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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불임정부 불명예 씻으려면…유연한 고용·성과연봉제 도입해야
- 최악의 고용 한파다. 올해 1월 고용지표는 코로나19 여파로만 볼 수 없는 고용시장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는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하는 ‘스페셜 리포트’를 3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법에 규정된 것보다 훨씬 경직적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법 제도를 지수화해 평가한 우리나라의 고용경직성은 OECD 평균과 비슷하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2019년을 기준으로 기업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고용·해고 관행의 경직성은 OECD 36개국 중 12위, 정리해고 비용은 4위이다.서울 중구 서울시청년일자리센터 입구에 붙은 코로나19 관련 휴관 안내문.(사진=연합뉴스)서울 도심 중심가에 위치한 대형 빌딩에서 계약 종료된 용역업체 청소근로자들이 빌딩소유 대기업에게 재고용, 70세 정년 보장 등을 요구하며 여러 날 동안 농성 중이다.법적인 의무가 없지만 빌딩 소유 대기업은 여론 등을 고려해 인근 빌딩에서의 재고용 그리고 건강상 문제가 없다면 65세가 넘더라도 일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안했지만, 근로자에게 거부당했다. 농성 근로자들은 상급 노동단체로부터 생활 지원금을 받고 있고 여론도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일자리 만들려면 일반해고 지침·성과연봉제 등 노동개혁 필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대기업, 특히 제조업의 고용이 줄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체 종사자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기준으로 약 15%, 2003년과 비교해 5% 포인트 이상 줄었다. 대기업 제조공장이 국내를 떠나거나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 중소기업 일자리 중 괜찮은 일자리인 대기업 협력업체의 일자리도 같이 사라진다.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종사자도 줄고 있다. 2010년 이후 증가하던 제조업 취업자는 2016년을 기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선 후 2019년 현재 443만명이다.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2019년 16.3%로 2000년 20.3%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우리보다 선진 제조업 강국인 독일(18.9%)보다 낮고 일본과 같다. 현 추세라면 향후에는 일본보다도 낮아질 것이다.정부는 근로자 보호를 강조하지만 모든 근로자가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는 52시간제 등 모든 근로기준법의 조항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논란 끝에 통과된 중대재해법은 30인 미만 사업체는 제외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체는 특별연장근로가 허용되고 주52시간제는 순차적으로 적용한다. 영세업체 근로자들은 아직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도 꿀 수 없다.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 아래에서 대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하니, 중소기업에서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0%가 대기업 협력업체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등 복지혜택과 고용보장 격차가 워낙 크니 청년들은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취업재수, 삼수를 한다.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못 구해 사업을 줄이니 일자리가 줄어든다.대기업, 공공기관 연관 근로자에 집중되어 있는 높은 임금, 과도한 고용보장이 개선되지 않고는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회복될 수 없다. 청년들이 일하기를 원하는 대기업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중소기업에서는 일하려고 하지 않으면서 최악의 청년 취업난이 더욱 심해지는 자가당착적인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무작정 늘릴 수는 없다. 민간부분의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 과다한 공공부분 고용은 경제 운영에 커다란 짐이 된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일반해고 지침과 성과연봉제와 같은 노동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공공기관, 공공기관이 청년들의 취업선호 대상 1위가 되고 있다. 해고의 위험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일이 없으면 불필요한 일을 만들어 하는 주인이 없는 공공기관으로 유능한 젊은이들이 몰리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20여년 전부터 많은 대기업들이 가전 등 단순 제조공정의 일자리를 중국 등 동남아시아로 이전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기업은 일단 정규직이 되면 노동생산성은 같은데 매년 호봉상승에 따라 급여를 올려주어야 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도 없다.성과와 직무에 기반을 임금체계가 필요하다. 연공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는 40대, 50대가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면서 노인빈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노인 4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조사결과가 있다.[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비정규직법 부작용 성과·직무급제로 해소 가능 비정규직 감소나 처우 개선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2년이 경과하면 정규직으로 채용이 강제되는) 비정규직법의 부작용도 성과, 직무 기반 임금체계가 확립되면 근원적으로 해소된다. 미국은 파견근로자의 급여가 정규직보다 높은 경우가 종종 있다. 고용안정성이 떨어지는 파견근로자에게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하여야 생산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파견법 등 고용시장 전반의 제도 개혁이 같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지난 1월 최악의 고용성적표를 받은 경제부총리는 조속히 공공부문 일자리 9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다. 당초 고용노동부 장관이 올해 만들겠다고 한 일자리보다 7만개가 늘어났다.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고용환경이 아닌 스스로 일자리를 만드는 일자리 대책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확립된 정부 정책기조다. 사회복지 대책은 필요하지만 일자리 정책 담당자마저도 스스로 속이는 잘못된 정책 방향이다.민간부문에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만들려는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의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더이상 만들어서는 안된다. 기존의 규제도 합리적인 검토를 거쳐 일자리 친화적 제대로 된 규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 "철없던 행동 죄송"…'학폭 가해자'의 사과문은 왜 다 비슷비슷할까
