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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이치모터스 내사 보고서 유출' 경찰관 항소심…검찰, 징역 1년 구형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수사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경찰관이 22일 첫 항소심 공판에 출석했다. 검찰은 1심 구형 당시와 같은 형량인 징역 1년형을 선고해줄 것을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관련 내사 보고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 송모씨(왼쪽). (사진=뉴스1)이날 오전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항소부(재판장 김동현)는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를 받는 경찰관 송모(32)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다. 지난 4월 1심 당시 송씨는 징역 4월형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검찰 측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며, 이날 재판부에 1심 구형 당시와 같은 징역 1년형을 선고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송씨의 변호인은 송씨가 1심 재판 이후 징계를 받아 대기 발령 상태로 반성 중이며, 재범의 위험성 등도 낮은 만큼 재판부에 항소를 기각해줄 것을 요청했다.송씨 측 변호인은 “검찰은 송씨의 내사 자료 유출이 의도적이라고 지적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의 취재가 이뤄져 공직자 검증이 이뤄졌다”며 “검찰의 지적대로 경찰 공무원 지위 남용이라고 하기에는 송씨가 변명의 여지 없이 반성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1심 선고 이후 징계를 받아 직위가 경감에서 경위로 강등됐고, 대기 발령 상태로 현재 급여도 받지 못하고 있어 어려운 상황”이라며 “큰 불이익을 감내하고 있는 만큼 재판부 역시 1심 판결 그대로를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해주길 요청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송씨 역시 자세를 낮췄다. 송씨는 “저 때문에 피해를 받게 된 선배 경찰관에게도 죄송하다”며 재판부에 직접 반성문을 제출했다. 2014년 경찰 간부 후보생으로 입직한 송씨는 금융 수사 관련 전문성을 쌓기 위해 공부해왔다. 그러던 중 2019년 선배 경찰로부터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된 내사(입건 전 조사)보고서가 편집된 자료를 받았다. 그는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변동, 일일거래내역과 거래량, 제보자 진술 등이 담긴 해당 보고서를 ‘뉴스타파’ 등 언론사에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이후 서울경찰청은 2020년 그를 송치했고, 서울동부지검이 지난 2월 재판에 넘겼다. 1심 당시 검찰은 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4월의 선고유예형을 선고했다. 이는 유예 기간(2년) 동안 특별한 사고 등이 없으면 선고가 면해지는 ‘면소 처분’으로 간주된다. 당시 송씨의 내사 보고서 유출에는 ‘공익성’이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의 공무상 비밀엄수 의무를 저버려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해당 보고서가 알려지며 새롭게 수사가 이뤄지고, 관련자들이 구속 기소되는 등 결과적으로 공익에 도움이 됐다”고 판단했다.한편 송씨에 대한 2심 선고는 오는 12월 8일 이뤄질 예정이다.
- 국회 앞에 모인 전국 간호사·간호대생들…"간호법 서둘러 제정하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총선, 대선에서 약속한 간호법 제정 즉각 이행하라!” 국회 계류 중인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기 위해 수만 명의 간호사, 간호대 학생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21일 집결했다. 이들은 여당인 국민의힘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던 만큼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한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전국의 간호사와 간호대학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날 오후 2시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제정추진 범국민운동본부 등에서 모인 간호사들과 간호대 학생 등은 여의도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서 ‘간호법 제정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이 대선 당시 여야 모두의 공통 공약이었던 만큼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규정을 떼어내 간호와 돌봄에 대해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아울러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적정 간호사 수 확보, 간호종합계획 실태조사, 인권침해 방지 조사 등을 규정한다. 간호사 단체들은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을 위한 법인 만큼 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간호법이 기존 의사 등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 보조’에서 ‘환자 진료’로 업무 자체를 바꿀 수 있어 보건의료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이러한 논란 속 간호법안은 지난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이후 6개월 가까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이날 모인 이들은 간호법의 빠른 통과가 필요하다며, 의사협회 등의 주장이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간호법이 그 누구의 업무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은 국회에서 지난 1년간 법안 심사를 통해 검증된 사실”이라며 “이는 가짜뉴스로 국민을 현혹하는 행동이며, 의사의 진료 업무는 간호법과 별도로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확대 등을 통해 의사가 하게끔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빠른 간호법 통과를 위해선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170일 넘게 간호법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나서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실제로 국민의힘은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정책협약을 통해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 시절 이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대선후보 시절에 이어 지난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민생개혁법안인 간호법을 조속히 의결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집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나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안에 간호법 통과가 이뤄지도록 주변 의원들을 설득하겠다”고 했으며,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법사위에서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국회법에 따라서 민주당이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처리 의지를 비쳤다. 한편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만여명, 경찰 추산 3만여명이 참석했다. 현장 8개 차로가 통제됐으며, 경력 27개 부대가 배치됐다.
