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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경찰기동대, 사고 1시간 이상 지나 첫 현장 도착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일 경찰 기동대가 사고 발생 후 1시간도 더 지난 오후 11시 40분이 돼서야 처음으로 현장에 도착한 사실이 드러났다. 의경부대 역시 모두 사고 이후 자정이 지난 시점에서야 출동 지시가 이뤄졌다. (사진=연합뉴스)6일 서울경찰청이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고 발생 이후 총 5개의 경찰 기동대가 현장에 투입됐다. 이들 기동대는 모두 사고 발생 이전 삼각지역 사거리~남영역 구간에서 열린 촛불전환행동 집회에 투입됐다. 오후 8시 25분쯤 집회가 마무리된 이후에는 각각 맡은 거점과 야간근무를 수행했다. 이중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기동대는 11기동대로, 11기동대는 용산경찰서의 오후 11시 17분 이태원 출동 지시에 따라 23분 만인 오후 11시 40분 처음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발생 시점이 오후 10시 15분경이었던 걸 감안하면 1시간이 넘어서야 현장에 도착한 셈이다. 11기동대는 집회 이후인 오후 8시 40분부터는 용산 지역에서 야간·거점시설 근무를 하던 중이었다. 이후 77기동대(종로 거점), 67기동대(여의도 거점)는 각각 오후 11시 33분, 오후 11시 50분 서울경찰청 경비과로부터 출동 지시를 받았다. 77기동대는 오후 11시 50분, 67기동대는 자정이 넘은 12시 10분에 현장에 투입됐다. 다음으로 서초 거점에서 근무 중이던 32기동대는 오후 11시 51분 지시를 받고 자정이 지난 12시 30분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에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기동대는 51기동대로, 외교 시설에서 근무하던 중 서울경찰청 경비과의 출동 지시를 사고 다음날인 새벽 1시 14분쯤 받아 현장에는 1시 33분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일 의경부대는 총 8중대였고, 이들은 모두 사고 당일 자정이 지나서야 출동 지시를 받았다. 8개의 중대 중 31중대, 219중대의 경우 용산 집회관리에 투입됐으며, 나머지 중대들은 외교 시설과 여의도 거점, 남대문, 종로 등 도심 교통관리를 맡고 있었다. 서울경찰청 경비과는 자정이 지난 12시 11분에야 이태원 출동 지시를 내렸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139중대로, 12시 50분에 도착했다. 가장 늦은 것은 여의도 거점에서 근무 중이던 802중대(새벽 1시 12분 도착)다. 기동대와 의경부대 등의 투입이 이처럼 지체된 것은 미흡한 초동 대응, 늦어진 지휘부 보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경찰은 사고 발생 4시간 전부터 접수된 112 신고 11건 중 7건은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채 종결처리하는 등 미흡한 대처를 보인 바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사고 발생 1시간 21분이 지난 오후 11시 36분에서야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으며, 그로부터 8분 뒤인 오후 11시 44분에서야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에게 가용부대를 투입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2일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했고,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도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촛불집회도…추모로 붐비는 시청역 일대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가 선포한 일주일간의 국가애도기간은 5일 마침표를 찍는다. 마지막 날인 이날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은 계속 이어졌다.또 이날 오후 5시부터는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한 촛불집회’가 예고돼 시청역 일대는 추모 분위기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5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줄서 모여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는 오전보다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이에 현장의 자원봉사자들은 몰려온 추모객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자녀 손을 잡고 온 부모님, 친구들과 함께 온 젊은이들, 노인들까지 모두 국화꽃을 들고 자원봉사자의 통제에 따라 차례를 기다렸다. 주말인 만큼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도 있었다. 대전에서 온 직장인 차모씨는 “아는 동생을 만나러 서울에 올라왔다가 이곳에 함께 들려보기로 했다”며 “분향소 (운영은) 오늘이 마지막이더라도 앞으로 잊지 않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시청광장 인근 시청역 7번 출구에는 촛불집회를 위한 무대 차량과 현장 지원을 위한 부스들이 마련됐다. 현장의 자원 봉사자들은 촛불집회 참여자들이 착용할 검은색 근조 리본을 만들고, 일찍부터 현장 정리에 나섰다. 현장을 중계하기 위해 온 유튜버들, LED 촛불과 방석, 담요 등을 판매하는 상인들도 일찍부터 자리를 잡았다.경찰은 시청역 일대에 기동대 20개 부대(1200명)를 배치해 질서 유지에 나섰다. 경찰은 숭례문~시청역 세종대로 하위 3개 차로를 통제하고 있다.전라북도 정읍에서 왔다는 집회 참여자 A(53)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하루하루 답답한 마음”이라며 “‘쌩쌩할 나이’의 젊은 사람들도 사고를 당해서 안타까운 마음에 왔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 B씨 역시 “책임자가 회피한다면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사고는 계속 반복되지 않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5일 오후 서울 시청역 7번 출구 앞에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 집회’를 위한 무대가 설치됐다. (사진=권효중 기자)진보성향의 단체인 촛불행동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제대로 된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현장 대처가 미흡했던 윤석열 정부에게 있다고 주장했다.