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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혁명' 이끈 김범수, 무엇이 발목 잡았나
- [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김현아 IT전문기자] “전형적인 개발자 스타일이 아니다. 기본 성향이 자유분방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많은, 개발자보다는 사업가로서의 면모가 돋보이는 사람이다. 다만 학연과 지연 등 인맥에 의존하고 사람을 지나치게 믿었던 부분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 같다.”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을 두고 IT업계에서 나오는 평가다. 카카오톡 개발로 ‘모바일 혁명’을 일으켰던 1세대 창업자 김 위원장이 지난 23일 새벽 구속되자 그의 의사결정 방식은 물론 자율경영, 인사 등 경영 스타일 전반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경영 쇄신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실경영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여왔지만, 구속으로 쇄신 노력에도 제동이 걸렸다.[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큰 틀에서만 결정…꼼꼼한 성격 아니다”김 위원장은 지난 1999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와 합병, NHN을 설립하는 등 IT업계에서 일찌감치 성공가도를 달렸다. 그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 유료 문자 메시지를 무료로 전환시킨 혁신 서비스 카카오톡이다. 2010년 등장한 카카오톡은 2023년 기준 국내 시장점유율이 93.5%에 달하며 사실상 ‘국민 메신저’가 됐다. 2014년 다음과 합병을 시작으로 게임과 택시 등 모빌리티, 뱅크·페이·증권 등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국민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카카오 계열사들을 공동체로, 직원들을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해 항해하는 사람들이란 의미에서 ‘크루(krew)’라고 부르는 등 카카오 만의 독특한 문화를 구축해 눈길을 끌어 왔다.그런데 지난해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이 이번 구속의 빌미가 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352820)의 경영권 인수를 막기 위해 하이브 공개 매수가인 주당 12만원보다 높이도록 SM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그의 승인 없이는 그룹 차원의 주식 매입이 불가능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평소 김 위원장과 자주 접촉해 온 한 지인은 “주변에서 이렇게 큰 사안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고들 묻지만, 김 위원장의 성격을 안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이 밝혀져 무죄가 입증될 것”이라고 기대했다.◇CEO 100명 프로젝트 시도했지만…용인술에서 한계김 위원장의 최대 실패 원인으로는 지나치게 사람을 믿었다는 점이 꼽힌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들이 승승장구할 당시만 해도 김 위원장은 ‘자율 경영’을 내걸고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이 카카오 공동체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그러나 카카오 공동체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을 키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각 CEO들에게 전권을 준 부분이었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293490) 상장을 시작으로 2021년 카카오뱅크(323410), 카카오페이(377300) 등이 잇따라 상장했는데, 쪼개기 상장 논란이 일면서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이 와중에 상장사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대거 행사하자 비난의 목소리는 더 커졌다. 경영진이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커녕 주식을 대거 내다팔며 본인들의 자산 불리기에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수십억원의 퇴직금을 받고도 퇴사 후 회사에 맞서 수백억원대 성과급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IT업계에서는 ‘카카오톡’으로 스타트업 부흥기를 이끈 김 위원장의 여러 업적을 인정하면서도 인재를 알아보고 중용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는 미숙했다고 보고 있다. 김범수 위원장은 경영 쇄신을 위해 지난해 12월 콘트롤 타워인 CA협의체를 만들고 준법과 신뢰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조직을 정비했으나, 준법 경영과 신뢰 경영이 안정화되기 전에 구속되는 상황에 이르렀다.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보낸 김 위원장은 성공한 뒤 “부자가 되고 나니 어느 순간 가난한 친구들을 무시하는 나를 발견했다. 다시 돌아가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고 싶다”고 주변에 말해왔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주변인들과 허물없이 편하게 지내고 싶었던 그의 바람이 이번 구속 사태를 딛고 성숙함으로 승화되어 스타트업 성공 신화를 완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 스타트업 부흥기 이끈 김범수…'인사 실패'로 구속까지
-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방인권 기자)[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등 국민적인 서비스를 출시하며 승승장구하던 카카오(035720)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되자 그의 ‘자율 경영’ 전략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책임 경영을 할 만한 인사나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자산 규모 9배 불어나는 동안 속출한 도덕적 해이 논란김 위원장은 2010년 카카오톡 출시로 유료 문자 메시지를 무료로 전환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출시, ‘모바일 혁명’을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1999년 한게임 창업, 2000년 한게임을 네이버와 합병한 후 NHN을 설립하는 등 IT업계에서 성공을 입증한 후 카카오톡을 출시해 또 한번 돌풍을 일으켰다. 그 뒤로 게임, 택시 등 모빌리티, 뱅크·페이·증권 등 금융,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기업 규모를 빠르게 키웠다. 다음과 합병한 후 상장한 2014년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자산 규모는 고작 2조 8000억원에 불과했으나 불과 9년 만인 작년 25조 2000억원으로 무려 9배나 불어났다. 연결 종속회사도 26개사에서 175개사로 7배 가까이 늘어났다. 카카오는 2016년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2018년 카카오페이지(舊 포도트리), 2021년 지그재그 인수를 비롯해 구속의 빌미가 됐던 작년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 인수까지 사업 확장에 주력해왔다. 또 2020년 카카오게임즈 상장을 시작으로 2021년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을 연달아 상장했다. 카카오의 대부분의 회사들은 ‘투자 회사’ 위치에 있어 이들을 상장하면서 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일견 당연해 보이지만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쪼개기 상장’ 논란으로 카카오의 기업 가치가 하락하며 주가는 떨어졌다. 