- [이데일리 이용성 기자] “어린 마음으로 힘든 기억과 상처를 갖도록 언행을 했다는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렇게 자필로 전합니다”(배구선수 이다영)“저의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이 아직까지도 트라우마로 남으셨다는 말에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저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습니다”(가수 진달래)“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른 것이 맞습니다. 제아무리 어리고 철없던 시절이었다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신체적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고 그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는 것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배구선수 송명근)(그래픽= 이미나 기자)◇‘학폭 미투’ 일파만파…사과문에 드러난 공통점스포츠·연예계의 ‘학교폭력 미투’ 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가해자들이 일제히 사과문을 내며 반성의 뜻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의 폭로와 가해자의 사과문 사이의 ‘구체성’에 큰 차이가 나 양쪽의 심리 기제 작동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지난 1월 TV조선 ‘미스트롯2’에 출연한 가수 진달래(본명 김은지)씨가 시작이었다. 진씨는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인정하고 오디션 경연 도중 해당 방송해서 하차했다. 이후 지난 1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자 프로배구 선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폭로되면서 스포츠계를 넘어 사회 전 분야로 확산했다.이어 남자 프로배구 선수 송명근, 심경섭씨도 지난 13일 학교폭력 가해자임을 인정하고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15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현직 경찰로부터 학창시절에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면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학폭 미투’가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논란이 확산하자 가해자들은 일제히 사과의 뜻을 전했다. 가해자의 사과문에는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사건 경위가 흐릿한 반면, 피해자의 폭로는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특히 피해자는 정확한 날짜에 가해자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한다.이씨 자매의 학교폭력 피해자는 “화이팅을 안 했다고 입을 맞아 안경이 날아갔다”고 언급했다. 심씨와 송씨에게 학교폭력을 당한 이도 “1분 지각했다고 창고에서 폭행했고, 고환을 파열시킨 후 ‘터진 놈’이라고 놀렸다”고 구체적 사실을 알렸다.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학폭)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왼쪽)·이다영.(사진=연합뉴스)◇“가해자·피해자 간 기억 차이 발생”…진정성 있는 사과 어려워심리 전문가는 이와 같은 상황을 ‘구성적 기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성적 기억은 회상 과정에서 불완전한 기억에 추리를 첨가하는 등 정보의 빈 곳을 채워 기억하려는 경향을 일컫는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 간 기억의 간극이 발생한다는 것.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는 충격과 고통으로 그때의 기억을 확대하고 가해자는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축소하는데, 살아가면서 불완전한 기억을 회상하면서 스스로 구성하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흐르면서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기억의 간극이 발생하는 이유도 이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기억’도 피해자, 가해자 간 간극을 벌린다.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긍정적인 경험보다 부정적인 경험이 사람의 기억 속에 더 머물기 마련인데, 피해자는 심리적·육체적 고통과 동반한 부정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이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해자 입장에서는 가해 행위가 부정적인 기억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상대적으로 기억을 못 한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사건을 두고 기억을 달리하기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진정으로 공감하고 사과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자는 제대로 기억을 못할 뿐더러 본능적으로 자신을 변호하려 하기 때문이다. 사과문에 공통적으로 적힌 ‘철없는’, ‘어린 마음’ 같은 문구에 대해 정 교수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나 자기를 보호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며 “일반적으로 이런 욕구 때문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변호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닌가”라는 해석을 내놨다.실제 송씨의 사과문을 본 피해자는 다시 글을 올려 “피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는 느낄 수 없었다. 사고에 대한 사과는 있지만, 그 후 놀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사과를 하시길 바란다”고 목소리 높였다.한편 모호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사과 탓에 가해자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스포츠계 학교폭력 미투’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오차범위 95% 신뢰 수준 ±4.4%포인트), 응답자의 약 70.1%가 ‘가해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답했다.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가 10일 각자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학교폭력 피해자들에게 자필로 쓴 사과문을 올렸다.(사진=연합뉴스)