촛불행동은 “윤석열 정부가 참사의 원인을 숨김없이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법·제도적인 개선 대책을 만들어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체는 애초 광화문광장에서 집회 개최를 위해 사용을 신청했지만, 서울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태평로 인근에서 10만명 규모로 집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 추모 메시지 작성을 시작으로 오후 5시부터 본 집회를 시작한다. 집회 현장에서는 원불교와 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각 종교에서 마련한 종교의식, 추모시 낭송과 추모 연주 등 문화행사도 함께 열린다. 또 서울뿐만 아니라 춘천과 수원, 부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전국 곳곳에서도 지역 추모 촛불 집회를 개최한다.한편 촛불행동에 반대하며, ‘맞불 집회’를 벌여온 신자유연대 등 보수성향의 단체들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인 삼각지역에서 ‘추모 촛불 반대 집회’를 연다.
-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에도…서울시청 분향소 발걸음 계속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몇 번을 찾아오더라도 마음이 시원하게 뚫릴 것 같지 않아요.” 5일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5일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5일 서울시청 앞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서 온 70대 A씨는 분향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멈춰 하염없이 울며 이같이 말했다. A씨는 “하나뿐인 손녀가 23살인데 뉴스를 본 순간부터 제대로 잠도 자지 못하고 매일 눈물만 나오고, 강북구청 분향소도 다녀왔지만, 마음이 뚫리지 않는다”고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는 “며칠을 와서 울어도 마음이 시원하지가 않다”며 “손녀딸 같은 나이의 젊은이들이 꽃도 피워보지 못하고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면 자꾸 눈물만 난다”고 한동안 분향소 앞을 떠나지 못했다.지난달 29일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 사고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정부는 일주일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했다. 정부가 지정한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인 이날은 늦가을 추위로 쌀쌀한 날씨였음에도 분향소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오전부터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이날 이데일리가 찾은 서울시청 앞 합동분향소, 주말 오전 이른 시간이었지만 조문을 위해 찾는 시민들의 행렬은 이어졌다. 제단에는 국화꽃이 가득했고,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올려놓은 음료수와 간식 등도 눈에 띄었다. 위패도, 영정 사진도 놓여 있지 않았지만 찾아온 시민들의 마음이 쌓여가고 있었다. 은평구에서 친구와 함께 분향소에 온 허전(84)씨도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허씨는 “나라 바깥에서는 북한이 연신 미사일을 쏘고, 나라 안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해서 걱정이 크다”며 “안전하고 제대로 된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참이나 분향소를 바라보고 사진을 찍는 그의 발걸음 역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비슷한 나이의 젊은이들도 분향소를 찾았다. 대학생 우모(22)씨는 “친구들과 당연히 주말에 놀러 갈 수 있고, 그냥 놀러 갔을 뿐인데 그런 사고가 날 줄을 누가 알았겠느냐”며 “사고의 책임자와 원인 등이 제대로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10여명의 ‘한국작가회의’ 소속 시인과 작가 등도 이날 시청 광장에 동그랗게 둘러서 추모의 시를 읊었다. 한국작가회의 측은 “세월호 참사는 바다에서, 이태원 참사는 서울 도심에서 일어났지만 결국 슬픔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부가 책임을 지고,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날 오전 10시 30분쯤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등과 함께 시청 앞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후 엿새째 매일 아침마다 분향소를 찾아 조문으로 일정을 시작하고 있다. 전날에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공개 석상에서 참사에 대해 첫 사과를 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달 30일부터 이어진 국가애도기간은 이날 24시를 기해 종료된다. 조의를 표하는 조기는 이날 24시에 내려가지만, 분향소는 각 지자체의 판단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 경찰, 이태원참사 현장재구성 “국과수에 3D 시뮬 의뢰”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태원 참사’의 원인 등을 수사 진행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사고 당시 ‘현장 재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로비. (사진=연합뉴스)3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상황 등을 파악하고 재구성하기 위해 인근 업소 관계자, 목격자와 부상자, 현장 경찰 등을 참고인 조사하고, 제보영상과 현장 주변의 폐쇄회로(CC)TV 등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3D(3차원)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현재까지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의 업소 관계자 14명, 목격자 및 부상자 67명, 당시 구조에 참여했던 경찰 4명까지 총 85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또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들어온 67건, CCTV 57개를 포함해 총 141개의 