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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을 수 있었다”…홍콩 대형화재 참사에 주민들 ‘부글’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홍콩에서 최소 94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 화재와 관련, ‘인재’라는 현지 주민들의 비판과 함께 충격이 분노로 번지고 있다. 부실 자재 사용, 화재 경보기 오작동 등의 소식이 전해지며 관리·시공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AFP)27일(현지시간) BBC방송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전날 홍콩 북부 타이포 구역의 고층 아파트 ‘웡 푹 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현재까지 최소 94명이 숨지고 7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약 300명은 여전히 연락 두절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1980년대에 건설된 이 아파트는 31층짜리 건물 8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7동이 이번 화재로 소실됐다. 2021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이 단지에는 약 4600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약 40%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화재가 하루를 넘겨 불길이 이어지면서 현지에선 화재가 어떻게 빠르게 확산했는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사고가 아닌 인재’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화재 당시 아파트에선 외벽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러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시 경보벨이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입주민은 BBC에 “리모델링 공사 인부들이 비상계단을 자주 사용하면서 화재 경보가 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거주자는 또 건설 노동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창턱에서 담배꽁초가 발견됐고 입주민들은 화재가 나면 어떻게 될지 계속 물었다.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걱정했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방화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건물 외벽을 따라 설치된 대나무 비계(동과 동을 연결한 작업자 이동용 간이 구조물) 등 가연성 건축자재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나무 비계가 불길의 통로가 돼 화재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피해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공사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공사 내용에 불안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그동안 주민들이 제기했던 문제들이 온라인에 공유됐고, 정보 비공개 및 부실 소통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사고가 아니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캐나다에 체류 중인 한 입주민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 안전보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우선시해 품질이 낮고 가연성이 높은 자재를 사용했다. 공사 계획이 처음부터 수상했지만, 입주민들의 문제 제기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책임자들이 작은 혜택을 미끼로 사정을 잘 모르는 고령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이끌어냈다”고 지적했다. (사진=AFP)홍콩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공사 과정에서 사용된 망사(메시) 자재, 플라스틱·천막(캔버스) 시트 등이 화재 안전 기준을 충족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리모델링 공사를 담당했던 3명은 과실치사와 중과실치사 혐의로 체포됐다. 당국은 부패 수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다만 대나무 비계는 홍콩 곳곳의 건설 현장에서 볼 수 있는 상징적인 풍경이자, 여전히 널리 쓰이는 시공 방식이라고 BBC는 짚었다. 이 때문에 최근 수년 간 대나무 비계에 불이 옮겨붙어 건물이 전소되는 화재가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홍콩에선 대나무 비계와 관련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홍콩 전역의 고층 공공주택과 노후단지에서 화재 안전 기준과 관리·감독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홍콩 당국도 이를 인지하고, 이날 대규모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인 모든 주택단지를 대상으로 비계 구조와 건축 자재의 안전성을 점검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올해 초에도 더 견고하고 난연성이 높은 강재(철제) 비계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BBC는 “지난 63년 동안 홍콩에서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화재”라며 “1962년 8월 삼수이포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44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던 것보다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또다른 외신은 1948년 홍콩 창고 화재 이후 77년 만의 최악의 인명 피해라고 전했다.
