들에도 불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15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가 없던 그곳엔 ‘의인’들이 있었다. 물이 찬 도로를 돌아나가며 다른 운전자들의 진입도 말려 추가 피해를 막은 시민,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도운 화물기사, 그리고 마지막까지 창문을 깨며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숨진 버스기사까지. 특히 장례식장에서 만난 버스기사의 친구와 동료들은 입을 모아 그의 희생을 안타까워했다. 언제까지나 이러한 의인들에게 기적을 맡길 수는 없다. 예방과 대응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통해 시민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와 국가 곳곳에 자리잡아야만 인재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