- 제주 제2공항 건설...도민은 '반대', 성산읍 주민은 '찬성'
- 제주 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회원들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주영로 기자] 제주도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제주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더 높게 나왔다.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연합뉴스·제주일보·제민일보·한라일보·제주CBS·MBC제주문화방송·JIBS제주방송·KBS제주방송총국·KCTV제주방송)가 한국갤럽과 엠브레인퍼블릭 등 2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제2공항 찬반 조사’에서 한국갤럽의 경우 도민 44.1%가 찬성, 47%가 반대했다고 18일 밝혔다.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찬성 43.8%보다 반대 51.1%가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성산읍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조사에서는 한국갤럽은 찬성 64.9%, 반대 31.4%, 엠브레인퍼블릭은 찬성 65.6%, 반대 33%로 찬성이 높았다. 제주기협 언론사는 19일 여론조사 결과를 제주도와 도의회로 구성된 여론조사 공정관리 공동위원회에 제출하고, 도는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국토교통부는 제주도에서 합리적, 객관적 절차에 따른 도민 의견 수렴 결과를 제출하면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제2공항 건설을 두고 도민과 인근 지역인 성산읍 주민의 의견이 엇갈려 당분간 갈등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은 만 19세 이상 남녀 도민 2019명(표본오차 ±2.2% 신뢰수준 95%), 성산읍 주민 504명(표본오차 ±4.4%, 신뢰수준 95%), 엠브레인퍼블릭은 도민 2000명(표본오차 ±2.19%, 신뢰수준 95%), 성산읍 주민 500명(표본오차 ±4.38%, 신뢰수준 95)을 대상으로 각각 조사했다.
- 이상헌 의원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법제화 막을 이유 없다”
- 이상헌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데일리 이대호 기자]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18일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15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공식 발표했다. 여기에 이 의원이 답한 모양새다.이 의원은 게임협회가 전부개정안에 크게 반발하는 이유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원인이 있다고 짚었다.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사의 핵심 수익모델(BM)이다. 게임 매출의 99%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의원은 “그동안 협회와 업계에 수차례 자정 기회가 주어졌으나 이용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법제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 모델의 사행성이 지나치게 높고 획득 확률이 낮은 데 반해, 그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않는 것이 원인이라고 봤다.현재 게임업계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을 통해 자사의 확률형 아이템 획득 확률을 자율규제 방식으로 공개하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은 현행 자율규제가 구색맞추기 식에 불과하다며 지속적으로 법제화를 요구해왔다.이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는 입장이다. 또 “최근 게임 이용자들이 ‘트럭 시위’, 청와대 및 국회 청원, 의견서 전달 등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내고 집단화돼 행동하고 있는데 협회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의원실은 “협회의 주장대로 자율규제 준수율이 80~90%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면 법제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 슬롯머신조차 당첨 확률과 환급율을 공개하고 있는데 협회가 왜 반대하는 것인지 반문했다.이 의원은 “아이템 획득 확률 공개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라고 말하며 법안 심사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협회가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다음은 이상헌 의원실 입장문 전문이다.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 법률 규제가 두려운가게임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협회의 공식 입장문에 회답한다-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안’이 다음 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정을 앞두고 있다. 상정된 법안은 심사에 이르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물 밑에서 이용자‧업계‧학계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 하였다. 그러나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발표한 공식 입장문을 보니 그냥 두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이 글을 통해 본 의원과 의원실의 입장을 전하고자 한다.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부개정안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개정안을 만든 문화체육관광부와 본 의원실이 마치 게임산업 적폐와도 같다. 헌법을 위배하고, 게임사의 재산권을 침해하며, 게임 산업을 발전을 가로막는 존재로 표현하고 있다.협회는 다양한 이유를 들고 있으나, 결국 개정안에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내용이 담긴 탓이 크다. 심정적으로는 일면 이해도 간다.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사 대다수의 핵심 BM(비지니스 모델)이기 때문이다.법을 통한 규제는 최후의 수단이다. 가급적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러나 게임 산업계는 여러 차례 주어진 자정 기회를 외면했다. 자율규제는 구색용 얼굴마담으로 전락하였다. 이러는 동안 게임 이용자의 신뢰는 사라졌고, 반대로 불만은 계속 커져 왔다. 