- ‘무비자’ 소식 뜨자…중국인들, 일본말고 ‘이곳’ 간다
- 성 바실리 대성당 (사진=러시아관광청)[이데일리 김명상 기자] 러시아가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추진하면서 중국 내 러시아 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비자정책 완화와 중·일 갈등이라는 외부 요인으로 러시아가 중국 관광시장의 새로운 수혜국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18일(현지시간) “중국 국민이 곧 비자 없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힌 이후, 관련 검색량과 예약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싱가포르 기반 시장조사업체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발언 이후 48시간 동안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서 러시아 관련 검색과 상품 조회량이 이전 주보다 3~5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12월 러시아 호텔 예약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더 모스크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수브라마니아 바트 차이나 트레이딩 데스크 최고경영자(CEO)는 “비자 면제 추진이 중국 여행시장의 강력한 자극제가 됐다”며 “특히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주요 도시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푸틴 대통령은 중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이나 절차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중국과 단체 관광객 대상의 상호 비자면제 협정을 운영 중이며, 중국은 지난 9월부터 러시아 여권 소지자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양국 간 개별 관광까지 포함한 전면적 비자면제 체제가 확대될 전망이다.중국인의 러시아행 여행 급증의 배경에는 중·일 외교 갈등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일본이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 항공 당국은 일본행 항공편을 내년 3월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국제항공, 중국동방항공, 중국남방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일본 노선에 한해 수수료 없는 항공권 취소를 지원하고 있으며, 상하이·광저우·난징발 주요 일본행 노선 12개가 이미 운항을 중단했다. 중국 여행 전문기관들은 일본 여행 제한 여파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일본의 대중 강경 기조는 쉽게 완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이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은 69.9%로 전월 대비 5.5%포인트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AFP)러시아 여행업계는 올겨울 러시아행 여행객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풍부한 겨울 관광 자원을 가진 러시아는 이미 중국 젊은층 사이에서 ‘색다른 유럽식 겨울여행지’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항공 거리와 시차가 짧은 극동 지역은 중국 동북부 여행객에게 접근성이 높아 단기간 내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바트 CEO는 “일본 홋카이도를 고려하던 중국 여행객 상당수가 블라디보스토크와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비자 면제가 현실화되면 여행사들이 러시아 상품을 더욱 적극적으로 판매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전문가들은 향후 러시아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자결제 시스템 확대, 중국어 안내 인프라 확충, 극동 지역 노선 증편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비자면제의 시행 시점과 세부 규정은 아직 미정이어서, 실제 관광객 유입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러시아 관광산업계는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업계 관계자는 “비자 자유화는 중국 시장 확대의 결정적 계기”라며 “호텔, 쇼핑, 식당 등에서 중국어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 故 김새론 母 "김수현 측 변호사, '남미새'라고 모욕…2차 가해"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배우 고 김새론의 엄마가 김수현의 법률대리인의 징계와 관련한 진정을 제기했다고 밝혔다.27일 고 김새론의 엄마는 법무법인 부유를 통해 “11월 26일 수많은 고민 끝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김수현의 법률대리인인 고상록 변호사의 새론이와 유족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 등 모욕”이라며 “고상록 변호사는 새론이에 대해서는 ‘조울증 미친 사람’, ‘정서불안 남미새’, ‘미성년 남미새’라고 자신의 SNS를 통해 새론이를 모욕하였고, 유족에 대해서는 ‘고인의 명예를 정말 기가 막히게도 잘 지켜내고 계십니다’, ‘고인의 명예를 개나 줘버린 저들’이라고 하면서 비아냥대거나 조롱했다”고 2차 입장문을 보냈다.이어 “저희는 금일 고상록 변호사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에 징계와 관련한 진정을 제기했다”며 “어제 입장문을 발표하면서 김수현 팬들이 지속적으로 유족, 이모 및 이모의 자식들과 지인들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입장문 발표 이후에도 김수현 팬들은 2차 가해를 멈추지 않고 있고, 나아가 조사나 빨리 받으라거나 핸드폰을 제출하라는 등 수사를 지연시키지 말라고 악플을 달고 있다. 동시에 수사기관을 향해 수사결과를 재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인의 모친은 “저희는 지난 7월까지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여 끝마쳤고, 새론이 휴대폰 등 전자기기를 모두 임의제출하여 수사에 협조했다. 