상장한 계열사 임원들이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대거 행사,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소액주주들의 불신은 더 커졌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상장이 김 위원장을 구속에 이르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카카오엔터 상장 가치를 높이기 위해 SM엔터 인수를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SM엔터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모빌리티 역시 상장에 따른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인맥 동원한 ‘자율경영’하다 뒤늦게 전략 바꿨는데 ‘구속’김 위원장은 2021년까지도 ‘자율 경영’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그해 재산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는데 관련 인터뷰에서 “10년 전 스타트업 CEO 100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카카오 공동체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밝혔다. 자율경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인재 영입이 중요한데 김 위원장은 학연, 지연에 크게 의존했다. 일각에선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남궁훈·여민수·이석우·임지훈·조수용·홍은택 등 전 카카오 대표 모두 김 위원장과 친분이 깊은 인맥 카르텔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었다. 자산이 25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스타트업 시절처럼 변변한 내부 통제 시스템 또한 없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작년 말부터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며 콘트롤 타워인 CA협의체를 만들고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경영 쇄신을 위한 조직을 정비했다. 그럼에도 카카오뱅크 상장 후 3거래일 만에 보유 주식을 매도해 66억원의 차익을 얻은 정규돈 최고기술책임자(CTO)를 4월 카카오 CTO에 앉히는 등 아직도 논란이 있는 인물을 기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경영쇄신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 CTO는 재직기간에는 카카오뱅크 주식을 처분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겉으로는 인사나 내부통제를 강화할 만한 조직은 정비됐지만 중앙집권화된 강화된 리더십이 조직 내 뿌리깊게 자리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시간을 갖기도 전에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내실경영, 책임경영’이 현실화될지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감독 당국의 제재를 받거나 법적 판단을 요하는 갖가지 업무들이 산재해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경우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융당국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모빌리티 자회사 KM솔루션은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SM엔터 주가 조작 외에도 카카오 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 카카오 김범수 구속, 향후 절차는…'카카오뱅크 잃을 수도'
-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방인권 기자)[이데일리 최정희 이영민 기자] 에스엠(041510)(SM엔터테인먼트)을 인수하기 위해 에스엠 주가 조작 등 시세조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과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 10분쯤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 조치로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장대규 부장검사)는 혐의 입증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검찰은 김 위원장을 이른 시일 내에 구속 기소, 재판에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 중에 구속된 경우 최대 20일까지를 구속 기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부지검은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200쪽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PT)을 동원해 김 위원장의 구속 필요성을 소명했다. 검찰은 작년 2월 16~17일, 27~28일 총 4일에 걸쳐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약 2400억원을 동원, 553차례에 걸쳐 SM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선 9일엔 김 위원장을 소환해 20시간 넘게 조사하고 17일엔 구속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검찰은 에스엠 주가 조작 과정에 김 위원장의 승인 또는 지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실질심사 과정에서 변호인 12명과 함께 법원에 출석해 검찰이 제기한 혐의에 반박했다. 그는 변호인단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작년 에스엠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바 없다”며 “이 일은 사업 협력을 위한 지분 확보의 목적으로 진행된, 정상적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고 주장했다.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배재현 카카오 전 투자총괄대표는 작년 10월 구속됐다가 검찰에 기소돼 재판으로 넘겨졌다. 올 3월 보석되면서 1심 재판을 불구속 상태에서 받고 있다. 카카오측과 공모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도 4월 구속된 후 22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배 전 대표, 지 대표 모두 1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도 이들과 유사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측된다. 검찰 기소 후 재판에 넘어가게 되면 두 달씩, 최대 6개월간 구속될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위원장에 대한 형사처벌 외에 양벌 규정으로 카카오 법인에 대해서도 벌금형 이상의 선고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카카오 법인은 카카오 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 있다. 카카오(김범수 13.27% 지분 보유)는 3월말 기준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분을 27.16%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법상 ‘인터넷은행의 대주주는 최근 5년간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되면 대주주 적격성 재검토 대상에 오르게 되고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카카오뱅크 지분 27.17% 중 10% 초과분인 17.17%를 6개월 안에 처분해야 한다. 한편 카카오는 카카오 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 역시 남부지검이 수사중이다.