- 박수홍 명예훼손 '연예부장 김용호'…첫 공판서 혐의 부인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방송인 박수홍씨의 사생활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는 유튜버 김용호씨에 대한 첫 공판이 21일 열렸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김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증거목록 등 기록복사가 이뤄지지 않아 본격적인 공판 절차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유튜버 김용호 씨(사진=뉴시스)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박강민 판사는 이날 오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강요미수, 모욕 등의 혐의를 받는 김용호(46)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변호인과 함께 출석한 김씨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증거목록 등 기록 복사가 아직 진행되지 않아 구체적인 진술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씨의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혐의를 전부 부인한다는 취지”라며 “정확한 세부 사항은 아직 기록 복사가 되어 있지 않아 복사가 완료된 후 밝히겠다”고 재판부에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용호 연예부장’, ‘가로세로연구소’ 등을 통해 박수홍씨의 배우자, 가족, 반려묘 등 사생활에 대한 허위사실을 지속적으로 퍼뜨린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박씨의 배우자에 대해 “박씨의 친구인 물티슈 회사 전 대표와 연인 사이였으며,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다음 박씨와 결혼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씨의 법률대리인 측은 박씨의 배우자가 해당 업체 대표와 본 적도 없는 사이이며, 관련 주장이 전부 허위로 밝혀졌다고 반박했다. 또 김씨는 박씨의 연예 활동 수입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박씨의 친형 부부에 대해서도 유튜브 방송에서 ‘횡령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씨 친형 부부가 박씨의 돈 61억7000여만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로 지난 7일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박씨의 반려묘 ‘다홍이’에 대해서도 김씨는 “길고양이를 입양한 것이 아니며, 돈벌이를 위해 섭외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튜브를 통해 박씨가 출연 중이던 TV 프로그램에서 하차하지 않으면 추가로 의혹을 제기하겠다고도 해, 협박한 혐의 역시 받게 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6월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고, 동부지검은 지난달 25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편 김씨 측이 기록복사 등을 위한 시간을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은 내년에 이뤄진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2023년 1월 12일로 예정됐다.
- 인권위, '세계 아동의 날'…"아동 권리·존엄성 위해 노력해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오는 20일 ‘세계 아동의 날’을 맞아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아동의 권리와 존엄성을 위해 모든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나서 폭력 방지에 힘써야 하고, 인권위 역시 아동 보호를 위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사진=이미지투데이)18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송두환 인권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20일 세계 아동의 날과 오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 모든 아동이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고, 모든 형태의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고 이같이 밝혔다.‘세계 아동의 날’은 1989년 11월 20일 국제연합(UN)이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아동권리협약은 전 세계의 모든 아동에게 생존과 보호, 발달, 참여의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을 포함, 196개국이 가입해있다. 그러나 한국 아동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 인권위의 지적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는 3만7605건으로, 전년 대비 21.7% 늘어났다. 또 교육부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은 1.7%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증가했으며, 아동 성착취물 사건이 2020년 한 해에만 2623건 발생했다. 인권위는 “가정은 물론, 학교와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폭력이 아동의 권리와 존엄성,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부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각종 법률 개정 등을 지속해왔다. 지난해 1월에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 같은 해 8월에는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 등을 발표했고, 12월에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학교 추진방안’,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을 개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그럼에도 아동 대상 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권위는 아동에 대한 폭력을 방지하기 위한 모니터링, 실태 조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인권위는 △사이버 폭력 모니터링 △학교폭력 정책 모니터링 과 더불어 학대로 인해 가정에서 분리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아동 분리조치에 따른 아동인권 보호방안 마련 실태조사’, 디지털 성착취와 관련해 ‘아동·청소년 성착취 피해예방과 인권적 구제 방안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인권위는 “각종 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인권위 역시 아동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오늘 수능해방, 시원섭섭해”…“내 딸, 수고 많았어”(종합)