이에 반하여 오히려 김수현은 지난 5월에 저희가 무고 및 아동복지법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아직도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수사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는다고 재촉하는 이유가 매우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이어 “마지막으로 김수현 팬들은 더 이상 2차 가해를 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지 마시고 수사결과를 기다려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앞서 고인의 모친은 지난 26일 그동안 침묵을 한 것은 수사기관이 언론의 접촉을 자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권고를 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김수현의 법률대리인이라고 하는 고상록 변호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거짓 주장을 통해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최근 이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공개해 2차 가해를 하는 등 도를 넘는 행태를 부리고 있다”는 입장문을 공개했다.고인의 모친은 딸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김수현과 교제를 했다며 “김수현 측은 지금까지 저희의 증거들이 모두 조작되었다는 등의 프레임을 씌워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 김수현과 교제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고 목소리를 냈으며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고인 지인의 증언, 김수현이 군 입대 전(2017년) 고인에게 보낸 메모, 메신저 대화 내용, 고인이 김수현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편지 등을 공개했다. 이 중 일부는 유튜브 채널 가세연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앞서 가세연은 고 김새론이 미성년자 시절부터 김수현과 교제를 했다고 주장하며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김수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 측은 이를 즉각 부인했으나 가세연은 폭로를 뒷받침할 증거라며 김수현의 사생활과 관련된 사진을 연일 공개했다.이에 김수현 측은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가세연에 대해 김수현의 스토킹 행위를 중단할 것을 명하는 ‘잠정 조치’를 내렸고, 가세연은 이에 불복해 항고를 했으나 기각됐다.이어 유족 측 법률대리인인 부지석 변호사(법무법인 부유)와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지난 1월 김수현과 미성년자 시절부터 사귀었다는 내용으로 지인과 나눈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수현 측은 해당 녹취록이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수현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는 가세연을 상대로 스토킹처벌법 위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했다.
- "이종섭 호주 도피시켜"…특검, 尹 범인도피 기소(종합)
- [이데일리 성주원 성가현 기자] 순직해병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이명현)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었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하게 한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겼다.특검팀은 27일 오전 브리핑을 열고 윤 전 대통령을 범인도피·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전 외교부 1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우정 전 법무부 차관도 함께 기소됐다.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격노 후 수사 차단 목적”…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 차례로 가담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11월 19일 이 전 장관을 호주로 도피시키기 위해 대사 임명을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기는 언론 보도를 통해 수사외압 의혹이 증폭되고 야당을 중심으로 특검 요구가 본격화되던 때였다.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 31일 ‘VIP 격노’ 전화를 받은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외압 의혹 사건 수사가 진전되면 자신도 수사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관련 부처에 지시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가안보실, 외교부, 법무부는 차례로 이 전 장관에 대한 대사 임명 및 출국 조력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은 2023년 11~12월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외교부를 대상으로 호주대사를 교체할 것을 지시·독촉했다. 조 전 실장과 장 전 차관은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이 도드라지지 않도록 모로코 등 다른 국가의 대사 임명도 함께 진행하게 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특검팀은 “외교부는 이 전 장관의 외국어 능력검정 점수를 제출받지 않고 공관장 자격심사 신청 자격을 부여했고, 이후 미리 ‘적격’으로 기재해 둔 심사결과서에 심사위원들의 서명만 받는 방식으로 심사를 형식적으로만 진행했다”고 지적했다.이 전 비서관은 인사검증보고서를 이 전 장관에게 유리하게 변경하는 등 호주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출국금지 여부 및 자기검증질문서 허위 기재 사실 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인사검증 통과’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출금심의위 열리기 전부터 ‘해제 방침’ 사전 결정박 전 장관과 심 전 차관은 공수처의 반대에도 지난해 3월 이 전 장관에게 적용됐던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해 해외로 도피할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는다.