- 최대위기 맞은 카카오…리더십 공백에 신사업·기업쇄신 모두 '비상'
-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방인권 기자)[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카카오(035720)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3일 새벽 구속되면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의 구속에 대해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간단한 입장만 밝혔다. 공동 의장을 맡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작년말부터 진행 중인 몸집 줄이기,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투자 강화, 내부통제 강화 등 내실 경영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이지만 김 위원장 공백 상태에서 미래 먹거리 준비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 ‘상장 트라우마’…계열사 매각·상장 통한 투자회수 의문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 10분쯤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엠(041510)(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에스엠 경영권 인수를 막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주당 12만원보다 높도록 에스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김 위원장 구속으로 작년말부터 추진 중인 카카오의 경영 쇄신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 광고·쇼핑 등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영업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성장성이 낮고 수익이 저조한 비핵심 계열사 등을 매각해야 한다. 카카오가 투자한 회사를 상장해 투자 이익도 실현해야 한다. 카카오는 작년 5월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가 147개사였으나 18일 현재 124개사로 23개사를 축소했다. 추가로 매각 의사를 밝힌 계열사는 SM엔터의 컬처앤콘텐츠(C&C) 및 키이스트, 카카오게임즈의 카카오VX다. 카카오게임즈까지 매각설이 계속되고 있다. 계열사 매각, 상장과 같은 중대한 의사 결정을 최대주주 없이 제대로 할 수 있을 지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투자한 게임 개발사 라이온하트는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데 카카오가 뱅크·페이·게임즈 등의 쪼개기 상장으로 인해 투자회사를 상장해 투자금을 회수하기에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다. 특히 카카오벤처스는 스타트업 등에 투자한 후 상장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Exit)를 해야 하나 워낙 쪼개기 상장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터라 관련 사업 운영에 차질이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벤처스는 투자를 한 후 상장 등을 통해 엑시트를 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스타트업 투자 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AI전쟁 속 전략 바꾼 카카오, AI서비스 연내 출시 지켜봐야 카카오 비핵심 계열사의 매각 등을 통한 자본 확충이 절실한 이유는 AI 등 미래 먹거리를 향해 IT업계 전반이 전진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집행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미 AI서비스 출시에 있어 타 업체보다 뒤처진 상황이다. 카카오는 작년 상반기 한국어 특화 대규모언어모델(LLM) 코GPT를 발표하려고 했으나 발표 시점을 뒤로 미루더니 아예 발표를 접었고 작년 하반기 코GPT2.0 발표도 접었다. LLM모델보다 AI기술을 실제 서비스에 접목시켜 상용화하는 것으로 전략을 변경했다. 그러는 사이 카카오는 준법과신뢰위원회 발족, CA협의체 설립, 계열사 축소 및 대표 전면 교체 등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결국 내부통제 부실로 인한 경영전략 대변화가 AI서비스 출시 등을 지연시킨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는 AI전담 조직 및 연구·개발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을 흡수합병해 조직을 재정비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축소 경영으로 AI투자 전략도 자체 개발에서 외부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18일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AI서비스 연내 출시를 약속했지만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 내부통제도 핵심 과제다. 김 위원장은 “100인의 최고경영자(CEO)를 키우겠다”는 자율경영 체제를 도입했으나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매도 등으로 인한 소액주주 손실 등 도덕적 해이부터 카카오모빌리티 분식 회계 의혹 등까지, 자산 25조원에 걸맞는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준신위 설치 등 내부통제 강화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준심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로 논란을 일으킨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4월 카카오 신임 CTO로 임명하는 방안에 준신위가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했지만 결국 임명을 강행했다. 카카오는 준신위, CA협의체 등 경영쇄신에 걸맞은 체제를 형식적으로 갖추기는 했으나 실질적인 운영에서의 성과는 아직까지 미흡한 상황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도 6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공개 당시 “상반기는 쇄신을 위한 ‘셋업’ 과정이었다면 하반기는 이를 좀 더 공고히 만드는 작업을 할 것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하반기가 경영 쇄신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중요한 시기인데 김 위원장 구속으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이 할 수 있는 권한과 역할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카카오 내부도 동요하는 분위기다. 카카오 관계자는 “각 계열사별로 비상경영 전략 회의를 열고 있다”면서도 “일반 직원들은 이직 등 러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밸런스 라이프’ 꿈꿨던 카카오 김범수 구속이 남긴 파장