제보와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인근 주점 종업원들 얘기 등으로 봤을 땐 사람이 넘어져서 (사고가) 시작된 거라 볼 수 있지만, 정확하지 않다”며 “어떤 부분이 사고 원인인지 국과수의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학적 검증을 받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주변 CCTV와 제보 동영상을 재구성해야 하는 부분으로, 반드시 정확하진 않다”며 “재구성 내용을 토대로 주변 분들을 다시 불러서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확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아직까지는 참사 초기, 가장 먼저 넘어진 사람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 현장 재구성에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통상 한 달 정도 소요되는 작업이지만 최대한 빠른 작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아울러 현장 재구성을 통해서 사고 원인뿐만이 아니라 군중 밀집도 등 변수들도 시뮬레이션을 거쳐 확인할 예정이다. 특수본 측은 “군중 밀집도와 함께 군중이 얼마 정도 모여있을 때 사고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지 시뮬레이션을 실시하겠다”며 “언론에서 지적한 바와 같은 좁은 통로, 미끄러운 길바닥 등 예상을 거쳐 선제적으로 했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검증하겠다”고 밝혔다.참고인 조사에 포함된 경찰은 용산경찰서 112 상황실장을 포함,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했던 경찰관 3명이다. 특수본 측은 “범죄 혐의 규명을 위한 것이 아니고 사고 현장 재구성을 위한 조사였다”고 부연했다.앞서 핼러윈 데이를 앞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선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며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이날 오전 11시 기준으로 156명이 숨지고 191명이 다쳤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과 더불어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등 ‘부실 대응’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 501명 규모로 특별수사본부를 꾸렸다.
- 이태원뿐이랴…출퇴근 지옥철, 공연장·야구장에도 번지는 ‘경각심’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이태원 참사’ 이후 일상 공간 속 밀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옥철’이라 불리는 출퇴근길을 비롯해, 공연장과 스포츠 경기장 등 일상적인 공간을 대하는 시민들의 태도 역시 달라지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압사’를 새로운 도시 속 재난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시민들이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선 핼러윈 축제를 즐기려는 인파가 몰리면서 3일 오후 3시 현재 사망자 156명, 부상자 173명 등 329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통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경사 진 좁은 골목길이라는 지형적 특성 등이 결합돼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였다.시민들은 “그 자리에서 숨진 건 내가 될 수도 있었다”는 반응이다. 이미 익숙해져 위험에 둔감해진 일상 속 밀집상황을 다시 보게 됐다는 이들도 많았다. 매일 다니는 출퇴근길, 야구장 등 스포츠 경기장, 스탠딩 공연장 등에 경각심이 생기면서 사회적 분위기 역시 변하고 있다는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지난 1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인천의 문학야구장에 간 직장인 박모(31)씨는 “각 이닝을 마칠 때마다 계단을 조심해라, 귀가 시에는 경찰과 관계자 통솔에 따라 질서 있게 나가달라는 문구가 전광판에 떴다”며 “원래 없던 문구가 계속 나오고, 유사 시 탈출로 설명도 계속 나왔다”고 전했다. 출퇴근 때에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환승을 하는 직장인 양모(30)씨도 “솔직히 이전엔 ‘무조건 타야겠다’는 생각이 많았다”며 “요새는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무리하게 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이태원 참사’처럼 도심 속 일상적인 공간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경고는 이전에도 나왔다. 서울시 산하의 서울연구원은 지난 2020년 ‘신종 대형 도시재난’의 한 유형으로 ‘압사 사고’를 제시한 바 있다. 연구원은 “문화축제, 공연, 경기, 집회 등이 늘어나며 압사 발생 잠재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며 “기존 설계 및 방재 기준에는 최근의 변화가 충분히 반영됐다고 어려운 경우가 많은 만큼 개선사항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늦었지만 정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압사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브리핑을 통해 ‘주최자 없는 축제’ 안전 규제를 위해 다중 밀집 인파사고 안전관리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휴대폰 위치 추적과 드론 등 기술을 이용한 분석·예측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압사라는 사고 유형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협회장은 “‘사람이 많이 모여있다’는 신고가 들어온다면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수적”이라며 “좁은 길뿐만이 아니라 넓은 광장에서의 밀집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세부적인 대응을 마련해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안전에 대한 인식을 키워가고, 기초 지방자치단체와 일반 시민들도 작은 부분에서부터 노력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지역을 제일 잘 아는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소방, 