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지난 24일 아침 대통령실 발(發) 뉴스가 전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공군 1호기 내에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북한의 도발 징후와 동태를 파악했다고 공개한 것이다.
대통령실이 북한군 동향을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군 당국은 북한의 도발 징후를 포착해도 이를 공개하지 않는다. 한미 감시정찰자산의 능력과 범위 등이 노출될 수 있어서다. 감시·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만일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준비만 할 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한미 정보당국이 분석한 정보를 보고받고 SLBM 발사 가능성이 있다며 사전에 공개했다. 1호기 안보상황점검회의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함께다.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캐나다 오타와 국제공항 공군1호기에서 영국, 미국, 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기 앞서 참모들과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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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도발을 자제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군 당국은 SLBM 관련 시설이 있는 함경남도 신포 일대 뿐만 아니라 여러 미사일 관련 시설 동향도 보고했을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실은 상대적으로 더 위협적인 미사일인 SLBM을 콕 집어 언급했다.
그 다음날 북한은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평안북도 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이 역시 군은 사전에 파악하고 탐지·추적했다.
이 때문에 영국 여왕 조문 논란부터 ‘막말’로 점철된 윤 대통령의 순방 평가를 무마하기 위한 카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27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과잉해석’이고 순방 성과와 북한 SLBM 발사 징후를 연결하는 것 자체가 격에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주말 아침 ‘친절한’ 군사비밀 공개는 군 정보를 정치적 의도를 갖고 활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