-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이영민 기자] 카카오(035720)의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 조정 의혹으로 구속됐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김 위원장이 최종 책임자로서 그룹 차원의 주식 매입이 그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구속된 김범수, 진실은 법정에서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게 끌어올리는 시세 조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은 김 위원장이 포함된 지난해 2월 투자심의위원회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시세 조정을 암시하는 대화가 오갔다는 점과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 부문장이 검찰 조사에서 김 위원장이 주가 조작을 승인했다고 진술한 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반면 변호인단은 핵심 피의자인 원아시아 파트너스 대표와 김 위원장의 공모 혐의가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김 위원장이 SM엔터 주식의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을 보고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또한, 김 위원장의 매수 행위가 정상적인 수요에 기반한 장내 매수였다는 주장을 펼쳤다.그러나 서울남부지법의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 10분쯤 김 위원장에 대해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도주 우려가 없는 대기업 총수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변호인단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구속적부심 신청 여부는 아직 전해지지 않았으나, 사건의 진실은 향후 법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왼쪽)과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장. 사진=카카오◇쇄신 늦었나…스타트업 부흥기 이끈 창업가 구속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2010년 스마트폰 혁명 이후 국내 스타트업 부흥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유료였던 이동전화 문자메시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카카오톡을 통해 혁신의 아이콘이 됐다.그러나 게임, 모빌리티, 금융, 엔터테인먼트, 핀테크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각 계열사 CEO의 자율경영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100인의 CEO를 키우겠다”는 그의 생각이 과하게 작용하면서 회사 내 준법 경영과 신뢰 경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도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분노를 샀고, 여러 기업에 투자하고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모회사 기존 주주들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비판도 받았다.이후 김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준법과신뢰위원회’를 설립하고 대주주로서 적법한 권한을 행사해 경영 쇄신을 이끌기로 했으나, 이번에 구속을 피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무너진 ‘밸런스 라이프’, 용인술에서 미숙함 드러내구속은 ‘밸런스 라이프’를 꿈꿨던 김 위원장 개인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할 만큼 가난했던 그는 주가 상승으로 인해 2021년 블룸버그가 선정한 한국 최고 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지인들에게 “부자가 되고 나니 어느 순간 가난한 친구들을 무시하게 되더라. 이를 멈추고 다시 (카카오톡을 내놨던) 초심으로 돌아가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들과 소주를 마시고 싶다”고 했다고 전해진다.그러나 그의 바람은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IT 업계에서는 그가 사람을 지나치게 믿고, 지나친 자율성을 준 것을 아쉬워한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들이 승승장구할 당시만 해도 김 위원장은 ‘자율 경영’을 내걸고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키우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것이 카카오 공동체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자랑스러워 했다.하지만, 카카오 공동체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을 키운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각 CEO들에게 전권을 준 부분이었다. 수십억 원의 퇴직금을 받고도 퇴사 후 회사에 맞서 수백억 원 대의 성과급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다. 업계에선 그가 인재를 알아보고, 활용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는 용인술에는 미숙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 경영 위기, 플랫폼 규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길이번 정부 들어 카카오와 그 계열사에 대한 전방위 수사와 고발이 이어지면서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IT 벤처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가 된 김범수 위원장의 명예가 추락하면서 IT 업계 전반의 걱정도 크다.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김범수 위원장의 구속 사태가 카카오의 경영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라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는지는 법원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로 인해 카카오가 중장기적인 투자와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플랫폼을 악마화하는 사회적 시선이 더 커져 법적 규제 강화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김범수 카카오 위원장 끝내 구속…경영공백 우려 커진다