- [이데일리 권효중 황병서 기자] 그동안 고생했어…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전국 1300여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이전엔 연례행사였던 선후배들의 떠들썩한 응원전은 3년째 허용되지 않았지만, 수험생들은 가족들의 조용한 응원을 업고 시험을 치렀다. 다행히 ‘수능 한파’는 없었던 이날,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긴장 속 하루를 보냈다. 수능 시험에 맞춘 간절한 기도 이후 다시 교문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익숙한 모습도 연출됐다. ‘인생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막상 끝나니까 시원섭섭하다”며 ‘해방감’을 보였다.17일 오전 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학교에서 모여든 응원단 없이 고요했다.(사진=황병서 기자)◇ 단체 응원전 없어도… “실수만 안 하면 돼” 격려 이날 입실 마감 시간은 오전 8시 10분이었지만, 오전 7시부터 수험생들은 속속 고사장에 들어섰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수험생들은 도시락 가방, 담요, 수험표와 요약본 등을 들고 교문을 통과했다. 서울 종로 경복고등학교에 아들을 바래다준 어머니 최모(60)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싸줬다”며 “17년 만에 생긴 막내인 만큼 온 가족이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문으로 들어간 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50대 이모씨는 “실력만큼, 실수 없이 보면 좋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비슷한 시각 서초 반포고등학교 앞에서도 “화이팅”, “실수만 안 하면 돼”, “부담 갖지 마” 등 수험생을 향한 가족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주부 A(51)씨는 “엄마인 내가 더 떨린다”며 “밤 늦게까지 고생했던 아들을 생각하면 엄마 고생은 별 거 아니다 싶다”고 했다.수능 때마다 벌어지는 ‘뜻밖의 사고’는 올해도 있었다. 반포고를 찾은 한 수험생은 교문 앞에서 “배정 고사장은 개포고등학교”라는 안내를 듣고 망연자실에 빠져 있다가 급히 경찰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도시락을 놓고 갔다”며 고사장 관계자에 전달을 부탁하기도 했다.시험이 한창인 시각, 가족들도 서울 시내 주요 사찰과 교회, 성당 등 종교 시설에서 마음을 졸였다.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강남구 봉은사 등 대형 사찰의 경우 법당 안은 물론, 바깥 마당에서도 기도를 하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8배를 올리는 이들, 끊임없이 합장을 하고 기도문을 외는 이들이었다. 경내엔 ‘수능 대박’, ‘소원 성취’ 등이 빼곡하게 적힌 메시지 보드와 공양에 쓰이는 기왓장, 초가 가득했다. 조계사에서 만난 이모(75)씨는 “올해 시험 보는 손주가 셋인데,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면서 “아이들이 수능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응원하면서 기다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봉은사를 찾은 설모(53)씨는 “딸이 아쉬움 없는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합장했다. 17일 오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마무리되는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애 타는 학부모, 종일 기도 후엔 마중 행렬 제2외국어와 한문을 제외한 모든 시험이 마무리되는 오후 4시 40분쯤을 앞둔 고사장 앞, 서서히 어둠과 추위가 깔리고 있는 사이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학부모들과 가족, 친구들이 교문 앞에선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핸드폰이 없으니 이 앞에서 만나야 해”, “주황색 옷 입은 사람 보면 손 흔들면 돼” 등의 대화를 나누며 기다렸다. 수능을 마친 이들은 다소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본 노모(18)군, 신모(18)군 등은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고 모의고사를 본 느낌이다”라며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저녁 먹고 싶다”며 웃었다.5교시 시험까지 마쳐 어둑해진 오후 5시 55분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에서도 50여명의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녀들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그동안의 고생을 어루만지듯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아줬다. 이모(47·남)씨는 딸을 안으며 “장하다 내딸. 고생했어”라고 말했다. 최모(46)씨는 “지쳤을 것 같아 오늘은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이려고 한다”고 말하며 딸을 부등켜 안았다.한편 경찰은 이날 수능 시험장 주변에 교통경찰과 기동대를 포함해 인력 1만163명을 배치했으며, 순찰차와 경찰 오토바이 1668대로 주변 교통 관리를 했다. 또 수험생을 위해 경찰 차량 태워주기(209건), 수험표 찾아주기(12건) 등 총 25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 “그동안 수고 많았어”…차분히 치러진 세번째 ‘코로나 수능’