경찰 등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전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하고, 개인들도 전국적 재난대비훈련을 계기로 인식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환자에 안마 요구한 폐쇄병동 보호사…인권위 “재발방지 교육하라”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정신의료기관 보호사가 입원한 환자에게 안마를 요구한 사건과 관련, 해당 병원이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재발 방지를 위한 인권교육 실시와 지도·감독 강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3일 인권위는 정신의료기관인 A병원의 보호사가 입원한 환자에게 안마를 해줄 것을 요구한 사건이 ‘인권침해’라고 판단, 지난 7월 보호사와 A병원, 관할 지방자치단체 등에 시정을 권고했으며, 이들이 해당 권고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A병원의 보호사는 작년 7월부터 6개월에 걸쳐 피해자인 환자를 찾아가 직원과 다른 환자들 몰래 병실을 이동해가며 환자의 침대에서 안마를 요구해 받았다. 이 보호사는 “어제 운동을 많이 해서 근육이 뭉쳤다”며 안마를 해달라고 요구했고, 피해자는 매일 목, 발목, 뒤꿈치 등을 안마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의 선의, 자유 의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폐쇄병동 내 의료진과 환자의 관계를 고려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안마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고, 이러한 사적 노동행위는 선의와 자유의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보호사와 A병원장,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인 B시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인권교육 등 수강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가해 보호사는 특별인권교육 수강 △병원 소속 직원 인권교육 실시 △B시 내 관내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 실시를 각각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한 A병원은 지난 8월 보호사가 특별인권교육을 이수했고, 직원 대상 교육도 실시했다고 회신했다. 9월에는 B시 시장이 유사 사례 재발을 막기 위한 지도·감독을 실시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향후 정신의료기관에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권고를 수용한 사안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이 병원의 사례를 공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 성수대교·삼풍백화점·세월호…역대 참사 책임자 처벌은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이태원 참사’ 이전에도 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까지 대형 인명사고들은 반복돼왔다. 사고 책임자들엔 어떤 처벌이 이뤄졌을까. 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 편지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1994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의 중간 교각이 밑으로 떨어져 붕괴했다. 이 사고로 32명이 목숨을 잃고 17명이 다쳤다. 검찰 수사를 통해 시공사인 동아건설의 부실 시공, 안전진단 누락 등 과실이 드러났다. 동아건설은 완공 이후 한 차례도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지 않았고, 사고 두 달 전에는 다리 균열을 확인했음에도 보수를 하지 않았다. 서울시도 다리 점검 등에 소홀했고, 차량 통행량과 중량차량 통행 등에 대해도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해 책임론이 제기됐다. 이에 사고 당일인 10월 21일 이원종 서울시장은 경질됐다. 당시는 서울시장이 직선 아닌 관선직이었다. 후임시장인 우명규 시장도 성수대교 건설 당시 책임자였던 사실이 드러나 자진 사퇴했다. 당시 이영덕 국무총리도 사고 당일 사의를 표명해 같은 해 12월 물러났다. 동아건설과 서울시 관계자들 총 17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됐다. 1심에서는 무죄, 집행유예 등이 선고됐으나 항소심에서 신동현 동아건설 현장소장, 여용원 전 서울시 동부건설사업소장에 각 금고 2년, 금고 1년 6월형이 확정됐다. 김석기 서울시 공사감독관 등 나머지 피고인들 역시 항소심에서 금고 1~3년형 또는 징역 10월~1년 6월에 집행유예 1~5년형이 확정됐다. 이듬해인 1995년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14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 한국전쟁 이후 최대 인명 피해가 났다. 시공, 경영 등에 책임이 있는 이준 삼풍그룹 회장을 비롯한 삼풍 경영진들은 처벌 대상이 됐다. 당시 이충우 서초구청장을 포함, 서울시 공무원들 역시 삼풍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불법 설계변경을 승인해준 사실이 드러났다.수사 끝에 검찰은 총 25명을 기소했으며 이들은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준 회장은 업무상 횡령,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 6월형이 확정됐다. 이충우 구청장, 황철민 서울시 교육원장은 각각 징역 10월에 추징금 300만원, 징역 10월에 추징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다만 서초구청의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1999년 삼풍백화점 내 스포츠클럽 회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건축주의 무계획적인 건축, 부실 시공과 관리 등이 복합돼 일어난 것이며 담당 공무원이 실질적으로 감독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었고,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도 당시 세월호 선장을 비롯한 선박 관계자들은 퇴선 명령을 제대로 하지 않고 구조 활동과 주의 및 보조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이에 선박 관계자와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 등이 법정에 넘겨졌다.이준석 세월호 선장은 이듬해 1심에서 징역 36년형을 선고받았고, 2심과 3심에서는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결국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항해사와 조타수, 기관장 등도 징역 5~12년형이 확정됐다.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는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미흡한 초동 조치로 비판받았던 당시 목포해경 123정의 김경일 정장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김석균 전 해경청장은 1심에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며, 다음달 예정된 2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 '이태원 참사' 조롱·혐오 '점입가경'…"비난 멈추고 함께 고민할 때"