결국, 평소 게임 규제를 반대해 온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만큼은 반드시 규제해 달라는 상황에 이르렀다. 대체 왜인가.현재 한국식 확률형 아이템(이하 K-BM) 모델은 소비자가 원하는 게임재화를 얻기 위해서 온전히 운에 기대야 한다. 지출해야 하는 금액이 얼마일지 알 수 없고, 상한선도 없다.문제는, 다수의 게임이 매출을 높이기 위해 K-BM을 활용해 과소비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K-BM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매우 크다. 게임 진행 속도, 유저 간 경쟁, 캐릭터 강함의 척도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영향을 주도록 게임을 설계한다.당연히 이 같은 유형의 아이템 획득 확률은 매우 낮다. 물론, 운이 좋다면 소액으로도 낮은 확률을 뚫고 희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혹시 이번엔’, ‘이번엔 제발’, K-BM은 이런 방식으로 그 아이템을 뽑을 때까지 계속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도록 사행심을 조장하고, 지출을 유도한다.한편, 여태까지 게임산업협회는 해외의 사례를 들며 우리나라의 규제가 심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이번 확률형 아이템 규제 논란에 대해서도 해외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가까운 일본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모델은 있지만 우리나라의 모델과 큰 차이점이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아이템을 획득하기까지의 기대 금액의 상한선을 정해둔 것이다. 일본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기댓값의 상한선 5만 엔 이하’, ‘확률형 아이템 결제 1회 금액의 100배까지’ 등 구체적인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으며, 이를 초과할 경우 그 금액이나 확률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컴플리트 가챠’는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사행성이 너무나도 강하다는 이유에서다.미국 내에서는 다양한 주장과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그러나 2017년 미네소타주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안이 제출되었고, 2019년 한 상원의원이 비슷한 성격의 금지 법안을 제출하는 등, 규제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EU의 ‘내수시장 소비자보호위원회’라는 의회 산하 기구는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일부 확률형 아이템이 소비자에게 도박 중독이나 통제 불가능한 지출과 같은 심리적‧재정적 방식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영국은 정부 차원에서 확률형 아이템의 도박적 성격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이 조사 결과, 확률형 아이템의 중독성이 강하고 도박성이 높아 이를 도박법에 포함해야 한다는 권고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 이에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분류하였으며, 미성년자에게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금지할 것을 유럽 게임심의위원회(PEGI)에 권고하였다.왕립공중보건학회도 ‘미성년자의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소비 실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학회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고 18세 미만 게임에서 삭제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네델란드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과 유사하다고 지적하였으며, 벨기에는 게임 내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 자체를 금지하였다. 독일도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노선을 정하였다고 알려졌다.중국은 말할 것도 없다. 이미 2017년부터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한 발 더 나가 최근 들어서는 획득 기대 횟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보다시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임을 알 수 있다. 사행성을 조장하고 도박성이 강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다. 국내 게임 이용자가 우리 게임업계에 비판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2019년과 2020년 한창 이슈가 되었던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논란 당시, 게임산업협회는 ‘게임은 문화다’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등재 반대 운동을 펼친 바 있다. 묘한 점은, 국내 게임 이용자들은 질병코드 등재에 적극 반대하면서도 협회의 캠페인에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냈다는 점이다. K-BM의 높은 사행성과 ‘게임은 문화다’ 캠페인의 취지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부터 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냉소적이기만 했던 게임 이용자들이 최근 들어 ‘트럭 시위’, 청와대 및 국회 청원, 의견서 전달 등 보다 적극적이고 집단화되어 행동하고 있다. 그 움직임이 들불과도 같이 번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언제까지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것인가. 협회는 언제까지 자율규제라는 위선에 기대어 여론을 마주하지 않을 것인가.본 의원은 엽기적인 내용을 전부개정안에 담은 것이 아니다. 자율규제하던 방식을 법제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자는 것이다. 협회의 주장대로 자율규제 준수율이 80~90%에 달하고 있다면 전부개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금처럼 확률 공개를 이행하면 법제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처벌받을 일이 없는 것이다.이미 자율규제로 공개하고 있는 아이템 획득 확률을 법에 명문화하자는 것뿐이다. 하물며 확률 공개는 이용자들이 원하는 최소한의 알 권리이다. 하다못해 강원랜드 슬롯머신도 당첨 확률과 환급율을 공개하고 있다. 이런 판에 협회와 업계가 이마저도 끝끝내 거부하고 다른 수단을 통해 법제화를 막는다면, 우리 게임 산업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또한, 국산 게임에 대한 인식이 나아질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다. 이것이 이번 제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제화가 되어야 할 이유다.법안 심사까지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 협회는 부디 전향적인 자세로 논의에 임하기 바란다.