특검팀은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해제 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그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사전에 결론 내린 후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해외로 도피하게 했다”고 말했다.특검팀은 이들이 이 전 장관의 출금 해제 여부를 논의하는 출국금지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부터 ‘해제 방침’을 사전에 정해놓고 이를 이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판단했다.특검팀은 외교부·법무부·대통령기록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금지 해제에 관여한 대통령실·외교부·법무부 관계자 등 조사를 통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특검 관계자는 “외교부·법무부 등 소속 인사검증·공관장자격심사·출국금지해제 업무 담당 공무원들은 국민적 의혹사건의 핵심 수사대상인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출국금지를 해제하는 것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부적절했음을 공통적으로 진술했다”고 말했다.특검팀은 법무부 장·차관에게서 전달받은 출금 해제 지시를 하달한 이재유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에 충실히 협조했다는 사유를 들어 기소유예 처분했다고 밝혔다.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발생한 해병대원 사망사건 조사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같은 해 9월 사임했다. 이 전 장관은 사임 5개월 만인 지난해 3월 4일 호주대사에 전격 임명됐다. 당시 공수처의 수사를 받고 있던 이 전 장관이 출국금지 상태였지만 외교부는 임명에 따른 외교관 여권을 발급했다.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 조치에 대해 이의 신청을 했고, 법무부는 공수처의 반대 의견에도 지난해 3월 8일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이 전 장관은 이틀 뒤인 3월 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국내 여론이 악화되자 11일 만에 귀국했고 대사에 임명된 지 한 달이 되지 않은 3월 29일 사임했다.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부스러기 긁어모으는 삶"…생활비 위기에 짓눌린 미국인들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의 좁은 골목에 무료 식료품을 받기 위해 줄 선 사람들이 도로까지 늘어섰다. 주 5회 운영되는 이곳은 하루 20~30가구가 찾는다. 2019년엔 하루 3~5가구, 하루 약 50명에게 식사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최대 200명에게 무료 배식을 하고 있다. 54개의 임시 주거공간도 모두 입주가 완료된 상태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높아진 식료품 가격·임대료·의료비가 미국 전역을 휩쓸고 있다. 저소득층은 생필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미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과 인근 리하이밸리 지역 주민들의 고된 생활상을 전했다. 이어 “이 지역에선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돈을 버는 일도 힘들어졌다. 이러한 불안감은 분열된 미국 경제 전반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사진=AFP)◇“바닥 꺼졌다…생계 유지비도 벌기 힘들어”베들레헴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애니사 카마초(26)는 임대료가 너무 올라 최근 조부모와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는 “솔직히 모든 게 우리를 조여 오는 느낌이다. 나와 남자친구는 투잡을 뛰고 있는데, 마치 부스러기만 긁어모으고 있는 기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창고에서 일하는 드미트리 내시(32)는 “주당 72시간 넘게 일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선택이 아니다. 생활비가 늘어 필수다. 식비를 절약하려고 끼니도 줄였다. 음식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되는 건 말이 안 된다. 먹기는 해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베들레헴에서 무료 급식소 ‘뉴 베서니’(New Bethany)를 운영하는 마크 리틀(52)은 “사람들이 너무 지쳐 있고,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지금처럼 필요한 게 많았던 적이 없다. 바닥이 꺼지고 있다. 작년만 해도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며 “임대료를 못 내거나 교통사고로 의료비를 갚지 못해 퇴거당한 사람들을 많이 보인다. 이런 유형의 ‘경제적 노숙 상태’가 앞으로 훨씬 더 흔해질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리하이밸리 지역에선 부유층과 서민층 간 격차가 커지며 불만이 쌓이고 있다. 부자들은 부동산·주식시장 호황을 누리는 반면, 저소득층은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 지역 행정책임자인 라몬트 맥클루어는 “산업화 이후의 미국이 어떤 모습이 될지 보여준다. 리하이밸리 경제 규모는 이제 일부 주(州)를 넘어설 정도지만, 여기서 살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생활비 위기 심화에도 트럼프 저소득층 지원 축소미 전역에서는 지난 5년간 물가 급등이 이어졌다. 연간 인플레이션율은 2022년 9%에서 3%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누적된 비용 부담이 저소득층을 극도로 압박하고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특히 주택 문제가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2021년 이후 주택 가격 중간값이 3분의 1 넘게 올라 거의 40만달러에 근접했다고 추산했다. 