-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150명이 넘는 인원이 숨진 ‘이태원 참사’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사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비난하거나 조롱·혐오하는 표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글들로 인해 사고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이들도 트라우마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어 ‘2차 가해’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표현을 자제하고,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짚었다. 사고 원인을 토끼 귀 머리띠를 한 특정인으로 지목하는 SNS 게시물 (사진=트위터 캡처)◇ 온라인 뒤덮은 혐오와 조롱, 음모론까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는 핼러윈 데이를 즐기기 위해 1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까지 모두 156명이 숨지고 151명이 부상을 입었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20, 30대로 집계됐다.SNS, 인터넷 등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 현장인 만큼 사고 당시의 상황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실제로 사고 당일부터 현장의 인파는 물론,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부상자들의 모습 등이 온라인을 통해 무분별하게 유포됐다. 모자이크 처리가 이뤄지지 않아 신상을 특정할 수 있거나, 현장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사진, 영상 등도 있었다.온라인상에서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희생자들을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댓글, 게시글 등도 이어졌다. 이들은 “놀러갔다가 죽은 걸 왜 굳이 추모해야 하나”, “추모를 강요하지 말라” 등의 반응을 남겼다. 지난달 30일에는 ‘장난으로 밀었는데 죽을 줄은 몰랐다’ 등 조롱조의 게시물이 트위터에 올라왔다 삭제되기도 했다. 또 사진 속 얼굴은 물론 CPR을 받기 위해 상의를 벗겨둔 몸 등을 평가하고 조롱하는 표현들도 줄을 이었다. 가스 누출, 마약 등 ‘음모론’과 더불어 사고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찾으려는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도 이뤄지는 중이다. 최근까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토끼 귀 머리띠를 한 남성’이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자로 지목됐다. SNS 이용자들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목격자 증언 중 “‘밀어’라고 계속 외친 5~6명의 남성 무리”, “토끼 귀 머리띠를 한 남성”이라는 내용이 반복돼 이들을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토끼 귀 머리띠 남성’으로 지목된 이는이날 자신과 무관한 일이라며 사고 직전 이태원을 벗어난 교통카드 이용내역을 공개했다.◇ 도 넘는 표현들로 ‘2차 가해’… “누구에게도 비난할 자격 없다”이러한 악성 댓글, 유언비어에 상처 받는 건 직접적인 사고 희생자 유족들뿐만이 아니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일반 시민들도 이를 접하며 긴장감 등 트라우마를 호소한다. 사고 당시 친구가 이태원에 있었다는 직장인 A(28)씨는 “사고 이튿날까지 친구와 연락이 되지 않아서 마음을 졸였고 아직까지도 사고 뉴스를 보면 숨을 쉬기 힘든 기분이 느껴진다”며 “뉴스 댓글, SNS 게시물로도 계속 자극을 받는데 이런 게 다 ‘2차 가해’”라고 했다. 정부는 온라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심리적 어려움 등에 대한 지원에도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유가족뿐 아니라 현장에 계셨거나 소식을 접한 시민들도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으셨다”며 “심리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태원 참사 관련 온라인 게시글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위법 시 처벌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표현이 문제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놀러갔다가 사고를 당해도,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도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한 ‘비극’인데 당시 현장에 있던 개인을 비난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사고 원인 규명, 재발 방지 대책 등 과제가 산적해 있는데 개인을 비난하거나, 이러한 게시물을 통해 조회수를 얻어 영리를 꾀하려는 목적이 있다면 플랫폼 등도 이를 방치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처벌해 이러한 행동이 옳지 않다는 경각심을 주어야 한다”고 짚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SNS를 통해 가짜뉴스 등을 생산하고 무분별한 표현을 실어나르는 대신 안전 시스템, 재난 방지 등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