-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카카오(035720)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의장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끝내 구속됐다. 김 의장 구속으로 카카오가 작년말부터 추진하는 ‘내실 경영’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T업계가 인공지능(AI)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카카오는 총수가 발이 묶임에 따라 AI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온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 방인권 기자)◇ 어쩌다 구속까지…주가 조작 혐의서울남부지법 한정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시 10분쯤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판사는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작년초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엠(041510)(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에스엠 경영권 인수를 막기 위해 에스엠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주당 12만원보다 높이도록 에스엠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결과 하이브는 에스엠 주식을 매수하지 못했고 카카오엔터가 에스엠의 경영권을 가져가게 됐다. 에스엠 주가는 작년 3월초에 16만원대까지 급등했으나 최근 7만원 초반 수준까지 떨어져 반토막 이하로 낮아졌다. 관건은 에스엠 주가 조작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는지 여부인데, 김 위원장은 구속됐고, 에스엠 시세조정 혐의로 기소됐던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작년 10월 구속됐다가 올 3월 보석됐다. 같은 혐의를 받는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도 구속중이지만 22일 보석 신청이 인용됐다. 김 위원장의 에스엠 주가 조작 혐의 등은 스타트업에서 시작한 카카오가 급성장하면서 이에 맞는 적절한 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를 갖추지 못한 탓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2010년 모바일 메신저 앱 ‘카카오톡’을 출시하고 2014년 다음과 합병·상장한 후 택시·페이·뱅크·게임·엔터 등 사업 확장에 주력해왔다. 연결 종속회사는 2020년말 115개에서 작년말 무려 175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급성장 과정에서 에스엠 주가 조작 뿐 아니라 상장을 위한 카카오 모빌리티의 분식회계 의혹, 카카오뱅크·페이·게임즈의 쪼개기 상장 논란, 상장 후 임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 등 숱한 논란에 직면했다. 또 카카오 엔터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베임 의혹 혐의까지 받고 있다. ◇ 경영전략 대변신했으나 “아직 사업 성과 없어”몸집은 커졌지만 그에 맞는 옷을 입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카카오는 경영전략을 대폭 개편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12월 경영 쇄신 전략을 발표하면서 “카카오라는 회사 이름까지 바꿀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확장 경영을 내실 경영으로 바꿨다. 콘트롤 타워인 ‘CA협의체’를 만들어 계열사의 자율 경영보다 김 위원장이 그룹에 주도권을 갖고 경영을 진두지휘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 계열사 수장들도 교체했다. 올 상반기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대표로 내정하는 등 벤처스, 엔터, 페이증권, 게임즈 대표 등을 신규 선임했다. 준법과신뢰위원회를 발족했고 계열사도 대폭 줄였다. 작년 5월까지만 해도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가 147개였으나 18일 현재 124개로 23개사를 축소했다. 그러나 사업 측면에서의 성과는 아직 없다. 실제로 카카오 주가는 경영 전략 대변신에도 올 들어 24%나 급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카카오는 올해 플랫폼 광고·쇼핑 등 본업을 강화하면서도 성장성이 약한 계열사를 정리해 그룹 전반의 이익이 지속 가능하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회사 SM의 컬처앤콘텐츠(C&C)·키이스트, 카카오게임즈의 카카오VX에 대해 매각 의사를 표시했다. 계열사 매각 등 중요한 결정을 최대주주인 김 위원장 없이 제대로 결정할 수 있을까에 의문이 제기된다. AI 등 신사업 서비스 출시도 차질 없이 수행돼야 한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18일 열린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카카오브레인의 테크 역량과 카카오의 서비스 강점을 결합해 연내 새로운 AI서비스를 선보이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김 위원장은 이날 협의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과 한국 대표 테크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며 “사회 각 주체와의 동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가 조작 논란에 대해선 “어떠한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