주거비가 가계 소득의 30%를 넘지 않아야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간주했을 때, 가구당 연 12만달러 이상의 소득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의 중간 가구소득은 8만 5000달러에 불과하다.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다. 9월 미국 실업률은 4.4%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2022년 이후 절반 이하로 줄어 3.6%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저소득층 대상 식료품 및 의료비 지원마저 줄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대규모 예산안 발효로 내년부터는 연방 식품보조프로그램 ‘스냅’(SNAP) 및 저소득층 의료보조(메디케이드) 수혜자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미 전역의 스냅 이용자는 4200만명에 달한다. 의료비는 올해 말 ‘오바마케어’(ACA) 의 세액공제가 만료되면 연간 보험료가 평균 1000달러 이상 오를 가능성이 있다. 두 딸과 베들레헴에 거주하는 아이달리스 마르티네스(26)는 건강 문제로 실직한 뒤 현재 스냅에 의존하고 있는데, 지난달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지원이 일시 중단돼 고초를 겪었다. 그는 “식료품값이 터무니없다. 그밖에 표현할 말이 없다. 아이들 다음 끼니를 챙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정말로 두렵다”고 말했다. 해고된 지 4개월 된 기계공 토마스 아베난테(46)는 60건이 넘는 일자리에 지원했지만 면접조차 잡지 못했다. 그는 “2만달러였던 저축이 절반으로 줄었다. 월마트 같은 대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면서도 직원들이 푸드스탬프를 받아야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지난 9월 1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노동절 ‘억만장자 노동자’ 집회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왕은 없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AFP)◇물가 완화 실패로 여론 악화…트럼프 지지율도 ‘뚝’심화하는 생활비 위기와 경기둔화는 트럼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물가 상승은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다. 최근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답변은 1월 51%에서 43%로 하락했고, 경제 분야 지지율은 더 낮은 40%에 그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 대선에서 생활비 위기 해결을 공약으로 앞세워 당선됐지만, 그가 취임한 올해 1월과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큰 차이가 없다. 또 여전히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를 크게 웃돈다. 그 결과 이달 초 치러진 뉴욕 시장 및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처음 치러진 지방선거이자 내년 중간선거의 전초전 성격이어서 공화당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쇠고기·커피 등 일부 식료품 관세를 인하했고, 의약품 가격 인하를 위한 제약사와의 협상 및 휘발유 가격 인하를 위한 석유 생산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그는 자신이 물가를 낮췄다고 주장하지만, 미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전국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상승 중이다. 쇠고기 가격은 지난해보다 14%나 올랐다.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측근이었던 마조리 테일러 그린 조지아주 연방 하원의원은 “국민들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는 “직접 장을 보는 국민들은 식품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 안다”며 내년 1월 사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 의원을 “배신자”라고 낙인찍었다. ◇“당장 먹고살기 힘든데 정치는 무슨”…민주당도 외면민주당도 생활비 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 하지만, 미 유권자들의 기억에는 조 바이든 전 정부 시절 인플레이션도 큰 악몽으로 남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도 민주당 지지율은 34%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베들레헴 인근 푸드뱅크에서 식료품을 배급받은 티파니 체이스(43)는 “정치인들은 싸우기만 한다. 그게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정치를 이렇게까지 싫어한 적은 없다”고 비난했다. 지역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는 앤드루 두프(45)도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닫고 있다. 정치는 내 현실과 너무 멀다. 내가 오늘 일을 못 나가면 30일 안에 삶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거들었다.꽃집을 운영하는 카마초 역시 “지난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에게 투표했지만, 지금은 정치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그 누구도 우리와 같은 평범한 근로자를 위해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데, 투표가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 ‘체제전쟁 올인’ 국힘 지도부…‘계엄사과·중도확장’ 요구 지자체장과 엇박자