- [이데일리 권효중 황병서 기자] “그동안 고생했어…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전국 1300여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이전엔 연례행사였던 선후배들의 떠들썩한 응원전은 3년째 허용되지 않았지만, 수험생들은 가족들의 조용한 응원을 업고 시험을 치렀다. 다행히 ‘수능 한파’는 없었던 이날,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긴장 속 하루를 보냈다.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인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17일 오전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이날 입실 마감 시간은 오전 8시 10분이었지만, 오전 7시부터 수험생들은 속속 고사장에 들어섰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수험생들은 도시락 가방, 담요, 수험표와 요약본 등을 들고 교문을 통과했다. 서울 종로 경복고등학교에 아들을 바래다준 어머니 최모(60)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싸줬다”며 “17년 만에 생긴 막내인 만큼 온 가족이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문으로 들어간 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50대 이모씨는 “실력만큼, 실수 없이 보면 좋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비슷한 시각 서초 반포고등학교 앞에서도 “화이팅”, “실수만 안 하면 돼”, “부담 갖지 마” 등 수험생을 향한 가족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주부 A(51)씨는 “엄마인 내가 더 떨린다”며 “밤 늦게까지 고생했던 아들을 생각하면 엄마 고생은 별 거 아니다 싶다”고 했다.수능 때마다 벌어지는 ‘뜻밖의 사고’는 올해도 있었다. 반포고를 찾은 한 수험생은 교문 앞에서 “배정 고사장은 개포고등학교”라는 안내를 듣고 망연자실에 빠져 있다가 급히 경찰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도시락을 놓고 갔다”며 고사장 관계자에 전달을 부탁하기도 했다.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는 수험생의 대박을 기원하는 사람들로 넘쳐났다.(사진=황병서 기자)시험이 한창인 시각, 가족들도 서울 시내 주요 사찰과 교회, 성당 등 종교 시설에서 마음을 졸였다.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강남구 봉은사 등 대형 사찰의 경우 법당 안은 물론, 바깥 마당에서도 기도를 하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8배를 올리는 이들, 끊임없이 합장을 하고 기도문을 외는 이들이었다. 경내엔 ‘수능 대박’, ‘소원 성취’ 등이 빼곡하게 적힌 메시지 보드와 공양에 쓰이는 기왓장, 초가 가득했다. 조계사에서 만난 이모(75)씨는 “올해 시험 보는 손주가 셋인데,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면서 “아이들이 수능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응원하면서 기다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봉은사를 찾은 설모(53)씨는 “딸이 아쉬움 없는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합장했다. 경찰은 이날 수능 시험장 주변에 교통경찰과 기동대를 포함해 인력 1만163명을 배치했으며, 순찰차와 경찰 오토바이 1668대로 주변 교통 관리를 했다. 수험생을 위해 경찰 차량 태워주기(209건), 수험표 찾아주기(12건) 등 총 25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 “부처님, 보살펴주세요”…학부모도 108배와 기도로 수능 함께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우리 딸 올해 열심히 했으니까… 긴장, 실수 안하게 부처님도 보살펴 주시기만을 바랍니다.” 17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 법당 안에 수능 기도를 드리기 위한 이들로 가득 차있다. (사진=권효중 기자)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창인 1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는 연신 “관세음보살”을 외는 스님들의 발원기도 소리가 울렸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법당 안은 물론, 법당 바깥까지 자녀들의 소원성취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간절함이 맴돌았다. 이날 오전 이데일리가 둘러본 봉은사, 가장 큰 대웅전은 물론이고 봉은사의 모든 법당 안은 수능 시험을 보고 있을 자녀들을 생각하는 학부모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모두 눈을 감고, 스님의 기도 소리에 맞춰 합장을 하고 절을 올리고 있었다. 자녀의 사진과 이름을 쓴 종이 등을 옆에 둔 이들도 있었다. 봉은사 관계자는 “이른 아침부터 법당 안은 이미 찼고, 마당에서 기도를 드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능 기도는 수능 1교시 국어 영역이 시작하는 오전 8시 40분부터, 제2외국어와 한문이 마치는 오후 5시 45분까지 수험생들의 수능 시간표에 맞춰 진행된다. 시험 한 과목이 끝나는 시간에는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점심시간에는 기도를 드리는 이들도 함께 점심 공양을 한다. 수능 기도는 봉은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생중계된다. 봉은사 곳곳에는 열심히 노력한 자녀들이 부디 원하는 대학교에 갈 수 있길 바라는 ‘부모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공양을 드리는 기왓장은 물론, 초, 메시지 보드에도 간절한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수험생들을 위한 메시지를 남길 수 있는 메시지 보드에는 온통 검은 글씨로 응원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초는 ‘수능 대박’, ‘학업 성취’, ‘발원 성취’, ‘합격 기원’ 등이 쓰인 채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메시지 공간엔 자녀들의 생년월일과 명문대학교의 이름 등을 써놓은 경우도 있었고,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길’, ‘건강하게 공부 마치고 원하는 꿈을 이루길’ 등 소원을 적어놓은 글귀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학부모 설모(53)씨는 “딸이 열심히 노력한 만큼 아는 것은 전부 맞추고, 아쉬움 없는 결과를 받아보길 바란다”며 합장했다. 올해 두 번째 수능을 보는 손자를 위해 온 할머니 A(81)씨 역시 “손자가 올해는 꼭 원하는 의학대학에 합격하길 바란다”며 “오늘 새벽 7시부터 절에 왔는데 끝까지 남아 108배도 하고 기도를 드리고 가겠다”고 말했다. 메시지 보드에 ‘모르는 것은 찍어도 된다’고 적고 있던 중년 남성 B(56)씨는 “딸이 모르는 문제에 골머리 썩느니 아는 것 다 맞추고, 후련하게 시험을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고 웃었다. 한편 이날 수능에는 50만8030명이 응시했다. 현재 수험생들은 전국 84개 시험지구 1375개 시험장, 25개 병원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다.