- [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불법 비상계엄’ 1주년을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 파열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친윤(친윤석열)·반탄(탄핵반대)‘ 기조를 유지하며 체제전쟁을 강조하는 지도부와 달리,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은 연이어 계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어서다. 25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중도 행보가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있다‘는 취재진 질문에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체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체제를 지키는 것은 보수정당이 당연히 할 일“이라며 ”체제가 무너지는데 제1야당으로서 입을 닫는다면 보수정당의 존재 의의가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장 대표는 지난 22일부터 계엄 발생 1주년 전날인 12월2일까지 전국 11개 지역을 순회하는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취지는 이재명 정부의 실정과 현 시국을 국민·당원에게 설명하고 이 대통령 재판재개 등을 요구하기 위함이지만, 사실상 장 대표가 강조해온 체제전쟁 강화를 위한 수순으로 해석된다. 전날에도 장 대표는 ”민주당은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고개를 부러뜨리고 허리를 숙이면 허리를 부러뜨릴 것“이라며 비상계엄 1주년에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는 당 안팎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그는 지난 20일에도 ”내년 지방선거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전쟁“이라며 지지층 결집을 노린 체제전쟁을 강조했다. 하지만 약 7개월 앞둔 지방선거를 치러야 하는 지자체장들은 위기감이 역력하다. 체제전쟁에 몰두한 지도부가 계엄에 대한 진정한 사과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거부한다면 지선 승리가 요원하다는 우려에서다.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23일 부산 동서대에서 열린 행사에서 “곧 계엄 1년인데 상대가 아무리 입법 독재를 하고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더라도 계엄을 자제하지 못해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을 3년 만에 헌납한 것은 잘못”이라며 “국민의힘이 분명하게 국민에게 정말 잘못된 일이고 미안한 일이라고 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또 ”국민에게 사과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저할 필요가 없다”며 “상대가 밉고 정말 잘못한다고 해서 우리의 잘못이 가려지는 것이 아니며 그런 태도와 기준으로 다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공격과 체제전쟁만을 강조하고 있는 장 대표를 겨냥한 지적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더 강경한 어조로 계엄에 대한 사과와 중도확장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최근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도층과 수도권, 청년 민심이 중요하다”며 “계엄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윤어게인·강성우파 연대‘에 대해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져도 좋으냐고 묻고 싶다”며 “윤어게인 진영을 간곡히 설득하고 정 안되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충북지역 지방선거를 이끌어야 하는 충북도당위원장인 엄태영 의원(제천·단양)이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 ‘당명 교체 및 재창단 수준의 결단’을 촉구한 것도 지방선거에 대한 위기감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철옹성인 PK(부산·경남)·TK(대구·경북)와 달리 ‘민심 풍향계’로 불리는 충청 지역의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와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총괄기획단-시도 광역단체장 연석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장우 대전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김도읍 정책위의장, 정희용 사무총장.(사진 = 연합뉴스)여론조사 결과 역시 녹록지 않다. 정부·여당은 ‘대장동 항소 포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이재명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 ‘고환율 장기화’ 등 많은 실정을 하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정부·여당의 실정과 별개로 대안세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단 얘기다.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전주와 동일한 24%에 머물렀다. 반면 민주당은 전주 대비 1%포인트(P) 상승하며 43%를 기록, 두 당의 격차는 19%p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TK)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민주당이 앞섰고, 연령별로도 전 연령대에서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제쳤다. 내년 지방선거 전망에서도 여당 후보 당선을 기대한다는 응답이 42%로, 야당 후보 당선을 기대한다는 응답(35%)을 7%p 차이로 앞섰다. 오차범위 밖 결과다. 특히 중도층은 지난달(여당 38%, 야당 36%) 팽팽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당 44%, 야당 30%로 격차가 13%p나 됐다.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조사 인터뷰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응답률은 12.5%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나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