- 도시락 놓고 가고, 고사장 잘못 찾고…올해 수능도 ‘떨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어머니, 소자 시험 잘 보고 오겠사옵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일인 17일 오전 7시쯤, 입실 완료인 8시 10분까지는 1시간 넘게 남아 있지만 수험장인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 앞에 일찍 도착한 한 수험생은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어머니에게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힘차게 답했다. 코로나19로 북과 꽹과리, 단체 응원 등이 사라져 3년째 조용한 분위기 속 고사장에는 조용한 마음으로 응원을 전달하기 위한 이들로 가득했다. 17일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인 서울 서초구 반포고등학교에 수험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이날 수능이 치러지는 반포고 앞에는 해가 아직 밝지 않은 오전 7시 무렵부터 교문으로 들어가는 수험생들이 눈에 띄었다. 맑은 하늘에 영상 3~4도 무렵으로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이들은 두꺼운 패딩 점퍼를 입고 도시락 가방, 수험표와 요약본 등을 챙기고 부모님의 응원을 받으며 교문으로 들어갔다. 수능을 치는 학생들은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하던 대로 하겠다’, ‘수능 끝나고 하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서초동 인근 고등학교 3학년생인 공모군과 장모군은 “이제 코로나가 끝나서 해외 여행도 갈 수 있지 않냐”며 “그동안 모았던 용돈으로 수능이 끝나면 친구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역삼동에서 온 김모군은 “하던 대로 열심히 보면 된다고, 할머니도 손자 힘내라고 같이 와주셨는데 감사하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쳐다보느라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화이팅”, “실수만 안 하면 돼”, “부담 갖지 마” 등 응원을 해주고, 포옹을 하기도 했다. 교문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의 사진을 찍고, 이를 확대해서 보는 어머니, 교문 밖에서 성호를 긋고 기도를 하는 아버지도 있었다. 수험생 아들을 데려다주고 나온 주부 A(51)씨는 “정작 아들들은 무심해서 별 걱정 안 한다, 엄마인 내가 더 떨린다”며 “밤 늦게까지 공부하느라 고생했던 걸 떠올리면 엄마 고생은 별 거 아니다 싶다”고 웃었다. 손자를 바래다주러 온 할머니 조옥자씨는 “아들 내외가 외국에 나가 있어서 중학교 때부터 내가 손자를 뒷바라지했다”며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코로나19 이후 교문 앞에서의 단체 응원 등이 금지되면서 올해 수능 역시 3년째 조용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수능 대박’, ‘곽XXX 화이팅’ 등 응원의 메시지를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서 있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친구와 함께 온 인근 중학교 1학년생인 노모양은 “수능 분위기를 구경하고 싶은데 빈손으로 오면 안될 것 같아서 플래카드를 만들어왔다”며 “5년 후면 나도 수험생이 될텐데 미래의 내 모습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입실 시간이 가까워지자 이들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도보로 이동하는 학생들은 가방 속에서 수험표를 꺼내며 입실을 준비했다. 한 학부모는 오전 8시쯤 교문 앞에서 “아이가 7시 30분쯤에 들어갔는데, 도시락을 놓고 갔다”며 고사장 관계자에게 도시락을 전달하기도 했다. 수능 고사장을 착각한 학생도 있었다. 오전 8시가 넘어 학교에 도착한 한 학생은 교문에서 “반포고등학교가 아닌 개포고등학교로 가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서야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현장에 대기 중이던 경찰 2명은 학생을 경찰차에 태우고 떠났다. 한편 교육부에 따르면 이번 수능에 응시원서를 접수한 수험생은 50만8030명이다. 경찰은 시험 경비와 안전 관리를 위해 경력 1만506명을 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